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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앤비 Sep 21. 2020

순서의 중요성

우선순위가 뒤바뀌면 생기는 문제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 말씀


불과 얼마 전 나는 바닥을 친 상태였다. 소화할 수 없는 폭탄 업무들에 치여, 쉬운 일도 제대로 해내지도 못하고, 사람들에게 쓴소리를 듣고, 그저 바닥에 벌러덩 누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은, 그저 한숨만 푹푹 나오는, 그런 지경에 이르렀다. 


개인 묵상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끌어당겼지만, 외면한 채 계속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눌려있었다. 그 와중에 우연히 눈에 들어온 이 말씀. 내 상태에서 하나도 동의할 수 없었다. 나는 시니컬하게 말씀의 문자 하나하나 하나님께 물었다.


“하나님 저 기쁘지 않은데요. 에너지도 의욕도 1도 없어요. 기뻐할 일, 감사할 일이 없는데, 어떻게 말씀에 순종할 수 있나요? 이게 왜 명령조 인지도 모르겠네요. 제 감정이 로봇처럼 입력된 대로 반응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지금은 호흡하는 거 그 자체만으로도 버겁게 느껴질 정도예요. 이런 제가 어떻게 주님의 말씀대로 항상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을까요?”


말씀이 너무 가혹하다는 듯이 외치던 그때, 마음에서 느껴지는 감동...


“그런 너를 내가 사랑한다. 그런 너를 내가 구원했다.”


순간 난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삶의 외적인 조건들로 얻는 기쁨은 사라지는 안개 같이기에 이 말씀이 말하는 궁극적인 기쁨이 아니었다. 주님이 원하시는 바는 변함없는 그 진리 속에 기뻐하라는 것.


쉽게 좌절하고, 쉽게 불평하고, 쉽게 변해버리는 찌질한 나를 구원하기 위해 주님은 십자가에 못 박히는 대가를 치르신 것이다. 노답인 나를 구원하셨다는 그 사실만으로 충분히 기뻐할 이유가 된다. 나는 이 질문을 했어야 했다. 구원받은 자의 기쁨이 항상 내 안에 있는가? 하나님의 자녀로 택함 받은 자의 기쁨이 항상 내 안에 있는가? 그 진리 안에서 항상 기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다음 순서를 찬찬히 살펴봤다. 감사는 기도 먼저 나올 수 없다는 사실. 기도함을 통해 감사의 고백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연약하기에 매분 매초 기도로 성령님의 보호하심을 구하지 않으면, 쉽게 무너지기 쉽기 때문이다. 바울의 고백처럼 내 안에 주님이 계시기에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비천에 처할 때도, 풍부에 처할 때도, 자족할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자족하는 자 만이 감사를 고백하는 것 아닐까?


신기하게도 이 말씀의 순서를 묵상하면서 
나는 더 이상 감정에 눌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며 돌파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1) 가장 먼저 하나님의 자녀로 산다는 기쁨을 누리자. 
    어떤 상황이 나를 압박해도 내가 자유할 수 있는 것!


2) 쉬지 않고 기도하면서 의지를 들여 감사를 고백하자. 
     내 삶을 언제나 선하게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온전히 믿음으로 오늘을 감사로 사는 것!

참 신기하게도 말씀의 순서대로 맞춰갔을 뿐인데 차츰 번아웃, 슬럼프를 이겨내고 있다. 오늘은 출근길에 갑자기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있음에 감사하다는 고백이 툭 튀어나왔다. 아주 오랜만 찾아온 내 감사 고백에 신랑도 놀랄 정도! 


하나님의 뜻을 감히 시공간에 갇힌 내가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말씀을 붙잡고 묵상할 때마다 깨닫게 하시는 감동은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 나와 친밀하게 교제하기 원하시는 주님을 더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말씀을 통해 사마리아 여인처럼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를 마시는 자로 살 수 있음에 참 감사하다.  


하나님도 그런 나를 보시기에 기특하다 하시겠지? 
딸아, 이렇게 하나 더 깨달았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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