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쓴 영국 바스의 로만 바스엔 그 온천탕을 상징하는 여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명이 아니고 두 명입니다. 한 명은 고대 브리튼섬의 원주민격인 켈트족의 여신입니다. 켈트족은 그곳을 그녀의 이름을 딴 술리스라 불렀습니다. 그녀는 지혜의 여신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원전 55년 율리우스 카이사르 때부터 그 섬에 입도한 라틴족도 그 여신을 존중했습니다. 그렇게나 많은 로마 신화 속 신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식민지의 신을 버리지 않고 인정한 것입니다. 아마도 그들은 온천을 즐기며 때가 될 때마다 켈트족의 그녀에게 제사도 지냈을 것입니다. 대신 술리스를 그들 로마 제국의 미네르바 여신과 동일시하고 함께 표기를 하였습니다. 그들 세계에선 그녀 역시 그리스 시대 때부터 지혜를 관장해온 여신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로만 바스의 온천수는 더 센 미네르바가 들어왔음에도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아쿠아 술리스(Aqua Sulis)라 불립니다.
혹여 오리지널 여신인 술리스가 삐쳐서 온천 수원을 끊을까 싶어 그대로 예우해준 것일까요? 워낙 목욕을 좋아했던 로마인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로마인은 브리타니아의 토착신을 그들의 신과 동등하게 대우해 주었습니다. 그 아래 유대 속주의 신의 경우는 인정하는 데만도 300년이나 넘게 걸렸으면서 말입니다. 그것에 부응해서인가 로만 바스의 온천수는 2천 년 전인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콸콸 샘솟고 있습니다.
로만 바스의 두 여신 술리스, 미네르바의 한 모습 두상
여신이 새겨진 로만 바스의 굿즈 텀블러. 여기에 온천수를 담으면 그녀의 온기로 식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