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 집에서 먼 미래의 사위를 만난다면

by 수다쟁이


작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 딸의 생일이었다. 그러나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봉와직염이라는 염증이 내 손을 두꺼비로 만들어 버리고 살짝만 스쳐도 통증이 심했다.


주말이면 꼼짝하지 않고 티브이를 보거나

누워만 있는 남편이 어쩔 수 없이 딸의 미역국을 끓였다. 미역국에 딸랑 김치 하나만 놓고

국에 말아 밥을 먹었다.

1년에 한 번뿐인 날을 그렇게 보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남편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고기를 먹고 싶다는 딸을 위해 스테이크 집을 검색했다.

''그래 생일에는 썰어야 맛이지..''

하며 아담한 스테이크 집으로 향했다.


그리 크지 않은 작은 스테이크 집은

정겹고 제법 분위기가 괜찮았다.

손을 잘 못쓰는 나 대신 고기를 썰고 있는 딸에게

칼질을 가르치고 있을 때쯤

다른 테이블에 손님 4명이 들어왔다.


중년부부와 젊은 커플.

가족끼리 왔나 보다 하고 잠깐 시선이 머물고

나는 다시 고기와 파스타를 먹기에 바빴다.

그런데 귀는 조금 전 테이블로 열려 있었다.

엿들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목소리가 너무 컸기에 자연스레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딸이 남자 친구 혹은 결혼 상대자를 소개하는 자리인 거 같았다.

포도주에 대한 얘기가 길게 이어졌다.

어르신이 음식을 나눠주는 모양이었다.

젊은 청년은

"아! 고맙습니다"

제가 드려야 하는데.. 하며 예의를 갖추었다.

ㅎㅎ 속으로 내가 다 긴장되었다.


젊은 청년은 여자 친구가 자기의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준다고 칭찬하고, 대식가라는 말을

재치 있게 건네기도 했다.


어른들의 모습은 인자해 보였고

젊은 커플은 자신감 있고 행복해 보였다.

흐뭇한 모습이었다.




문득 내가 시어머니를 처음 뵀을 때 어떤 질문을 받았을까 떠올려봤다.

본관이 어디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형제는 어떻게 되는지? 등

나의 주변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옛날분이라 그러시구나! 생각하면서도

긴장되는 마음만큼 어색한 자리가

썩 편하지는 않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은 우리 딸이 신랑감을 데리고 오면

무슨 질문을 할 거 같아?


글쎄!

무슨 일을 하느냐?

고향은 어디냐?

아버지는 뭐하시노? 하며

농담을 던졌다.

좀 진지해져 봐~~ 포도주에 대한 공부를 좀

하던지..^^


그렇다면 나는 무슨 질문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봤다.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가족과 했던 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인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지?

아!

이것도 너무 생뚱맞은 질문일 거 같았다.




문득 그 커플을 보며

결혼의 조건은 무엇일까? 하는 물음표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사랑? 직업? 경제력? 외모? 마음? 느낌?

사실 어떤 게 중요하다고 얘기할 수 없다.

사람끼리의 인연은 조건으로만 이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결혼을 할 때는 평생 싸우지 않고

이해하며 잘 살 거 같은 마음으로 결혼을 한다.

하지만 막상 생활에 부딪히면 싸울 일은

밥 먹는 횟수보다 더 많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중요한 건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인데

사람들은 늘 자기 입장에서만 얘기하고

상대방이 나에게 맞추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일은

참 어렵다.

그래서 싸움은 이어지고 그러다 결국은

서로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진다.

부부가 슬기롭게 살아간다는 건 참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남편이랑 의견이 맞지 않거나 다툼이 있는 날,

나는 가끔 어린 딸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

혹시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이 너랑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인지 생각해봐~~

엄마는 그게 젤 중요한 거 같더라.^^


딸의 생일날

스테이크 집에서 나는 먼 미래의 사위와 대화를

나눈다.


"둘이 말은 잘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