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과 습관, 우리말과 한자어 차이인데... | 사심 史心 인문학 3화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의 습관은 나 자신의 습관으로 만들기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미리 말할게요. 자기 자신에게 안 맞을 수도 있고, 만일 자신에게 잘 맞더라도 자기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실천을 지속해야 자신의 습관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
사실 “습관”은 한자어고, 순우리말은 “버릇”이에요. 영어로는 “Routine”이라고 하죠. 그런데 순우리말인 버릇을 쓰면 뭔가 부정적인 의미 같고, 습관을 쓰면 뭔가 고급스러워 보이죠. 이게 우리가 “버르장머리가 없군.” “버릇을 고쳐 놓아야지.” 이럴 때 표현을 많이 쓰다보니 “버릇”이라는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가 많이 담겨 버렸네요. “버르장머리”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고 해요. 어쨌든 가급적 우리말을 써 보도록 할게요. 여러분들도 “버릇”이라는 표현이 긍정적인 의미로 보일 수 있게 하려면 그 만큼 좋은 “버릇”을 키워야 하겠죠?
그런데 이 버릇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을 말하기 때문에 이게 몸에 배어 있으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죠.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가고, 제 버릇을 남에게 못 준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버릇이 되려면 그 행동을 셀 수 없이 반복해야 해요.
우리가 뜻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고 싶다면, 여기서 좋은 버릇을 기르는 게 중요해요. 성공한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버릇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의하지만, 그 버릇을 길들인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각자 사람에게 맞는 버릇이 있고, 그렇지 않은 버릇이 있잖아요.
책들이나 강연들이 누군가에게는 맞을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시간이나 돈만 날릴 수도 있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이 책이나 강연이 나에게 맞을지 판별하는 방법이 있다면 스스로 그 분별력을 기르는 수 밖에 없어요.
책의 경우는 쉬운 대신 발품을 좀 팔아야 해요. 책을 인터넷에서 사게 될 경우는 그 책을 미리 볼 수 없잖아요. 서점에 직접 가면 차례를 먼저 펴 보고 마음에 드는 소제목을 본 뒤 그 부분을 미리 볼 수 있으니까요. 책을 맛보고 살 수 있는 게 서점의 묘미잖아요.
강연은 그 강연이 나에게 좋을지 아닐지 쉽게 판별하기는 힘들어요. 강사의 프로필이나 포트폴리오만 보고 판별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만일 그 강사가 유튜브 채널이 있다면, 그 강사의 다른 컨텐츠들을 보고 그 강연을 들을지 말지 결정할 수도 있죠.
(사실 내 유튜브 채널도 강의형 영상들이 좀 많은 편이긴 해요. 채널 바로가기)
그렇게 해서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듣게 된다면, 그 내용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자신의 몫이죠. 좋은 버릇을 기르기 위한 강연을 들었거나 책을 읽었다면, 그 내용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곳 그 내용을 실천하는 것이에요.
이 실천이라는 것이 참 힘든 게, 몇 시간 만에 자신의 버릇으로 만들수도 있고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어요. 몇 년이 걸리더라도 자신의 버릇으로 만들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 만큼 자기 몸에 밴 버릇은 쉽게 바꾸기 힘들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나 같은 경우도 여러 가지 버릇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편에 걸쳐 풀어놓을 생각까진 없어요. 내 버릇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많이 특이할 수도 있으니까요.
버릇은 사람의 심리적 상태를 나타내기도 해요. 손톱 물어뜯는 버릇의 경우는 애정결핍이 있는 사람들의 버릇 중의 하나라고 하죠. 나 같은 경우는 단 걸 좋아하는데, 가끔은 바닐라 라떼를 마시면서도 뭔가 밋밋한 느낌이 있어서 시럽을 추가로 넣을 때가 있는데 이것도 애정결핍이 있는 사람들의 버릇이라고도 하더라구요. TMI로 별다방에서 사이렌 오더 기능을 알게 된 이후 바닐라 라떼의 시럽을 9번 끝까지 넣는 사람이 있다면 나에요. “감사합니다. 지식테이너 고객님 바닐라 시럽 9번 추가한 라떼 나왔습니다.” 이런 주문 받아 본 분 있으면 알려 주세요.
사실 나는 버릇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특이해요. 자주 쓰는 물건들은 눈에 잘 보여야 된다면서 책상 위에 굉장히 많은 물건들을 올려 놓아요. 예전에 집 인테리어 했던 거 보여준 영상(링크)에서 보면 내 책상 위가 굉장히 산만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책상 위에 컵도 있고, 기도할 때 켜는 초도 있고, 꺼내 먹던 주전부리도 있죠. 정리정돈에 민감한 사람들이 보면 기절초풍할 정도이긴 한데…
방송을 할 때도 굉장히 예민한 버릇이 있어요. PPT 글씨체 구성이라든지, 캡쳐 화면이라든지, 프레임이라든지… 개인적으로 영상 찍을 때 제일 민감하게 보는 건 프레임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아침형 인간을 부러워하는데, 나는 그렇게 부러워하지 않아요. 하는 작업에 따라 시차가 달라질 때가 있고, 해외 스포츠를 볼 때는 새벽에 봐야 하는 경우도 많고 해서 아침에 잠들 때도 많구요. 꼭 해외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고3 때 이후 밤에 잠을 잘 못 들어서 생긴 버릇이긴 해요.
다만 안 좋은 버릇 하나는, 잠을 쉽게 못 드는데 잠들고 나면 쉽게 일어나질 못해서… 아침이나 점심 쯤에 약속이 있으면 밤을 새야 할 수 밖에 없더라구요. 이 문제는 방송을 하루 쉬고 밤에 일찍 잠을 청해봐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서… 아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싶기도 했어요.
내가 보통 하루를 시작하는 버릇 중 하나는, 잠에서 깬 다음 메신저를 통해서 온 연락들을 확인하면서 잠을 깨는 거에요. 내가 연락을 그렇게 많이 하진 않아서 개인적인 연락들을 확인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고, 주로 여러 단톡방들에서 내가 자는 동안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확인하다 보면 시간이 쫌 가면서 잠이 깨곤 해요.
사실 이 원고를 지난 가을에 써 뒀어요. 그런데, 이 사심 史心 인문학 컨텐츠를 하면서 나 자신을 굉장히 많이 돌아본다고 했잖아요? 나 자신을 굉장히 깊게 파고들다 보니까, 내 건강을 체크하게 됐어요. 신체적인 건강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니까요. 이미 영상(링크)이 올라가서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성인 ADHD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이 과정에서 알게 됐어요. 그냥 나만의 루틴이겠지 했는데, 조절이 힘들다는 점에서 아픈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렇듯 사심 史心 인문학 컨텐츠는 내가 그 동안 만나왔던 사람들이나 역사를 연구하면서 준비하기도 하지만, 나 자신부터 연구하면서 준비하는 컨텐츠라는 점을 알아 줬으면 좋겠어요. 영상은 올라가는대로 여기에 링크 추가 할 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