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키구치 유쇼
여든 살이 훌쩍 넘은 고인의 장례식에 일가 친척 30여 명이 모였다.
만남이 이어져 관계를 맺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확률은 얼만큼 일까. 나와 비슷한 얼굴을 한, 혹은 내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자식과 손주를 본다는 것은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 가족 구성원 각각의 개별성, 한 마디로 단정하기 어려운 가족이라는 기묘한 관계성.
보여지는 것이 전부는 아닌 우리네 인생은 노년이라고 사는 일이 수월치 않고, 어리다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이의 적고 많음을 떠나 타인의 인생을 함부로 평가하고 재단하면 안 되는 것쯤은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종종 그 선을 무례하게 넘곤 한다.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지나온 시간들을 추억하고, 그 시간들이 곧 자신들의 역사였음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가족 구성원의 죽음은 남은 가족들이 잠시나마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장소와 기회를 제공하는, 고인이 주고 가는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철야, 그 하룻밤의 시간이 유수처럼 흐른다.
#산자들의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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