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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Mar 17. 2024

좋은 나이야~~^^

-50 앓이 -

아이를 낳고 키우며 아니 그전부터 허리디스크는 내 몸의 일부처럼 함께했다.

그러다 결국 디스크가 터져서 극심한 통증을 겪다 수술까지 하게 되는 아픈 상처가 몸에도 마음에도

남아있다.

 

수술 후에는 재활을 위해 나름 부지런히 운동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차츰 무뎌진 상처는 몸을 게으르게 하고,  마음으로는 자꾸 그 게으름을 합리화시키는 생활이 이어지자

어느샌가 나는 다시 디스크환자로 돌아왔다.


엉덩이뼈와 꼬리뼈에 통증이 시작되고

일상생활이 약을 먹지 않으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허리뿐만 아니라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5로 바뀌면서 몸에서 주는  신호는 예전 같지 않았고,

어깨도 무릎도 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아프지 않은 몸의 상태로 돌아가긴 쉽지 않았다.

발을 앞으로 내디딜수록 진흙탕 속에 빠져

뒤로 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

정체감이 무겁게 나를 짓눌러 가위에 눌린 듯

잠을 자다 놀라 깨는 일도 잦아졌다.


아프면 내가 젤 괴롭긴 하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주부로 해야 할 일이 자꾸 미뤄지고..

집안일을 힘들다 싶게 하면 통증이 와서 누워있는 시간도 많아지게 된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신경질적이 되고 만다.


수술하기 직전  6개월을 기어 다니던 나의 모습을

어렴풋이 알고 있는 남편은 나에게 아쿠아로빅을  권했다. 일단 무슨 운동이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하고,  물속에서 하는 운동이라  허리에 무리가 덜 간다는 점에서 적극 추천한다고 했다.


그냥 걷기 운동을 한다고 마다하던 나는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일단은 등록을 했다.

첫날 뭔지 모르게 쫌 뻘쭘했던 건

아쿠아로빅을 하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나보다 훨씬 연장자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오가는 대화 속에

추측을 해보면 70에서 80쯤의 나이가 제일 많은 것 같고 젊은 연령층은 60대의 연세도 많으신 것 같았다.


어느 날 눈인사를 하던 옆에 어르신이 수업시작 전

나에게 말을 붙이며 몇 살이냐고 물어오셨다.

아 네 저는 50 조금 넘었어요~~^^


아이고 좋은 나이네~~


아~~ 제가요?

저는 아직 할 일도 많은데 나이도 많고

갱년기라 여기저기 아프고, 디스크도 있어서...


젊어 보이셔서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던 어르신은

자신은 70이라며 50이란 나이가 얼마나 좋은

나이인지 모른다며  한껏 부러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50 앓이를 하고 있어 몸도 마음도 시큰둥했던 나는

문득 20년이 지난 70의 나이로 타임머신을 타고

도착해 봤다.


아이는 다 커서 직장에 다니면 얼굴 보기 힘들 것 같고,

같이 늙어가는 남편은 지금보다 더 아픈 곳이 많다고 투덜대겠지..

만날 친구나 사람들은 지금보다 없어져서 외로울 테고..

세상은 빠르게 변해 지금보다 더 어리바리해질 테지..

가끔 드라마를 보면서 가슴 아픈 사랑이나 작은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사소한 재미도 시든 잎사귀처럼 시들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다시 20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

30의 나이로 돌아가 보았다. 젊음이 주는 30이란 나이는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30이라면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래에  많이 불안해하고 부족한 스스로에 대해 자책도 많아지겠지?

결혼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것 같고..

이젠 더 이상 청년이 아니니 자기 자신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도 커져 부담스럽겠지..

돌이켜보면 30이란 나이도

젊음이라는 풋풋함 이외엔 감당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행복만이 넘치는 나이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50이란 나이는 몸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이고..

아이들도 어느 정도는 커서 육체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늘 있지만 그래도

젊은 나이보다는 막연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고.

급변하는 세상의 변화를 느긋하게 관조하고

뒤쫓아 갈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늙었다고 마음을 꼬깃꼬깃 접어버리기엔

아직 할 수 있는 일이나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50분 동안 물속에서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 아쿠아로빅은 생각보다 꽤  힘든 운동이었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깨끗이 씻고, 한껏 머리를 예쁘게 드라이하고 옷을 멋지게

차려입고 나가시는 80의 어르신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들이 보기엔 50의 나이는 어떤 나이일까?


아마도 정말 좋은 나이일 것이다.

불현듯 50이란 나이가,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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