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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Dec 02. 2024

만원으로 한 끼(9)

-햄버그 스테이크-

월요병은 직장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월요일 아침이면 주부도 천근만근 몸이 지친다.

삼시 세끼를 해야 하는 주말이 지난 

월요일은 주부에겐 좀 여유롭기도  날이지만

주말을 지내고 난 폭탄 맞은 집을 정리해야 하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그래도 오전 한두 시간은 좀 여유를 부려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다. 느긋하게 나 홀로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은 주부의 가장 큰 특권이니까..


빨래를 돌리고, 산더미 같은 빨래를 개고,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마치니 아이가 돌아왔다.

간단히 토르티야로 피자를 만들어주고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아이는 학원을 가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회사생활을 하는 남편도

학교를 마치고 다시 학원을 가야 하는 아이들도

자신만의 쉽지 않은 무게를 감당해 내야 하는 것 같아 짠하다.


아이는 학원을 가며 "엄마 오늘은 만원으로  뭐해줄 거야?"물었다.

아이는 나보다 더 만원의 한 끼에 재미를 붙였다.


피식 웃으며

 "글쎄~오늘은 만원으로 뭘 먹지?"

마땅한 메뉴가 생각나지 않았다.


마트를 가도 마땅히 살 게 없다.

그러다 문득 어릴 적 엄마가 특별한 음식처럼 해주던 햄버그(함박)스테이크가 떠올랐다.

돼지고기랑 양파랑 같이 갈아서 달걀 밀가루를 조금 넣고 빵가루를 묻혀 동그랗게 튀겨먹었던

햄버그 스테이크

도시락 반찬으로도 특별식으로도 그 음식을 해주면

그날은 조금은 행복한 날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 추억을 떠올리며

오늘 만원의 한 끼는 햄버그 스테이크로 정했다.


소고기 간 것은 비싸고 돼지고기 뒷다리살이 600그램에 9900원이었다.

딱 만원에 부합하는 가격이라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싸! 오늘은 정말 만원에 딱 맞춘 한 끼다~'


간 돼지고기에 후추와 맛술을 조금 넣고 튀김가루와 달걀을 넣었다. 양파와 당근도 넣어 같이 버무렸다.

햄버그 스테이크 양념은 끝이다.


소스는 백종원 레시피로 검색해 봤는데

진간장과 버터와 케첩을 넣으라 했는데 간장을 넘

많이 넣었는지 살짝 짰다.

그렇지만 나는 20년 차 주부다.

물을 조금 더 넣고 돈가스 소스를 조금 섞으니

내 맘대로 만든 햄버그스테이크 소스지만

맛있었다. 적어도 나에겐..


비주얼을 위해 가니쉬를 뭐로 할 하다

감자를 길게 잘라 허브솔트를 뿌려 에어프라이어에

구웠다.

그리고 달걀을 튀기듯 구웠다.


이제 잘 차려내기만 하면 된다.

그냥 대충 놓고 먹어도 되지만

예쁘게 잘 차리면 나도 아이도

특별한 날 특별한 음식을 먹는 것 같아 행복하다.


한 접시에 담긴 사랑

오늘 난 아이에게 월요일 힘든 하루의 노고를

위로해 줄 햄버그 스테이크를 선물했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사랑이 담겨있다.

포근하고 따뜻하고 상큼하고 쫄깃하고 아삭한.. 사랑

그 사랑이 지친 아이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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