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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별 Nov 23. 2022

아이와 '늘 함께' 하는 이 시간.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영국생활.


 "아이, 엄마 그만 부르세요"

잡고 가던 손을 놓고, 아이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전에 없던 역정(?)을 낸다. 아이가 즐겨보는 "The magic school bus" 주제곡을 좀 흥얼거렸더니 그 노래 그만하라는 것이다. 내 흥얼거림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유난하기에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었더니 "남이 들으면 창피해서" 란다. 

한국나이로 올해로 딱 10대가 되더니 이전과 다르게 여러 변화들이 눈에 띄게 드러난다. 예전엔 주는 옷이라면 아무거나 입던 아이가 올해부터는 불편하다, 이상하다, 여자같다, 그냥 싫다(?)는 다양한 이유를 들어 거부하기도 하고, 여태까지 써오던 '헬로카봇 튜브' 도 아기같다고 이젠 쓰지 않겠단다. 덤으로 공룡이 그려진 배개도 바꿔달란다. 아직 내 눈에는 여전히 아기같은데 언제 이렇게 컸는지... 뭐라 말로 표현해야할지 모르는 순간을 느끼는 요즘이다.


영국은 보통 기본적으로 year 5 까지 등, 하교를 부모가 직접 하게 되어있고, 아이 혼자서 길거리를 다닐 수 없다. 물론 우리나라보다 좀 더 어린 시기에 초등학교를 가긴 하지만, year5면 만 9~10세인데 만 나이를 감안해도 꽤 오랫동안 부모와 함께 등하교를 하는 것이다. 집에 초등학생 아이를 부모 없이 혼자 둬서도 안된다. 만약 이웃이 신고해 경찰이 방문했는데 정말 아이가 집에 혼자 있다면 그 즉시 부모와 아이를 분리시킨다고 한다. 주위 이웃이 뭐 남일에 관심이 있으랴 싶겠지만 천만에, 하우스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주택가에는 늘 '커텐 뒤의 영국인' 이 존재하는 법. 몰래 지켜보고 있다가 신고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생일이 늦어 만6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우리 아이의 형편에  사실 '독립심'을 강조하는 한국의 분위기가 영 불편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나는 이런 영국의 분위기가 처음부터 좋았다. 학교와 학원가는 시간, 숙제하는 시간 등을 빼면 사실상 하루동안 아이와 같이 보내는 시간을 갖기 힘든 한국과는 다르게 여기서는 기본적으로 등, 하교만 해도 하루 30분 이상은 아이와 함께 발맞춰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학원차'라는 것이 없어 학원을 가더라도 어디든 따라가 데려다주고, 데리고 와야하니 확실히 한국에 있을때보단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많다. 

올해들어 학교가 가까워지면 슬그머니 손을 빼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이는 길을 걸을땐 어김없이 내 손과 팔을 붙잡고 앞뒤로 흔들어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따뜻하고 가느다란 아이의 손을 꽉 잡으며 이렇게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될까...하는 감상적인 생각에 빠지곤 한다. 아이가 빨리 컸으면 싶다가도, 이럴땐 빨리 크는 것이 아깝고 아쉽기도 하다. 


 그 어느때보다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가족, 어쩌면 이렇게 세식구가 똘똘 뭉쳐 지낼 마지막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참 많이 드는 요즘이다. 아이가 점점 성자해 '독립' 이란 이름으로 우리 곁을 떠날때, 그리고 훗날 영국에서의 시간들을 추억할 때 그 무엇보다 부모와 '함께' 했던 이 시간을 귀하게 기억했으면 하고 소망해본다. 지금 '함께' 하는 이 시간들이 아이가 자라며 넘어야 하는 산들을 넘어갈 때 힘이 되어주었으면... 아이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그리고 우리 세 식구가 오롯이 함께 하는 이 시간들이 참 귀하고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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