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다쟁이 Oct 19. 2024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눈은 마음의 창이다'

어쩌면 너무 뻔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눈으로 색깔을 보고, 모양을 보고,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짐작할 수 있다.

눈은 어쩜 마음의 창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의 시점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속물처럼 다가온다.  나의 시선일지도 모르겠다.


아내의 오랜 친구는 맹인이다.

아내는 맹인에게 책 읽어 주는 알바를 하다 맹인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일을 그만둔 이후로도

계속 맹인과 일상을 공유하는 테이프를 주고받는다.

눈으로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목소리만으로 그들은 서로에게 마음을 나누는 깊은 친구가 되어간다.


어느 날 아내를 잃은 맹인이 우리 집에 찾아온다고 한다.

뜨악한 나는 눈이 보이지 않는 아내의 친구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그리고 아내가 맹인과 나누는 우정도

이해하 어렵다.


맹인을 돌보다 맹인과 사랑하게 되고, 결혼까지 한  아내는 암에 걸려 죽었다고 한다.

맹인 남편에게 예쁘다는 말을 들을 수도 없고,

어떤 표정으로 살아가는지 알 수도 없는 남편과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고,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해야 했던 여자를 상상하면 끔찍이 딱하게 느껴진다.


맹인과 둘이 남아 티브이를 보던 나는

맹인에게 대성당을 설명하게 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람에게 대성당을 설명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삼겹살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그 맛을 설명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맹인의 제안으로 나는 종이 위에 대성당을 그리게 된다. 내 손 위에는 맹인의 손이 얹힌다.

설명할 수 없었던 대성당이 종이 위에 그려지며

맹인은 나를 칭찬한다. 잘하고 있다고..

그리고 눈을 한번 감아보라고 한다.

눈을 감았을  나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대성당을 진짜로 보고 있었다.




아내의 친구인 맹인은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던 나의 아내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었고,

맹인의 아내와도 진심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짧은 결혼 생활이었지만 그의 아내는

딱한 나의 시선이 아닌

맹인인 남편의 충만한 사랑과 따스함을 안고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래서 행복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을  

우리는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남편이 바라봤던 눈인가?

맹인이 바라보는 눈인가?

작가의 이전글 나도 할 수 있다, 홈베이킹(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