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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테이너 김승훈 Jul 02. 2023

자아가 성숙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내 삶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자아 | 사심 史心 인문학 8화

자아(Ego, 自我)는 자기 자신을 어떤 이유로 생각하게 될 때 그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을 말해요. 쉽게 말하면 “나는 누구인가?”의 답이라 생각하면 돼요.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 France, 1596.03.31 ~ 1650.02.11)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라는 말을 했죠? 생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라서 나를 만들어내고 있는 힘을 긍정하는 것이고, 이건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풀어 쓸 수도 있어요. 이 것에 대해 더 자세하게 들어가면 너무 어려울 수 있으니 일단 넘어 가도록 할게요(대학 강의도 아니고...).

자아가 없다는 것은 ‘자기 의식의 대상이 없다’는 것인데, 이는 자아를 구성하는 기본 성분인 대상으로서 지각 될 수 있는 자아의 본질적인 부분이 없다는 것이에요. 그런데 이 자아의 본질적인 경향이 무엇인지는 아직 그 누구의 철학자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고 하네요. 그저 시대적인 경향에 따라 이런 식일 것이라는 추측만 하고 있을 뿐. 자아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다면 사람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돼요. 그러나 대상으로서의 실체가 확실하지 않은데도 생각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 회의적 관점도 있어요.

사람의 자아는 태어나서 15개월 즈음 나타난다고 해요. 갓 태어난 영아는 자신과 세상을 구별하기 힘든데, 15개월 정도 지나면 세상과 자기 몸을 구분하면서 신체적 자아가 나타난다고 하죠. 15~24개월 즈음 되면 자신의 이름을 통해 자신을 알게 되며 자기의 것을 주장하기 시작해요.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이름이나 엄마 아빠 등의 말을 익히면서 이 때 자아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거죠.

자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감을 통틀어 나를 구성하는 것의 집합체가 될 수 있어요. 후천적으로 신체의 일부가 결손된 사람들은 자아의 갱신이 이뤄지지 못하여 그 곳에서 환상통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안경처럼 몸에서 떼놓지 않고 사용하는 도구나 장비를 자아의 일부로써 추가적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죠.


지그문트 프로이트(Sigismund Schlomo Freud, Austria, 1856.05.06 ~ 1939.09.23)가 정립한 자아 개념도 있어요. 사람은 성장하면서 의식적 마음이 발달하는데, 본능을 억누름과 동시에 본능으로부터 오는 충동을 만족 시킬 선택을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게 자아에요. 현실에 위배되지 않음과 동시에 본능의 욕구를 어떻게 하면 만족 시킬 수 있는지 찾는 성격의 개념 중 하나라고 보는 거죠. 자아는 논리적 사고를 수행하면서 우리가 현실에서 사는 것을 도와줘요.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배우고, 사고하고, 추리하는 인지적 기술을 발달 시켜야 해요. 성숙한 자아를 가진 사람은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 시킬 수 있는 인지 능력을 갖고 있어요.

삶은 어디로, 어떻게 갈까요? 나도 몰라요. ⓒ 지식테이너 김승훈

자아의 상위 개념 ‘초자아(Super Ego)’는 양심이나 도덕 등을 맡아 관리해요. 만일 자아가 본능적 욕구를 따라가면 자아는 초자아로부터 처벌의 위협을 받게 돼요. 이러한 반응을 ‘도덕적 불안’이라고 하죠. 자아가 위협 받는 상황이 오면 ‘현실불안’ 현상이 오게 돼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사고를 하는데 이 사고를 ‘방어기제’라고 하는 거죠. 방어기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를 해 볼 예정이에요.


프로이트가 자아의 개념을 정리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인지 행동에 대해서는 동일시, 반동형성, 승화, 억압, 주지화, 치환, 퇴행, 투사, 합리화 등이 있어요.


동일시는 상대방에게 스스로 매력을 느껴 상대방이 갖고 있는 성격, 태도, 외모 등과 같아지려는 현상이에요. 사실 영향력의 주체는 어떤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가 대부분 없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그 주체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성취한 업적이나 사고 방식 등에 매료되어 그를 모방하고 싶은 심리가 나와요.

반동형성은 받아들일 수 없는 욕구와 대립 되는 행동을 취해서 그러한 욕구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예요. 특정 대상에 대한 적대감을 외부로 표출하면 불안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와 상반되는 감정이나 행동을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욕구를 회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승화는 불안을 한 차원 높여 사회적으로 공인된 방식으로 해소함을 말해요. 부끄러운 동기를 보다 점잖은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보면 돼요. 아픔을 억지로 떨쳐내는 것보다 이를 이용하여 창작에 활용하는 것도 승화의 한 가지 형태로 볼 수 있어요.

억압은 불안을 유발하는 요인을 내면 세계 아래로 밀어내는 것을 말해요. 자신이 갖고 있는 동기에 대하여 불안을 느껴 나머지 동기를 의식적 영역에서 의식 할 수 없는 영역으로 밀어내는 것이죠.

주지화는 감정적으로 해소되어야 하는 불안을 해소 시키지 않고, 이성의 영역으로 밀어내어 타자화 시키는 행동을 말해요. 흔히 자아를 지키기 위한 주장의 입증을 위해 감정에 의존하지 않고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지만, 정작 그 근거는 논점을 벗어나 의미 없는 말을 하는 경우들이 많아요.

