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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Nov 17. 2024

주말 아침밥상

주말은 전업주부에게도 늘어지게 되는 날이다.

금요일 오후 이런저런 장을 보고 밑반찬을 준비해 놓은 날의 주말은 마음의 부담 없이 눈이 떠진다.

밥만 새로 안치면 되니까..

하지만 어쩌다 장도 보지 않고 보내다가 주말을 맞이하는 아침이면 마음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다.

숙제를 덜한 학생이 학교 가는 것처럼..


"아! 오늘은 또 뭘 먹지?"


아침잠이 없는 남편에게 우선 과일이랑 차 한잔을 내어주고 난 뒤 나는 냉장고를 열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한 시간 안에 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야 한다.


전에 사놓은 시래기가 있었다.

아~시래기밥을 양념장에 비벼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문득 TV에 나온 개그우먼  이영자의 밥상이 떠올랐다. 밥에 여러 가지 몸에 좋은 걸 넣고 된장국을 끓여 손님들을 대접하던 엄청 맛있을 것 같은 밥상..

마침 표고버섯도 있고, (어머니가 농사를 지었다며) 친구에게 받은 땅콩도 있었다.

그리고 누가 전해준 지 기억이 나지 않은 완두콩과 은행도 냉동실에서 꺼냈다.

이런저런 잡곡과 함께 무려 10가지가 들어가는 영양밥을 생각해 냈다.

밥이 맛있으면 반찬이 없어도 그런대로 정성스러운 한 끼가 될 것 같았다.

시래기 껍질을 벗기고 잘게 썰었다.

버섯과 여러 가지 콩을 섞어 쌀을 잠시 불려놓았다.


여러가지 잡곡과 콩을 넣은 영양밥

다음은 된장찌개다.

쌀뜨물에 표고버섯에서 뗀 꼭지를 넣고 동전육수도 하나 넣었다. 물이 끓으면 감자 양파 호박을 썰어 넣고, 된장을  풀었다. 쌈장도 한 스푼 넣었다. 남편은 고기 넣은 된장국이 좋다기에 냉동실에 있던 샤브샤브 소고기를 한 움큼 집어넣었다. 마지막으로 팽이버섯과 파 마늘을 넣고

간을 맞추니 그럴듯한 된장찌개가 완성되었다.


고기가 들어간 된장찌개


마지막은 양념장이다.

진간장에 파 마늘 고춧가루 통깨를 넣고 참기름도 넣었다. 짭조름한  양념장은 많이 만들어놓으면

두루두루 쓰임새가 많다.

통깨를 듬뿍넣은 양념장

압력솥에서 밥 익는 냄새가 퍼지고

된장국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마음 한편이 좀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있는 반찬을 꺼냈다.

깻잎과 열무김치와 멸치조림과 명란젓

김도 있었는데 깜박 까먹고 내놓지를 못했다.


밑반찬

한 시간 안에 나는 미룬 숙제를 급하게 했지만 그런대로 무에서 유를 창출했다.

그리고 오늘 할 일을 다 한 것 같았다.^^


나는 언제 

매번 제출해야 하는 주말 숙제를 미루지 않는 성실한 주부가 될 수 있을까?^^


주말 아침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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