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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y Jul 31. 2020

내가 사랑한 도시 (1) 싱가포르

락사 한 그릇에 타이거 맥주, 밤 비행 랜딩 후 우리만의 ritual



비행을 하다 보면 승객들이 ‘What’s your route?’ 혹은 ‘Where do you usually fly?’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즉 네가 주로 운항하는 비행 루트가 무엇이냐, 혹은 주로 어디로 비행을 자주 가냐는 질문인데, 다른 항공사는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는 정말이지 따로 ‘루트’라는 것이 없다. 그래서 딱히 숨기려는(?) 것은 아닌데 ‘루트가 없다’ 거나 ‘everywhere’와 같이 애매하게 대답하게 되고는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팀 비행도 아니고, 따로 어느 승무원은 어디를 간다고 정해진 것도 없기에, 정말 매달 로스터에 따라 제각각의 로스터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취항지가 160개가 넘는 마당에 그 어디를 ‘주로’ 간다고 말하기가 더 애매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물론 그 달 그 달 각자가 비딩(비행을 신청하는 것)할 수 있으니 그렇게 본인이 따로 신청한 비행은 예측 가능하다고 쳐도, 나머지 비행에 대해서는 과연 로스터가 나를 아프리카로 데려갈지, 유럽으로 데려갈지, 혹은 생각지도 않게 고향으로 데려다 줄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오죽하면 우리가 로스터를 주관하는 ‘로스터링 신’이 있다고 칭하겠는가. 하하하. 물론 그 와중에서도 묘한 나름의 규칙 같은 것은 있게 마련이다. 사람마다 이상하게 유난히 특정 비행을 많이 받게 되거나, 반대로 특정 지역/비행과는 영 연이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특정 나라 혹은 도시로의 혹은 비행을 자주 하는 사람을 두고 우리는 ‘frequent flyer’라고 부른다. 즉 그 나라 혹은 도시로의 비행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고 해석하면 되겠다. 나는 입사 6개월 만에 미국 비자를 받은 이래로 거의 매달 미국 비행을 했을 만큼 미국 frequent flyer이다. 하지만 미국 레이오버 얘기는 재미없으니까 제쳐두고, 그다음으로 frequent 하게;자주 간 곳 이야기를 가볼까 한다.


바로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 비행은 사실 비행 시작한 지 1년 반이 넘어서야 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내가 입사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변함없이 Airbus 350으로 운항했는데, 나를 포함한 비슷하게 입사한 동료 세대는 그 A350을 탈 수 있는 기종 트레이닝을 입사 1년이 되어서야, 즉 일반적인 경우보다 꽤나 늦게 받았기 때문이었다. 싱가포르에 가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트레이닝을 기다려왔고, A380이 아닌 A350 트레이닝을 받기를 바라기도 했었다.


입사한 지 꽤나 지나서야 시작했으니 싱가포르 비행은 사실 후발주자(?) 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가장 많이 방문한 곳으로 나온다. 미국은 사실 ‘미국’으로 집계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별로 숫자가 집계되기에 회사 사이트에서 보이는 숫자로만 보면 싱가포르 방문 횟수가 가장 높다. 현재까지 12번이다. (미국은 도시별로 방문 횟수를 다 모으면 32번이다.) 심지어 2019년과 2020년, 두 번 다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에서 불꽃축제를 보면서 했다. 오죽 내가 싱가포르에 자주 갔으면 사람들이 내가 인스타그램에 싱가포르 사진을 올릴 때마다 ‘너는 싱가포르가 베이스냐’ 하는 댓글이 심심찮게 달렸고, 주변 동료들이 로스터에 싱가포르 비행이 찍혀 나오면 나한테 이 비행 가져가지 않겠냐고 따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렇게 다들 이 비행을 팔아버리고(?) 싶어 하는 데는 비행이 힘들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싱가포르 비행은 비즈니스 클래스 크루들에게 악명 높은 비행으로 꼽혔다. 매번 만만 석이다 못해 오버부킹이라 승객들을 이코노미 클래스로 다운그레이드 해야 할 만큼 꽉꽉 들어찬, 유난히 비즈니스 클래스만 풀풀풀 비행인 것은 기본, 소위 ‘high profile;하이 프로파일’ 비행으로 꼽혀, 손님들의 수준이나 기대치가 높은 비행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손님들이 까다롭게 굴어 컴플레인을 자주 하기로 유명한 비행 중 하나이기도 하다. 거기다 일하는 환경은 또 오죽 빡빡했던가. 최근에야 비즈니스 클래스에 우리가 일할 수 있는 공간인 갤리가 두 개 있는 A350-1000이 도입되어 우리 승무원들의 삶의 질이 한결 나아지기야 했지만, 기존의 A350-900 시리즈에서는 작고도 작은 갤리 하나에서 36명 치의 음식을 모두 준비해야 했다. 어쩌다 덩치 큰 크루라도 한 명 있다 치면 다 같이 서 있기도 어려운 그 작은 공간에서 우리는 이리 부대끼고, 저리 부대껴가며, 서로 하도 부딪혀서 ‘쏘리’를 달고 살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신없이 일을 했고,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캐빈을 뛰어다녔었다.


