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이 되었다.
나는 의식처럼 매달 1일에 하는 일이 있다.
우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달력의 한 장을 뜯는다. 부모님이 매년 챙겨주시는 커다란 달력이다. 매년 가족의 건강과 부자 되기를 원하는 그분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예쁜 그림의 달력들이 매년 나를 유혹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그 달력은 우리 집의 한가운데를 장식하고 있다.
가족 칫솔을 바꾼다. 가끔 아깝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는데, 꾹 참고 바꾼다. 치아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치약, 칫솔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좋다는 것은 일단 사용해 본다. 엄마를 닮아서 치아가 약하게 태어난 나는 정말 치과를 아주 어릴 때부터 드나들었다. 치과에 지불한 돈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어릴 적 양치를 잘하지 않는데도 썩은 이가 없는 오빠를 부러워했던 적도 있다. 오빠는 아빠를 닮아서 건치다. 무서운 치과를 가야 할 때마다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지금은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여의사님의 치과에 자주 간다. 그냥 자주 간다.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칫솔, 치약, 치실에 관심을 많이 둔다. 지금 내 치아로 100세까지 살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다음은 주방 설거지 수세미를 바꾼다. 이건 망설이지 않고 한 달에 한번 새것으로 바꾼다. 천연수세미, 브랜드, 직접 손으로 뜬 핸드메이드 수세미 등 여러 가지를 사용하지만 꼭 한 달에 한번 새것으로 바꾼다. 다음엔 어떤 것으로 쓸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즐겁게 즐긴다. 확실히 새것과 한 달을 사용한 것은 다르다. 아마도 세제와 기름때가 섞여있는 것 같다. 설거지용으로 스펀지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스펀지는 세균이 자라기 쉽다. 그래서 대부분 건조가 쉬운 얇은 것을 사용하고 사용 후 꼭 집게를 이용해 매달아서 말린다. 뽀송뽀송 말린 수세미나 행주는 기분이 좋다.
그 외에도 욕실에 있는 샤워볼, 유통기한이 있는 소화제 같은 의약품, 반창고 같은 것들도 확인한다. 특히 일회용 반창고를 갑자기 사용하려고 했을 때 너무 오래된 것들이 있어서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2024년이 1월이 지나고, 2월이 시작되었다. 왠지 달라 보이는 일상이다.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이제는 안다.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큰일이 주는 깨달음이다. 한 달을 잘 보내고 다음 달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집안의 이런저런 사소한 것들을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