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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아침 풍경

by 소봉 이숙진

일요일이라 늦잠을 늘어지게 즐기고 있는데, "깨톡 깨톡" 알람보다 더 소란스럽게 보챈다. 아침 잠 잊은 시니어들이 참다 참다 보낸 글이겠지 하고 폰을 열어보니, 여기저기서 생축 톡이 날아와 화면이 주르륵 빨갛게 물들었다.

생축(손벽).jpg
생축(엄지척).jpg


"단풍잎에 햇빛을 쌈 싸 먹는 가을날에 생축!"

"귀뚜라미 눈물로 빚어진 가을날에 생축!!"

"카톡에 님의 생일 기별이 와서 생축!"

높은 음자리표가 춤을 추는 생축 카드!

꽃바구니가 향기를 전하는 생축 카드!

폭죽을 터트려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생축 카드!

단편소설 세 편을 보내서 아침부터 독서 삼매경에 빠지게 하는 생축!

생축(벼 메뚜기).jpg
생축(수수).jpg
생축(으름열매).jpg
생축(사과).jpg


그밖에 또 <생일>이란 시를 써서 보내 준 생축이 있어서 올려 본다.


생일/황주석


아버지 미역국 끓이시고

엄마는 나를

산고의 아픔으로 기다리셔


숨 멈추고 엄마를 믿었다

엉덩이를 울어라 맞았었지

초유를 의지로 빨며

출생의 날 기뻐서 울고 있었다


대문에 금줄을 치시는

아버지께서 만세를

부르셨다


우리 가족은 음력으로 생일 파티를 함으로 12월 중순을 기약하는데, 오늘은 주민등록상 양력 생일이다. 선친께서 바로 태어난 날 가서 출생신고를 하셔서 양력 생일로 기재되었으나, 유년부터 늘 생일 미역국은 음력으로 먹어서 지금까지 음력으로 한다. 아이들이 기억하기 불편하겠지만, 기특하게도 달력에 표시를 해 두고 기억해 준다. 그래서 사실 나는 오늘이 내 생일인지도 모르다가 카톡이 알려 준거다.

다 읽고 답장 보내고 한 나절 분주하다가 정신 차린다.

"그래도 나는 살아 있었구나. 나를 기억해 주고 덕담을 보내 주는 이 많으니, 잘 살았구나." 혼자 중얼거리며 뒤늦게 커피 머신에 에스프레소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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