그런 비행을 나는 뭐가 그렇게 좋아서 그리 자주 갔느냐 물으면, 글쎄 일단 시작은 친구가 있어서였다. 나를 맞이해주고 좋은 시간을 보낼 마음 맞는 친구가 카타르가 아닌, 한국도 아닌 제3의 나라에 존재한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낯선 곳이지만 그렇게 자주 가다 보니, 그리고 친구가 있다 보니 은근히 집 같았지만, 집이라 하기에는 카타르가 내 집이니 싱가포르는 집은 아니었다. 그래서 한국도 집이고 카타르도 집이니 싱가포르는 제3의 집이라 이름 붙이게 되었다. 첫 방문에는 당연히 마리나 베이 샌즈와 가든스 바이 베이 등의 각종 관광 코스를 다 찍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진도 남겼지만, 자주 가다 보니 나중에는 그저 함께 브런치를 먹고, 우리 호텔 근처의 몰에서 영화를 보기에 이르렀다. 그만큼이나 그저 내 나라 내 도시에서 친구를 만나 어울려 노는 것 같은 편안함이 들었다. 친구 역시 비행 스케줄이 있다 보니 나중에는 내가 싱가포르 비행을 받았지만 친구가 다른 나라로 비행을 가 있기도 해서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뭐 나 역시 자주 가다 보니 익숙해져서 은근히 혼자 잘 놀게 되었기는 하지만, 그래도 2018년 12월 31일에 싱가포르에 도착해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하러 갈 채비가 되었을 때 친구가 없는 것이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내 아쉬움이 무색하게 친구는 호텔에 내게 줄 선물을 가득 맡기고 갔었다. 8시간이 넘게 머리 없는 치킨처럼 캐빈을 뛰어다니며 도착한 곳에서 나를 양손 한 아름 안아주는 커다란 쇼핑백에는 깨알같이 이것저것 참으로도 많은 물건들과 편지가 빼곡하게 차 있었다. 싱가포르는 내게 그런 곳이 되었다. 내 집이 아닌데도 어딘가 정 붙일 곳이 있는, 그런 곳 말이다.


