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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린 Dec 17. 2024

메모리 칩(Memory Chip)

PART 3. 뇌칩인간

                                        *


민수가 표정을 찡그린 채 눈을 조금씩 떴다. 동시에 엄청난 두통에 민수가 고개를 위로 젖혔다. 그때, 은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났네요?”

“으음..”

민수는 신음소리를 내며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은정이 투척용 무기가 잔뜩 놓인 테이블 구석에 걸터앉아 다리를 꼰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민수는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은정을 뚫어지게 보다가 이내 기억이 나 분노하며 몸을 들썩였다. 은정에게 달려가 제압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민수가 자신의 몸을 보자 의자에 밧줄로 꽁꽁 묶여있는 것이 보였다. 민수는 이를 꽉 깨물고는 말했다.

“이거 풀어. “

은정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어머, 무서워. 풀어주면 가만히 협조해 줄 거야? “

민수는 은정을 노려보며 말했다.

“협조할 테니까 이거 풀어.”

“지금은 안 돼.”

은정은 민수에게 다가가 어깨를 톡톡 치며 말했다.

“곧 풀어줄게. 일단 내 이야기 먼저 들어줘.”

민수는 은정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자가 흔들릴 정도로 몸을 들썩였다. 은정은 민수의 눈앞에 주사기를 꺼내고 말했다.

“이렇게 계속 비협조적이면 다시 기절시킬 수밖에 없어.”

민수는 은정을 노려보더니 이내 가만히 멈췄다.

은정은 그런 민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착하다.”






민수는 사내변호사로 노후 대비 및 미래에 더 편하게 살기 위해 ‘뇌칩인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미 펄센코에서는 임상실험에 성공했으니 걱정도 없었다. 간단한 수술과정은 메모리 칩을 뒷목에 삽입하게 되면 뇌에 연결된 칩이 뇌파를 통해 활동 및 생각을 기록하며 자동으로 저장했다. 그렇게 데이터를 쌓아가게 된다. 한 메모리 칩당 기록은 20년까지 저장이 가능했다. 이후에는 칩을 빼서 판매하거나 다른 칩을 이식하여 다른 이의 지식을 쉽게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메모리 칩도 큰 업적을 가지고 있거나 전문직종의 뇌칩인간의 것 일수룩 가치는 높았다. 민수는 미래에 자신의 메모리 칩을 판매하고 편하게 살 노후를 준비하고 싶었다. 그래서 펄센코에 인맥까지 동원해 예약을 잡았다. 내년까지 대기가 밀려있다는 그 메모리 칩 이식수술 예약을 말이다.


그렇게 고대했던 민수의 메모리 칩 수술날은 공교롭게도 은정의 남자친구인 종현이 사망한 날짜와 같았다. 종현은 뇌칩인간 프로젝트 임상실험에 참여했던 인원이었다. 임상실험은 성공했었고, 그는 그 대가로 1,000만 원의 돈을 받았다. 종현은 이전에 특수부대 출신으로 수많은 전쟁에 참여했었다. 그리고 용병일을 하다가 은정을 만나게 되었다. 종현과 은정은 함께하기 위해 현재 민수가 갇혀있는 이 산속에 은신처를 만들어두었고, 생각보다 합이 잘 맞았다. 절도에서 마약 수송, 청부 살인까지 돈이 되는 일들은 다 했다. 그렇게 종현과 은정이 함께 모아두었던 돈이 어느 날 모든 돈이 사라졌다. 종현과 함께.


종현은 은정과 함께 모았던 돈을 전부 가지고 도망갔고, 은정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를 추적했다. 일주일 후, 종현이 은정을 피해 자주 갔었던 카지노 안에서 그를 찾아냈다. 은정은 은신하며 대낮부터 도박을 하는 그를 지켜봤다.

“아이씨, 또 잃었네. “

종현은 비틀거리며 슬롯머신에서 일어섰다. 중심을 잃은 그는 발을 헛디디며 슬롯머신에 손을 뻗었다. 잔뜩 놓여있던 빈 술병을 치자 바닥에 떨어진 술병이 와르르 깨졌다. 카지노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봤고, 이내 곧 양복을 입은 덩치 큰 사내가 종현에게 다가갔다.

“어이, 이제 그만 일어나지?”

종현은 덩치 큰 사내에게 끌려나가 카지노 입구 앞에 버려졌다. 대자로 뻗어 쓰러져있는 종현에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은정은 한동안 그를 지켜보다가 그에게 다가가 부축하며 말했다.

“자기? 왜 이렇게 술이 떡이 됐어. 내가 한참 찾았잖아.”

“어? 은정..이다! 우리.. 방으로.. 가..? 나 너무 졸..”

“응, 방으로 가자. 어깨에 올려.”

은정은 근처 발렛대기 중이던 뒷좌석 차문을 열고 종현을 아무렇게나 던져 넣었다. 그리고 은정은 운전석에 탔다. 시동을 걸고 이동하자. 발렛직원들이 당황하며 다가왔다.

“어.. 어..?”

은정은 차량을 막으려 하는 직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칠게 차를 몰며 시외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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