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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앤비 Dec 08. 2020

육아는 아이템빨이 아닌 기도빨이다.

요즘은 워낙 편한 육아템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국민 문짝, 국민 OO이라고 불리던 육아의 정석템들에서 더 유용한 새로운 육아템으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막상 아이를 둘이나 키우는 나도 모르는 신상 육아템들을 쓰는 후배 맘, 지인들을 보게 되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육아는 장비 빨, 아이 템빨이죠~”라고 이야기한다. 


어느 정도 편한 육아를 도와주는 아이템들이 있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나는 육아는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이 부어지는 기도 덕을 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 개인적인 경험을 남겨본다. 




#1. 하나님의 눈과 마음을 경험하다.


아이가 둘이 되니, 신랑과 나는 한 아이씩 전담을 해야 했다. 내가 산부인과와 조리원에서 둘째와 함께 회복하는 시간을 갖고, 신랑은 집에서 첫째를 전담했다. 조리원을 퇴소할 때까지 무수히 들었던 이야기는 첫째가 보는 앞에선 둘째를 많이 안지 말라는 거였다. 첫째가 시기한다고. 그래서 지금 많이 안아주고 예뻐하라는 것.


3주가 지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본격적인 둘째와 함께하는 적응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들은 대로 괜히 무심한 척했고, 매번 첫째의 의사를 먼저 확인하느라 둘째가 울어도 바로 안아주지 못했다. 첫째 먼저 해주려고 노력했으나, 아이는 스트레스와 예민함에 극치를 보였고, 나는 그런 아이를 참아내지 못했다. 


1주일도 되지 않아 나는 이대로 둘을 키울 수 없다고 선언하며, 하나님께 분통을 터뜨렸다.


 “하나님 저 도저히 아이를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너무너무 화가 나요. 어느 정도까지 제가 참아야 하죠?… 이제 5분 뒤면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텐데, 저는 아이를 쳐다볼 자신이 없습니다. 제 안에 화가 너무 많이 쌓이고, 지쳤나 봐요… 하나님 당신의 눈으로 아이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세요.. 당신의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게 해 주세요.”


띵동. 


아이가 돌아왔다. 나는 기도를 마치고 현관에 쪼그려 앉아 들어오는 아이를 쳐다봤다. 순간 울컥하며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아이에게 몇 주간 보여주지 못했던 가장 환한 미소를 보이며 온 맘 다해 끌어안았다. “이게 아들을 향한 내 마음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 날 나는 선명하게 하나님의 눈을 경험했다. 하나님이 자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그 날의 기도응답을 통해 나는 이 아이를 하나님의 자녀로 인정하고 대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2.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을 경험하다.


100일도 안된 둘째에게 밤 수유를 하고 소화시킬 겸 어깨에 앉고 토닥이면서 기도를 했다. 매일 밤 아이에게 축복기도를 하고 있지만, 그 날은 며칠 째 최악의 미세먼지로 인해 내 신경도 곤두서 있었다. 마스크를 껴본 적 없는 내 어린 시절에 비해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이 너무 참담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나님, 이 어린아이가 세상을 살아갈 날이 많은데, 마스크를 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픕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아버지께서 미세먼지는 입김으로 불어버리실 수 있지 않나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대 자연을 만끽할 기회를 주세요.”


다음 날, 예정대로라면 미세먼지 매우 나쁨이었을 텐데, 일주일 이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될 거라는 일기예보는 빗나갔다. 오랜만에 말도 안 되게 파랗고 선명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 날 집에 놀러 온 아는 동생이 “오늘도 분명 최악이라 그래서 밖에 안 나가려고 했는데, 하늘 완전 깨끗하다” 고 말했고, 나는 어젯밤 드렸던 기도를 이야기해줬다. 그러자 “대박! 오늘 북동풍이 불었다고 하더라고~ 하나님이 북동쪽에 계셨구먼~ㅎ” 그 말에 나는 웃음을 지었다. 


매일 밤 아이들을 재우면 숨소리가 들린다. 쌔근거리는 숨소리는 아이들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데, 어느 날은 그 소리에 ‘내가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나가지?’ 생각이 들며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졌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하나님, 아이들을 당신 손에 온전히 맡깁니다. 아이들의 진정한 아버지 되어주세요.”   


육신의 부모인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육아는 바로 기도다. 내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숨이 막힐 정도로 두렵고 부담이 되는데, 온 만물의 창조주, 시공간을 통치하시는 하나님께 아이들을 올려드릴 때 내 마음은 비로소 평안해진다. 


평안함이 가득할 때, 가장 기쁘고 사랑스럽게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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