물론 혼자 보내야 한다고 서운해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얼마든지 혼자 나가서 평소에 먹고 싶었던 아시아 음식도 사 먹고,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새 옷을 사서 들어오기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차드 로드 한가운데에 위치한 우리 호텔에서 어디든 스스로 못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딱히 대단한 곳을 찾아가지 않아도, 호텔 문만 나서도 양 옆 사방으로 쇼핑몰이 펼쳐져 있었고, 그 무엇을 사고 싶든, 그 어떤 음식을 먹고 싶든 이름만 대면 모든 것이 다 가능한 곳이 싱가포르이었다. 자유였다.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는 독립성과, 그 모든 곳에 접근할 수 있는 편리함에서 오는 자유가 바로 그곳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싱가포르를 12번이나 비행으로 갔으면서 단 한 번도 함께 비행 한 크루들과 어울려 관광을 나가본 적이 없다. 승무원들마다 레이오버를 보내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주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 날 함께 비행 한 크루들과 어울려 관광을 나가고는 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이고 예외인 곳이 바로 싱가포르였다. 그만큼이나 그곳에서 나는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이 컸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다른 누군가의 동행이 굳이 필요 없을 만큼 싱가포르는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 내가 그 날 비행을 함께 한 크루들과 꼭 함께 하는 것이 있었다. 아, 물론 모든 싱가포르 비행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싱가포르 비행은 하루에만 여러 편이 있어서, 오전, 오후, 그리고 밤 중 언제 랜딩 하느냐에 따라 그 레이오버의 성질이 달라지게 마련이었으니 말이다. 그중 싱가포르 시간으로 밤 8시 혹은 9시에 랜딩 하는 QR 944편을 운항했을 때만 이루어지는, 우리만의 의식 같은 것이 있었다. 바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옷만 갈아입고 뛰쳐나가 호텔 바로 옆의 오픈 푸드코트에서 락사를 함께 먹는 것이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거리가 꽤나 있어서, 호텔에 도착하면 보통 10시나 11시쯤 되었었다. 그 시간에는 주변의 식당이나 쇼핑몰이 다 문을 닫았을 시간이라, 야식을 먹을 수 있는 최적의 곳은 호텔 바로 옆에 위치한 푸드코트였다. 포장마차 느낌으로 오픈되어 있는 공간에 가게 몇 개가 줄지어 있는데, 원하는 곳에서 음식을 주문해 와서 아무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길가 푸드코트’인 이 곳은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했기 때문이었다. 밤이 늦었기는 하지만 이대로 자기에는 뭔가 아쉽고, 또 새벽이 되어 막상 배가 고파서 잠이 쉽게 들지 않을까 봐 우리는 꼭 이 곳에서 랜딩 직후에 야식을 먹고는 했다. 아무리 새벽 2시까지 한다지만 호텔에서 샤워하고, 쉬다 보면 루즈해지고 게을러지게 마련인지라, 우리의 드릴은 ‘호텔 도착하자마자 옷만 갈아입고 나가기!’였다. 꼭 누군가와 그곳에서 만나자고 약속할 필요 따위도 사실 없었다. 혼자 가더라도 꼭 아는 얼굴을 마주하게 마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피곤에 쩔은 얼굴인데 풀메이크업을 하고 진주 귀걸이까지 여전히 하고 있는 여자를 발견하기란 매우 흔한 일이었다. 유니폼이 없더라도 알아보겠다. 아, 쟤도 우리 크루구나? 나는 반갑게 인사하며 너는 무얼 먹냐고 물어보고는 했다.


한 번은 비행 초반부터 이미 락사 노래를 부르던 한 필리핀 크루가 있었다. 당시 나는 싱가포르 하면 칠리크랩 밖에 몰랐던지라 락사가 그리 맛있냐고 되물었다. 그녀는 그게 질문 이기라도 하냐는 표정을 지으며 ‘싱가포르 랜딩 후 꼭 먹어야 할 음식이야!! 너 매운 거 좋아하지? 코리언이잖아! 그럼 너도 좋아할 거야~ 이 길고 고된 비행 후 우리를 달래줄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지’라고 설명하며 어서 랜딩 해서 락사를 먹으러 갈 순간만을 기다리며 이 비행을 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녀의 영업(?)에 홀랑 넘어간 나는 그 날 랜딩 후 그녀의 ‘랜딩 락사’ 플랜에 조인하기로 했다. 우리는 호텔에 도착해 정신없이 유니폼만 벗어던진 채 푸드코트에서 접선했다. 아, 푸드코트 바로 맞은편의 늘 우리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영업해 주시는, 무려 우리 항공사 비행기의 작은 모형이 카운터에 놓여 있는 환전소에서 싱가포르 돈을 얼른 바꿔오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락사가 그렇게 맛있다는 그녀의 말은, 사실 맛보기도 전에 믿을만해 보였다. 그녀는 ‘고작’ 도합 12번 방문한 나와는 비교도 안 되게, 예전에 싱가포르에 애인이 있었다며 그때가 42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다 나오는 그녀의 싱가포르 방문 횟수에 나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며, ‘싱가포르 전문가’를 따라 락사를 주문했다. 락사는 말레이시아가 기원인 매운 쌀국수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는데, 일단 비행 후 매운 국물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한국인의 특성에 딱 맞는 음식이었다. 나는 심지어 그 맵기도 성에 차지 않아 칠리소스를 추가로 더 덜어와 잔뜩 뿌려 먹었고, 필리핀 친구는 역시 한국인은 매운 음식을 먹는 레벨이 다르다며 혀를 내둘렀다. 싱가포르에서는 특히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락사 르막을 많이 먹는데, 처음 접하는 사람은 그 코코넛 밀크 때문에 어색할 수도 있고,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에게는 호호호, 트리플 호였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너무 맵다 싶으면 맥주를 병째로 들이키며 엄지 척! 을 해 보였다. 그렇게 싱가포르 랜딩 후의 소울 푸드는 락사가 되었다. 다음 싱가포르 비행부터는 비행기가 뜨기도 전부터 락사 노래를 부르는 것은 그 필리핀 크루 혼자만이 아니게 되었다.


