신축과 구축 아파트 중에 어디를 더 선호하시나요?
신축이라고 대답한다면, 신축을 주고 구축을 받는 전세제도는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신비로운 일이다.
매일매일 부동산 문제로 국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듯한 상황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옳고 그름을 논쟁하지 않겠다. 하지만 '전세가 너무 좋은 제도인데, 다 월세로 바뀌어서 정부 잘못이야'라는 잘못된 인식은 고치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값을 안정시키면 -> 전세는 반드시 폭등한다
전세가 급등했다는 단편적 사실로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집값을 안정시키지 말라는 비난과 같다
(물론 지금은 집값도 안정시키지 못해서 욕을 먹을 만 하지만,,)
전세는 새집을 사서 2년 후 헌 집으로 돌려주고, 세금도 집주인이 부담하고, 거래세도 반반 내고, 집주인은 그냥 새집을 2년간 빌려주고 다시 받는 것이다.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제도인지 살펴보면, 이득은 모두 세입자가 누리고 집주인은 자신의 재산이 2년간 낡아지게 기다려주는 '완전 호구'인 것이다. 집주인이 얻는 것은 단 한 가지, 집값 상승의 차액뿐이다. 만약 집값을 유지하거나 떨어지도록 안정시킨다면 집주인은 아무런 이득없이 손해만 본다. 전세제도가 유지되려면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이 필수조건인 것이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전세제도 유지 vs 집값이 안정되면서 전세제도 폐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며, 집값이 안정되고 전세도 싸게 사는 마법 같은 방법은 현실에는 없다. 전세 품귀현상이 너무 심하고 전세 가격이 오르며 월세로 입주하면 주거비가 너무 비싸다! 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 월세가 원래 시장 가격이며, 전세라는 제도가 비정상이다!
스마트폰, 자동차 기타 다른 재화를 '전세제도'로 운영한다면 어떨까? 사용기간을 스마트폰(100만 원) 2년, 자동차(5천만 원) 10년, 아파트(15억 원) 30년이라고 계산하여 스마트폰의 가치가 2년 후에 0원이 된다면, 2년간 100만 원의 이자비용을 얻을 수 있는 5% 이율로 계산하면 100만 원짜리 스마트폰의 전세 가격은 원래의 1000만 원(10배), 자동차는 2억(4배), 아파트는 20억(1.33배) 최소한 이 정도가 적정한 '전세 가격'이다.
최근 매매가 대비 전세비율이 높아진다고 연일 뉴스에서 난리지만, 15억짜리 실거래가 아파트의 적정 전세가는 20억 이상이며, 집값이 안정되는 상황에서는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에 근접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절대로 전세 살지 마라, 월세 살면서 그 돈으로 연 12%의 수익을 내라" 이런 말도 안 되는 부동산 유튜버의 주장도 있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 vs 월세는 전세가 훨씬 훨씬 유리하다. 세입자에게 너무 유리하기 때문에 사라지는 건 필연적인 수순이다.
보통 10억 전세를 산다면 은행금리 3% '월 250만 원'을 주거비용으로 생각하며, 일반적으로 이 금액은 월세로 했을 때 훨씬 높다. (전월세 전환율 6%라면 500만 원이 주거비용이 된다. )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전세는 월세에 비해 훨씬 좋은 제도이지만,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전세는 월세에 비해 무척 복잡한 요인이 얽혀있다.
월세는 깔끔하고 직관적이다. 그냥 정해진 금액 100, 200을 내면 되고, 비싸면 계약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세는 임대인과 임차인 외에 다른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한다. 정부나 은행의 정책의 큰 영향을 받는데, 복지를 위해서 전세금 100% 를 연 1% 이율로 대출해준다면, 월 250까지 부담할 능력이 있었던 사람은 전세 30억까지 지불할 의지가 생기며, 그 대출된 전세금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 전체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저금리 시대에 이율을 조절하기는 어려워 LTV, DTI 등을 활용하여 무분별한 대출을 조절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관리가 없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등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전세는 매우 매우 유리하고 좋은 제도다. 누구에게? 바로 세입자에게만. 그 대신 집값이 안정화된 시대에는 존재할 수 없는 제도이며, 정부&은행의 정책 영향을 많이 받고, 시장에 돈이 과도하게 공급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전세가 좋다고 주장하려면, 이면에 있는 복잡하고 불안정한 원리도 같이 인식했으면 좋겠다.
현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기로 결정했고, 이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전세의 상승 및 소멸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세밀한 정책이나 타이밍 등등 비판할 부분은 많지만, 집값 안정화라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전세제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