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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unQ Aug 26. 2020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아이웨이웨이

[갤러리 파헤치기] 두 번째 에피소드



안녕하세요 '한 점 하실래요?'의 레드썬! 썬큐입니다.


오늘은 [갤 • 파] 첫 번째 에피소드인 만큼, 제가 정말 애정하는 갤러리와 작가로 선정해보았는데요,


제목을 보고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죠?

바로 탕 컨템포러리(Tang Contemporary Art) 갤러리와 아이웨이웨이(艾未未, Ai Weiwei)입니다.




먼저 탕 갤러리는, 현재 국내에 입점된 갤러리가 따로 있진 않고, 매년 'ART BUSAN 국제 아트페어'를 통해서만 작품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평소 중국 미술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들이 아니라면 많이 생소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이곳은 현재 북경, 홍콩, 태국과 같은 아시아의 여러 주요 도시에 지점을 두고 있고, 특히 임대료가 하늘을 치솟는 북경 798 예술구에서 공간을 두 곳이나 운영하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갤러리입니다. 주로 동남아와 중국 남부 지역 출신의 작가들을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죠.


오늘은 그중에서도, 이곳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이슈화되는 천재 작가, 아이웨이웨이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프로필 ⓒ Ai Weiwei.


현재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본래의 모습을 잃은 지 오래다.

이곳은 더 이상 누군가의 애틋한 고향이 아닌, 수많은 육체노동자들이 자신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상경한 거대한 대륙일 뿐이며, 정치적으로도 완전히 정복당한 이곳은 더 이상 개인의 목소리를 내기가 불가능한 폐쇄된 도시로 변모한 지 오래다. 특히 시 외곽에는 창작을 위해 국내외 각지에서 건너온 예술가들과 돈벌이를 위해 올라온 노동 인부들이 공존하는 아주 흥미로운 지역, 차오창띠(草场地, Caochangdi)가 존재한다.

이들의 중심에는 중국의 대표 아티스트, 아이웨이웨이가 자리한다.

-- 'Ai Weiwei – Sunflower Seeds | Artist Interview | Tate' 일부 인용




사실 그는 예술가이기 이전에, 중국의 유명 시인 아이칭(艾青, Ai Qing)의 아들로 세상에 알려있죠...


아버지 아이칭과 함께 있는 어린 시절 아이웨이웨이


시인겸 동양화가였던 그의 아버지 아이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이후 출범한 마오쩌둥 정권으로부터 '우파 지식인'이라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동시에, 전재산을 모조리 압수당하며 신쟝(新疆, Xinjiang) 성으로 가족과 함께 유배됩니다.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도 매일 밤낮으로 건설 현장에서 돌을 나르며, 단지 반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홍위병(红卫兵)들에게 온갖 조롱과 수모를 당하죠. 이러한 그의 안타까운 일생은 마오쩌둥이 사망한 뒤, 그의 세력이 약화되고 나서야 고된 유배 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문학계에 복귀해 창작활동을 이어가지만, 그동안 건강이 이미 많이 악화되어 결국 1996년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당시 어린아이였던 아이웨이웨이는, 가족들과 함께 멀고 먼 타지에서 유랑생활을 하며, 아버지가 겪어온 모든 수모를 곁에서 지켜봐 왔는데요. 그 영향으로 인해 그 역시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이후 중국 정부의 현안을 비판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선보이게 됩니다.




그런 그를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데, 바로 2009년, 쓰촨(四川, Sichuan) 성의 대지진으로 인해 4851명의 어린 생명들이 희생되는 대참사가 일어나면서 전 세계인들이 비통한 가운데, 이 사태에 대해 무엇이 잘못되었음을 느낀 아이웨이웨이는 한 학교의 부실공사로 인해 훨씬 더 많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Ai Weiwei, Straight, 2008-2012 © Gallerie Ontario.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들과 수소문해 공사현장에서 빼돌려진 철근을 찾은 그는, 90톤가량의 철근으로 제작된 설치작품과 같은 주제로 작업한 미디어 작품 <Straight>와 함께, 희생된 무고한 생명들을 기리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시를 통해 선보입니다.


더 나아가 그의 제자들과 함께, 해당 사태의 원흉을 파헤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다큐를 제작하게 되고, 이를 통해 정부의 숨겨진 검은 내막을 하나둘씩 발견하게 되죠...


물론 해당 전시를 통해, 그는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지만, 동시에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본격적인 감시를 받게 되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공안들에게 체포되어 81일간의 수감생활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스튜디오가 하루아침에 철거당하고, 수감된 이후 그는 제자들과의 협업을 공식적으로 금지당하게 됩니다.


