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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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민수는 일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하, 피곤하네. 퇴사하고 싶다. “
민수는 넥타이를 조금 풀어헤쳤다. 그리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주차해 둔 민수의 자동차 앞에는 오늘 아침 카페에서 봤던 은정이 서있었다.
민수는 미간을 찡그린 채 성큼성큼 은정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뭐예요? 스토커예요? “
은정은 킥킥대며 웃었다. 민수는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차에 탔다. 은정은 민수를 따라서 조수석에 탔다. 민수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내려요.”
은정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민수는 한숨을 길게 쉬더니 말했다.
“내리지 않으면 신고할 거니까 빨리 내려요.”
은정은 민수가 신고한다는 말을 듣고,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본인의 차키를 흔들며 말했다.
“음, 그럼 반대편에 있는 제 차로 갈까요? 같이 갈 곳이 있는데.. “
맞은편에는 P사의 분홍색 카이엔이 등을 깜빡였다.
민수는 약간 놀라며 말했다.
“돈이 많으신가 봐요? 제가 뭘 믿고 그쪽이랑 같이 가죠.”
“돈 많았었죠. 요즘 달라진 거 없었어요? 꿈을 자주 꾼다거나 뭔가 보인다거나..”
“그건 어떻게 알았어요?”
안 그래도 민수는 최근 자주 꾸던 꿈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은정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따라오면 알려줄게요. 왜 그런지.”
은정은 차에서 내려 맞은편에 있는 분홍색 차에 탔다. 민수는 핸들을 꽉 쥔 채 잠시 고민을 하다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은정의 차 조수석에 탔다. 은정은 시동을 걸고 거칠게 지하주차장을 나가기 시작했다. 민수는 몸이 좌우로 거칠게 흔들렸다. 불만 섞인 목소리로 민수가 말했다.
“좀만 천천히 가면 안 돼요?”
은정은 그런 민수를 보더니 킥킥대며 말했다.
“무서워요? 알겠어요.”
은정은 창문을 내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창문 밖으로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담배 피워도 되죠?”
민수는 그런 은정을 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담배연기가 반복적으로 바람을 타고 안으로 들어오자 민수는 표정을 찡그리며 조수석 창문을 내렸다.
그런 민수를 보고 은정이 담배 한 개비를 내밀며 말했다.
“피워요.”
민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비흡연자예요.”
“아, 몰랐네요.”
은정은 피우던 담배를 창문 밖으로 던지며 말했다.
“거의 다 왔으니까 불편해도 좀만 참아요.”
차는 어느새 시내를 벗어나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민수는 어디로 가는지 몰라 점점 불안해졌다.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걸. 뭐에 홀린 건지..‘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 민수는 입을 앙다문 채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허름한 컨테이너 앞에서 차가 멈췄다. 주변에 가로등조차 없는 산속에서 오로지 자동차 등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컨테이너를 비추고 있었다. 은정이 차에서 내렸다.
“여기가 어디예요?”
민수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은정은 말없이 컨테이너로 다가갔다. 자세히 보니 컨테이너에는 문이 있었고 은정은 번호키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은정이 컨테이너 안에 불을 켰다.
컨테이너 안에는 수많은 총들이 벽면에 진열되어 있었고, 가운데 테이블 위에는 수많은 칼과 투척용 무기들이 놓여있었다. 은정은 놀란 민수를 보며 물었다.
“여기 모르겠어요?”
민수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대답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무기들은 처음 봤어요.”
은정은 갸우뚱하며 말했다.
“음, 그러면 안 되는데..”
은정은 단검을 하나 들더니 능숙하게 휘두르며 민수를 가만히 바라봤다. 민수는 겁에 질려 목소리가 떨렸지만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나..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죠?”
“어떻게 할 생각 없어요. 그냥 도와줄 생각이죠. “
은정은 민수의 주변을 서성이며 오른손으로 단검을 휘둘렀다. 민수의 시선이 단검에 꽂혀있을 때, 은정의 왼손에서 주사기가 튀어나와 민수의 어깨에 꽂았다. 민수는 당황하며 은정의 목을 붙잡았지만 이내 쓰러졌다. 은정은 쓰러지는 민수를 잡았다. 그리고 의자에 앉힌 뒤, 밧줄로 그를 꼼꼼하게 묶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