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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 Oct 21. 2023

골목길

세월을 온몸으로 받아낸 붉은 벽돌이 좋다.

옹기종기 모인 주택가 사이로 소형차 한 대 지나가기 어려운 골목길이 좋다.

금방이라도 아이들이 뛰쳐나와 친구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를 것 같은 그런 골목길.      


수유리 192번지, 강북구청 뒷골목은 그런 곳이었다. 반지하가 달린 주택 창문은 유난히 때가 많이 묻어있었고, 길가 주변엔 파지 줍는 리어카를 보는 것이 흔했다.      


길음동 뉴타운이 재개발되며, 세입자는 수유리로 밀려났다. 재개발을 반대하며 처절하게 생존권을 외치던 이들은 고작 이 삼 년을 버티지 못했다. 길음뉴타운이 새로운 고층 아파트로 채워지는 사이, 이들은 다시 손때 가득 뭍은 붉은색 벽돌 주택으로 이사를 가야 했다.      


그곳에서 난 20대를,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다.      

서울중심부와 조금 멀리 떨어진 이곳, 고층빌딩대신 수십 년 동안 자리를 지키는 노포가 주류인 그곳, 인생의 희로애락이 방금 닦아낸 유리처럼 투명하게 드러나는 그곳이 유난히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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