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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썬이 Jan 28. 2023

엄마의 글쓰기 수업(2)

애국자의 실토


두 번째 수업날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1주 차 수업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보완하고자 단단히 마음먹은 날이었다. 노트북을 안 쓴 지 오래된 나는 핸드폰 거치대를 챙기고, 만렙주부로서 불필요한 지출을 막기 위해 언젠가 받았던 스타벅스 기프티콘과 사이즈 업그레이드 바코드까지 야무지게 찾아놨다. 조용한 카페에서 핸드폰을 보며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소리 내어 나누는 것이 왠지 부담스러워 더 나은 장소가 있을까도 고민했는데, 직원들이 손님에게 무관심한(방해하거나 개입하지 않는) 스타벅스 특유의 분위기보다 더 편안한 곳은 없어 보였다.


첫 칼럼이었다


두 번째 수업의 주제는 ‘칼럼 쓰기’였다. 1주 차 수업에서 배운 에세이에 사회적인 문제를 담으면 칼럼이 된다고 했다. 작가에게 글감은 총알과도 같은 것인데, 독서다운 독서를 한지 오래되어 머릿속에 육아 생각으로 빈틈이 없던 나는 칼럼에서마저도 ’애셋엄마‘를 들먹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평소에 하던 생각들이어서인지 걱정보다는 쉽게 써 내려갈 수 있었다.


수업시간에 쓰는 글은 주어진 30~40분 동안 작성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미완성작이다. 아래의 글은 책에 싣기 위해 종강 후에 내용을 추가하고 글쓰기 선생님으로부터 검수를 받아 완성도가 조금 더 높아진 버전임을 밝힌다.



애국자의 실토


내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들은 친한 친구의 첫마디 말은 이랬다. “우와, 축하해! 다자녀 장점이 아주 명확하네!” 물론 이 일로 나와 남편은 무척이나 기뻤다. 아파트 청약 당첨이 아니면 언제쯤 상상 속 내 집을 마련할지 기약이나 있었나. 친정과 시댁에서는 뱃속의 쌍둥이가 복덩이라며 축하해 주셨다. 하지만 쌍둥이가 포함된 다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나라에서 주는 상을 받고 자랑스러워하며 조금 힘들어도 참을 수 있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최근 마스크 착용 제한이 풀리고 여행이 재개되면서 많은 바이러스가 돌고 있다. 집과 어린이집에서만 지내는 어린아이들인데도 끊임없이 새로운 감기에 걸린다. 한 명이 걸리면 결국엔 세 명이 다 걸리고 나도 걸린다. 감기에 걸린 아이는 쉽게 지쳐 잘 울고 잠도 잘 깬다. 한 명이 깨면 나머지 두 명도 깰 확률이 높다. 나는 감기에 걸려서 아프기보다는 잠을 못 자고 밥을 못 먹어서 아프게 된다.

 

요즘 내가 가고 싶은 카페나 레스토랑은 대부분 노키즈존이다. 나는 노키즈존의 존재 이유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아이들이 매장의 심오한 디자인 의도나 섬세한 맛의 표현을 이해할 리 없다. 테이블 사이를 뛰어다니며 소란이나 피우지 않으면 다행이다. 정성 들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충분히 누리기 위해 대가를 지불하고 방문한 이들에게 아이들의 존재는 민폐가 맞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따로 있을 것이다. 나는 한때 그들과 같은 생각을 했었기에 그 입장이 너무나 이해가 되고 그래서 어디에 있든지 아이와 함께 있으면 눈치를 보게 된다. 이렇듯 아이 셋을 낳은 엄마는 애국자보다 ‘죄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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