치환은 억압된 욕구를 제3자가 대리 해소하게 하는 인지 행동이에요.  예를 들자면 옛날 우물가에서 빨래하던 사람들이 시어머니 탓하면서 다듬이 돌을 향해 방망이를 내려치는 행동을 들 수 있죠. 우리가 오락실에서 펀치 기계를 향해 있는 힘껏 주먹을 날리는 것을 생각해도 돼요. 아니면 펌프를 할 때 겁나게 어려운 난이도의 스텝을 선택하여 들입다 밟아대든지..

퇴행은 자신에게 만족을 주었던 특정 시기로 돌아가는 인지 행동이에요. 이전의 시기로 돌아가는 방법을 통해 불안에서 벗어나는 것이죠. 반대로 특정 시기의 상처 받았던 자아에게 스스로 위로를 하면서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있어요.

투사는 자신에게 불안을 야기 시키는 내면의 동기나 생각들을 다른 사람에게 떠맡기는 방식의 인지 행동이에요. 이를 통해 마치 자기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행세하는 방식이죠.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자기 혐오를 피하기 위해 상대에 대한 혐오를 동반하기도 해요. 한때 많이 해 봤던 방법이긴 한데, 마음 고생이 많이 심했죠.

합리화는 불안 상태에서 남들도 믿을 만한 이유를 둘러대면서 그 불안 상태를 벗어나려는 것이에요. 예를 들자면 에스컬레이터에서 바쁘다고 걸어 올라가면서 다른 사람들이 다들 오른쪽으로 비켜 서고 몇몇 사람들이 앞에서 걸어가길래 자기도 걸어갔다고 합리화를 하는 거죠. 실제로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면 기계에 가해지는 힘이 커지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커요. 그리고 에스컬레이터에서 뛰어 내려간다고 해도 들어오고 있는 열차 탈 수 있을 것 같죠? 안 될 거예요(왜냐구요? 나도 해 봤으니까 알지...)


살다보면 자아가 강한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자아가 강한 것자아가 성숙한 것은 엄연히 달라요. 자아가 강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별로 좋지는 않아요. 특히 자기 자신의 본래 모습을 숨기고, 때로는 버리기도 하면서 정형화된 방식을 따라가길 요구하는 조직 문화 등에서는 시선이 정말 안 좋게 보이는 경향이 있어요. 사회에서 성공하며 명예를 얻은 사람들은 자기 주장이 강해도 웬만해서 넘어가 주는 편인데, 유명하지도 않은 사람이라면 사는 게 힘들 거예요.

자아가 강한 사람들은 그 만큼 자기 자신의 취향이나 영역이 강하고 다른 사람의 간섭을 싫어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편이라 직업을 갖더라도 자기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가까이 두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굳이 맞지도 않는 사람에게 자기의 사적인 요소들을 열고 갈등을 겪어가면서 살아가는 것을 피곤해 하기 때문에 차라리 혼자 외롭게 사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어요. 개인주의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자아가 강하더라도 성숙한 사람은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알죠.

자아가 강한 편인데, 성숙한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해요(대외비 내용은 없는 사진). ⓒ 지식테이너 김승훈

자아가 강한 사람들 중에서도 사회 생활에서는 최대한 포장을 해서 유한 성격을 가진 척을 하며 친절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어요. 사적인 면에서는 자아가 강해 독신을 주장하거나 본인 취미에 돈을 많이 쓰는 것은 선진국 사회에서 아무리 대통령이나 왕이더라도 어쩔 방법이 없지만. 자아가 강한 사람들은 외골수적이고 고지식한 사람들도 있는 편이에요. 대부분 이런 특징들을 갖고 있다고 하네요.

경우에 따라 연락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꽤 있을 수 있는데, 만나는 친구는 거의 없는 편.

싱글의 삶을 살며 연애도 잘 안 함. 설사 결혼을 하더라도 이혼 할 확률이 높은 편.

외출도 대개 혼자 하는 편.

취미 등 자기가 선호하는 취향이 매우 뚜렷하고 개성이 강함.

다른 사람이 자기의 사생활에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음.

성숙하지 못한데 자아가 강하면 노골적으로 독불장군 기질을 공공연하게 잘 드러냄.

종교와 관련해서는 영적인 힘을 아예 믿지 않거나, 골수분자 수준으로 종교에 빠질 수도 있음(신천지 등).

(갑자기 우리나라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누군가 생각나는데, 그 사람만 생각하면 에휴...)


나도 자아 강한데... ⓒ 지식테이너 김승훈

사실 나도 자아가 꽤 높은 편이긴 해요. MBTI가 INFP 인프피라고 얘기 했는데, 4가지 요소가 모두 80~90점이 넘는 인프피 순수 그 자체. 인프피의 경우 개인주의 성향이 상당히 강하지만, 억지로 자기 중심으로 분위기를 맞추려고 하지는 않아요. 인프피의 자아가 성숙할 경우 삶의 가치를 고민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물론 내가 만나는 친구가 거의 없는 편이기도 하고, 외출도 혼자 하고, 다른 사람이 참견하는 거 안 좋아하는데... 독불장군 기질은 없거든요. 종교 신앙이 강하긴 하지만 신천지 같은 건 아니니까 괜찮고... 다만 내가 이혼을 할 것 같지는 않은 게, 일단 연애부터 엄청 신중하게 결정하는 사람이라...(일단 새로운 연애 좀 해야 되는데... ㅠㅠ)

어쩌겠어요. 내가 이렇게 태어난 건데 어떡해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 그 자아는 건강하게 강해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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