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바라보고 읽어내고 해독解讀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촉감과 소리와 색깔과 향기와 맛의 배면에 존재하는 진여眞如의 세계.
그런 것을 꿈꾸었던 것 같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지 결국은 어디로 갈 것인지
나는 누구인지가 주 관심사였다.
내가 태어난 세상의 단단하고 구체적인 현상 뒤에 혹은 그 속에
텅 빈 어둠이 있고 그 어둠과 침묵, 더하여 고통을 견디고 나면 진짜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물에 잠겨 축축한 어둠을 몇 십 년 건넜다.
몇 십 년 동안 매일 꿈꾸었다.
젖은, 구깃구깃한 날개가 마르고 찬란하고 투명하게 날아오르는 날을.
보들레르처럼, 무수한 시인과 화가들처럼 진실은 항상 저 건너편에 있다고 믿었다.
그러면 이곳은 단지 환幻인가. 부질없고 무상하며 무의미일 뿐인가.
여전히 나의 오감은 시고 짜고 뭉클하고 짜릿한 온갖 물상과 현상에,
때로 구역질날만큼 복잡하고 더럽기조차 한 인간사에 넋을 잃는다.
허공에 길을 놓으며 가는 내게 이 세상은 콘크리트 드림CONCRETE DREAM,
꿈인 줄 알면서도 도무지 헤어나오지 못하는
견고하고 구체적인, 그리고 너무 매혹적인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