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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수다쟁이
Oct 19. 2024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
눈은 마음의 창이다'
어쩌면 너무 뻔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눈으로 색깔을 보고, 모양을 보고,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짐작할 수 있다.
눈은 어쩜 마음의 창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의 시점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하
지만
속물처럼
다가온다.
나의 시선일지도 모르겠다.
아내의 오랜 친구는 맹인이다.
아내는 맹인에게 책 읽어 주는 알바를 하다 맹인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일을
그만둔 이후로도
계속 맹인과 일상을 공유하는 테이프를 주고받는다.
눈으로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목소리만으로 그들은 서로에게 마음을 나누는 깊은 친구가 되어간다.
어느 날
아내를 잃은
맹인이 우리 집에 찾아온다고 한다.
뜨악한 나는 눈이 보이지 않는 아내의 친구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그리고 아내가 맹인과 나누는 우정도
이해하
기
어렵다.
맹인을 돌보다
맹인과 사랑하게 되고, 결혼까지 한
아내는 암에 걸려
죽었다고 한다.
맹인
남편에게 예쁘다는 말을 들을
수도
없고,
어떤 표정으로 살아가는지 알 수도 없는 남편과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고
,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해야 했던
여자를 상상하면
끔찍이
딱하게
느껴진다.
맹인과 둘이 남아 티브이를 보던 나는
맹인에게 대성당을 설명하게 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람에게 대성당을 설명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삼겹살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그
맛을 설명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맹인의 제안으로 나는 종이 위에 대성당을 그리게 된다. 내 손 위에는 맹인의 손이 얹힌다.
설명할 수 없었던 대성당이 종이 위에 그려지며
맹인은 나를 칭찬한다.
잘하고 있다고..
그리고 눈을 한번 감아보라고 한다.
눈을
감았을
때
나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대성당을 진짜로 보고 있었다.
아내의 친구인 맹인은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던
나의
아내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었고,
맹인의
아내와도 진심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짧은 결혼 생활이었지만 그의 아내는
딱한 나
의 시선이 아닌
맹인인
남편의 충만한
사랑과 따스함을 안고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래서 행복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을
우리는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남편이
바라봤던
눈인가?
맹인이
바라보는
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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