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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진 Apr 10. 2024

돌멩이도 튀어나오면 발에 차인다

(이숙진 2024. 4. 9. 칼럼)



돌멩이도 튀어나오면 발에 차인다



  한국인은 원래 선한 품성을 가진 민족이다. 콩을 심을 때는 세 알씩 심었다. 한 알은 땅속 벌레의 몫으로 또 한 알은 새와 짐승의 몫으로, 나머지 한 알은 사람의 몫으로 생각했다. 들녘에서 음식을 먹을 때도 “고수레”하면서 풀벌레들에게 음식을 던져주었다. 우리 민족의 대표 정서인 감나무 우듬지의 까치밥은 또 어떤가. 밥은 꼭 이삼 인분을 더하여서 거지나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으니, 자연이나 사람에게 덕을 베푼 지혜로운 삶이었다. 

   작금의 한국 사회는 툭하면 파업 시위로 어수선하다. 더구나 지식인 반열에 있는 전공의들의 파업은 이해할 수 없다. 의사 단체는 환자를 상대로 낙선 운동하겠다고 정부를 위협하며 기세가 등등하다. 총선 철이라는 정부의 약점을 이용한 망언이다. 대통령에게 전공의 만나 먼저 손 내밀어 달라고 눈물로 호소한 자가 이튿날 “대통령의 사과가 먼저”라고 말을 바꾼 행태도 가관이다. 모처럼 생긴 대화 기회를 걷어차고 사퇴했다니, 사직은 의료인의 전매특허인가. 본분을 망각한 오지랖이 선을 넘는다. 환자를 볼모로 사직서를 던지고 약속을 파기한 자들이 사과해야지, 대통령이 왜 사과해야 하는가. 총선을 빌미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희롱하는 수준이다. 전공의들을 다독거려 병원으로 불러들여야 할 교수들도 사직서를 모으고 정부를 겁박하는 모양새는 ‘콩 심은 데 콩 난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라는 집단행동으로 인해 병원은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병동을 줄이고 직원들은 무급휴가 압박을 받고 있다. 국민 보건을 위협하고 국민을 우습게 보고, 정부를 굴복시키려는 것은 민노총 파업과 같은 망국적 행위다. 
  환자 없는 의사는 존재 가치가 없다. 국민은 여전히 의료인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의료인이 상대할 대상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다. 동네 병원도 ‘주 40시간’에다 야간과 주말 진료는 못 하겠다고 한다. 진정 밥그릇이나 챙기고 고름이나 짜는 노동자가 되려는가. 
  편 나누기 좋아하는 사람이 다수인 집단에서는 도덕성이 높은 사람이 오히려 빌런이 되는 세상이다. “와, 재수 없네”라는 반응만 돌아오는 현실이다. 우리는 이제 편 가르기 껍데기를 벗고 세상을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옳지 못한 것을 바로 잡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정치인이나 의료인 모두 좀 더 앞을 내다보며, 한발 양보하고 협조하여 세상을 밝혀야 한다. 세상을 밝히려면 마음 안에 등불을 켜야 한다. 의료인은 이제 마음 안에 등불의 빛으로 새 길을 찾아가야 한다. 모든 국민이 전공의들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하고 있다.


  돌멩이도 튀어나오면 발에 차인다.


  혼자 잘 난 척 평지풍파를 일으켜 휘젓지 말아야 한다. 본인의 이름 내 세우려고 무지막지한 강경파가 되어 부지불식간에 튀지도 말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걸려들지 모른다. 길바닥에 튀어나온 돌까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세상사 남들은 모를 것 같고, 아무도 안 보는 것 같아도 누군가는 보고 있다. 모나면 언젠가는 깨어지고 부서질 수 있으므로 둥글둥글해야 한다. 농경시대 우리 민족이 가졌던 나눔의 지혜를 본받아, 국민 모두 영혼의 광합성에 필요한 엽록소가 촘촘히 박혀야 한다. 



 서대문자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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