그 푸드코트에서는 우리 비행을 함께 한 크루뿐 아니라 다른 비행 편으로 이미 오후에 싱가포르에 도착해 있던 크루를 마주하는 일도 흔했다. 꼭 그렇게 그저 지나가던 크루가 우리 비행의 크루 중 누군가와 아는 사이라 우리 일행에 동행한 적도 여러 번 되었다. 이쯤 되면 소위 싱가포르의 ‘크루 라운지’다. 한 번은 한 친구가 지나가다 우리 그룹의 크루랑 아는 사이라 얼떨결에 조인했다. 우리는 여자 넷, 모두가 락사를 먹고 있었고, 그 친구 역시 우리를 따라 락사를 주문해서 함께 먹게 되었다. 밤에도 느껴지는 싱가포르 특유의 후끈한 열기와 락사의 매운맛은 모공뿐 아니라 마음까지 열리게 하는 걸까? 그 친구는 갑작스레 본인의 친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보는 우리들에게 최근에 남자 친구와 헤어진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마침 우리는 여자 넷이겠다, 모두가 합심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기도 했으니, 참으로 웃지 못할 공간이 바로 그 푸드코트였다. 한 번은 남자 크루가 지나가다 우리 그룹에 아는 얼굴이 있어 조인해서 함께 맥주를 마셨는데, 글쎄 우리 비행의 크루 하나가 그 친구랑 나를 엮어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내 핸드폰을 뺏어서는 그 친구의 번호를 저장해 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하하하. 급 소개팅도 일어날 수 있는 곳, 바로 그 호텔 옆의 물리적,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오픈’된 푸드코트였다.


9번째였나 10번째였나, 이제는 뭐 숫자를 세는 것 조차가 무의미할 정도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무튼 작년 가을에 했던 비행이었다. 분명 모이기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푸드코트에 가 보니 우리 비행의 크루들이 무려 나까지 6명이 되었다. 이제는 내가 락사 영업맨(?)이 되어 애들한테 다들 이거 시키라고 야단이었다. 이 푸드코트에서는 타이거 맥주를 대짜로만 팔아 늘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어쩐 일인지 이 날은 술이 참 잘도 들어갔다. 순식간에 커다란 맥주 한 병을 다 끝내고 한껏 흥이 올라 우리는 몇 차례나 그룹 셀카를 찍어댔다. 혀를 내밀고, 윙크를 하고, 내 사랑 락사를 어떻게든 카메라 앵글에 끼워 넣어 보겠다고 그릇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갖가지 가십과 각종 주제로의 토론은 덤이었다. 부사무장은 우리 비즈니스 클래스 크루들에게 ‘슈퍼바이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 나는 너무 즐겁고 감사하며 행복해하며 일하고 있어!’ 라며 취중진담인지 알 수 없는 조언을 하고 있었고, 동시에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들은 알 수 없는 루머를 이야기하는 듯했다. 나는 너무 빨리 큰 병의 맥주를 끝내서인지 이 모든 이야기가 그저 멀리서 들리는 듯 구름 위에 둥둥 떠다니는 듯했지만 말이다.



그 꽉꽉 들어찬 만석 비행,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또 다 같이 해낸 후의 이 시간은 너무나 꿀 같았다. 맥주는 달았고, 매운 락사는 하루의 피로를 싹 가시게 했다. 13번, 14번, 15번, 그리고 언젠가 나도 42번째로 싱가포르 비행을 할 때까지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비행은 바쁘고, 승객들은 기대치가 높지만, 우리는 또다시 어마어마하게 잘 훈련된 군대와 같이 척척척, 프로페셔널하게 비행을 해낸 후 락사 한 그릇에 타이거 맥주를 마시러 달려 나올 것이다.



길고 피곤했던 비행 끝에 드디어 밤에 도착한 싱가포르. 재빠르게 유니폼만 벗어던지고는 메이크업도 지우지 않은 채 달려와 끈적- 한 싱가포르의 밤공기와 함께 하는 락사 한 그릇. 매콤함과 코코넛의 크리미 한 맛이 조화를 이루어 금방 한 그릇을 다 비워낸다. 매운맛과 더위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정신을 못 차리겠을 때는 얼른 맥주를 들이키는 것을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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