당시 철거당한 그의 스튜디오 © Park Yiu/Getty Images.


Ai Weiwei, Surveillance Camera, 2010 © Lisson Gallery.


이러한 압박은 오늘까지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위 사진과 같이, 그의 북경 스튜디오 앞에는 같은 형태를 한 12대의 cctv가 설치되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았던 아이웨이웨이는, 수감생활을 마치고 영국 로열 아카데미에서 선보인 첫 개인전에서, 공포 그 자체였던 수감생활을 재현해냅니다.


정말이지 어느 날 아무도,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못한  수감되어, 매일같이 긴긴 시간 동안 심문을 받아온 그는, 석방 직후 열린 해당 전시에서 위 사진과 같은 대리석으로 제작된 감시카메라 조각들을 선보이며, 그에 대한 중국의 통제와 압박의 민낯을 대놓고 드러낸 것이죠.


이로 인해서 다시 수감될 위험을 감수하고도, 마땅히 알려야 할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그의 폐기가 너무 멋지지 않나요?




시간이 흘러, 어느덧 50세를 훌쩍 넘긴 아이웨이웨이는, 테이트 모던에서 선보일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옛 황실의 자기를 제작하던 Jingdezhen(景德镇)이라는 지역을 찾아 1500명이 넘는 단순 노동 인부들에게 모형 해바라기씨 작업을 의뢰합니다.


영문도 모르는 해맑은 인부들은 그저 파산을 면할 수 있다는 희망찬 마음으로 2년간 무려 1억 개의 해바라기 모형 씨앗을 성공적으로 제작해내죠.


Tate Modern에 전시된 Sunflower Seeds, 2010 © Tate Modern.


사실 이 '해바라기씨'는 중국인들이 즐겨먹는 간식일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문화 대혁명 시절 중국에서는 마오쩌둥을 신격화/위인화하기 위해 그가 그려진 그림에 항상 그를 '태양'으로 표현했으며, 중국 인민들은 그를 우러러보는 해바라기와 그 씨앗으로 종종 표현된 바 있습니다.


아이웨이웨이는 그러한 점을 역이용해 자신만의 은유적인 방식을 통해 옛 중국 정부로부터 이어져오는 정치적인 탄압을 이 전시를 통해 널리 알리려 한 것이죠.




오래전부터 정부의 감시와 통제로 인해, 주로 해외 미술기관에서 작품을 선보여왔던 그를, 고국에서 첫 개인전을 갖게 해 준 갤러리가 바로 탕 컨템퍼러리입니다.


그들은 2015년에 개최된 개인전 이후에도, 현재까지 좋은 관계를 맺어오며 다채로운 작품들을 아시아에서 집중적으로 선보여왔는데요,


2018년 탕 컨템포러리에서 전시된 아이웨이웨이전 전경


Ai Weiwei, Dropping a Han Dynasty Urn, 2016 © Tang Contemporary.


위의 사진은 2018년 아트 바젤 홍콩 기간 동안 H Queen's에 위치한 탕 컨템퍼러리 갤러리에서 선보인 아이웨이웨이 개인전의 전경입니다.


갤러리의 한 벽면에는 그가 들고 있던 도자기를 바닥으로 내던져 아주 산산조각 내는 순간의 찰나를 3단계로 나누어서 포착하고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었는데, 이는 예로부터 중국에서 매우 귀하기 여겼던 도자기를, 자신은 전혀 개의치 않고 깨뜨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아주 도발적인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본 중국 미술계는 역시나 그에게 분노를 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후에도 도자기에 발음했을 시에 'Fucking China'라는 단어를 번체자로 표기하는 등, 그만의 유머러스한 방식을 통해 중국의 현 상황을 아주 낯낯이 폭로하는 짜릿한 모험을 여전히 즐기고 있습니.


Ai Weiwei, Dragon Vase, 2017 © Tang Contemporary.




개인적으로 그의 용기 있는 모습들을 접할 때마다,

가끔은 제 자신이 지금 현실에 너무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신선한 자극을 받고는 하는데


여러분들도 저와 같은 생각이신지 궁금합니다:)


그럼 오늘은 많은 시사점을 우리에게 던져주는 아이웨이웨이의 이야기와 함께 글을 마무리 짓도록 할게요. 다음 시간에는 탕 컨템퍼러리의 두 번째 작가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오늘 썬큐의 글이 도움되셨다면 꼭 구독과 청취 부탁드려요;)




더 자세한 내용은 내일 연재되는 ‘한 점 하실래요?’에서 마저 전달드리겠습니다.


그럼 내일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만나요!



팟캐스트 '한 점 하실래요? 로고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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