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별 May 16. 2024

유투브가 소환해 준 사춘기의 추억

 유투브 알고리즘 덕분에 매번 검색하지 않고도 내 취향에 맞는 영상을 볼 수 있는 요즘이지만 가끔은 이 알고리즘이라는 게 뭔가 섬뜩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최근 (옛) 2000년대 노래들이 갑자기 듣고싶어서 그 시절 즐겨듣던 대표곡 몇개를 유투브로 검색해서 들었는데 이 영리한 유투브가 그걸 놓치지 않고 좀 더 깊이있는 2000년대 여러 영상들을 추천하기 시작했는데 그 추천 리스트에 가수 조성모 콘서트 영상도 몇개 떠 있는게 아닌가?!?! 추천된 영상을 보고 나도모르게 내 이마를 쳤다 ㅋㅋ 그동안 왜 유투브에 이걸 검색해 볼 생각을 못했었지...?




 지금 10대들은 어떤지 솔직히 자세히 모르지만 2000년대에 10대를 보낸 사람이라면 그룹이든 솔로든 좋아하는 가수 한명쯤은 다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는데 돌아보면 내 사춘기의 팔할은 '가수 조성모' 였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ㅋㅋ 신곡을 발표하기 몇주 전부터 학교 앞 레코드사에 미리 음반을 예약해서 구매하고 서점에서 '신드롬', '뮤직라이프' 같은 연예잡지를 사서 각자의 오빠들이 나온 부분을 오려서 친구들과 서로 공유했던 그때 그 시절 ㅋㅋ 주말엔 인기가요 20을 보며 공테이프에 영상을 녹화하고 올해 드림콘서트에 오빠가 나오느냐 마느냐 촉각을 곤두세웠던 ㅋㅋ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심각했었는지 웃음밖에 안나오지만 어찌보면 그 덕분에 사춘기를 별탈없이 무난하게 잘 넘긴건가 싶기도 하다. 


여튼 성모오빠는 그 시절 정규앨범 마지막 활동으로 늘 전국투어 콘서트를 했었는데, 내가 사는 곳이 항상 투어에 포함되있어서 지방에 살던 지방팬 치곤 나 또한 꽤 많은 콘서트에 갔었다. 그런데 똑똑한 유투브가 알고리즘으로 그때 성모오빠의 콘서트 영상을 딱! 추천해 준 것이다.

20년만에 그때 그 공연 영상을 다시 보고 있으니 어렸던 그때 그 감성과 기억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텔레비젼 오빠랑 진짜 결혼할수도 있다고 믿었던 순수한 시절 ㅋㅋ 정작 오빠보다 내가 더 빨리 결혼하고, 애도 더 빨리 낳을줄 그때의 나는 꿈에도 생각 못했겠지.... ㅋㅋㅋㅋㅋ




 그 시절 그때를 추억하다 결국 마지막으로 떠오른 기억이 하나 있다. 콘서트가 끝나고 공연장을 나서면 밤늦은 시간 공연장 앞에 줄지어 차를 대놓고 자녀들을 기다리던 부모님들로 인산인해였는데 그 사이에서 똑같이 차를 대고 나를 찾아 서성이던 아빠의 모습. 생각해보면 부모님께서는 열린마음으로 그 당시 내 감성을 이해해 주셨었다. 지나갈 사춘기감성이라 생각하셨을지, 아님 그럭저럭 자기 할일은 해가며 좋아하는 연예인이다 싶으셨는지 이유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늘 때마다 콘서트 비용도 입금해주시고, 차에 타기만 하면 틀어댔던 노래들도 즐겁게 들어주시고...공연이 끝나면 11시가 훌쩍 넘는 늦은 시간 늘 공연장 앞에서 나와 친구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려 주셨었지.


 약 3년간의 짧고 굵은(ㅋㅋ) 덕질을 했던 그때의 나는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곧 진정한 틴에이져가 될 내 아이에게 사춘기란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것인가 내심 미리 신경쓰면서 아이를 요리조리 살피는 지금, 부모가 되어보니 그때 아빠의 마음을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아빠만큼 그렇게 나도 우리 아이의 사춘기를 이해해줄 수 있을까.. 잘 내색하지 않으셨지만 그때 아빠는 어떤 마음으로 연예인 덕질하는 딸을 바라보셨을까...이제와서 새삼 이런것들이 궁금하다. 


 유투브 알고리즘이란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오싹한 것이다. '덕분에' 그때의 추억을 다시 떠올려보게 되었다고 해야할지.... 결론은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었을 때에에 비로소 헤아려보게 되는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멜로드라마는 언제나 좋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