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의 절반이 가고 있을 즈음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일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포터 필터를 손에 쥐면 자연스레 그라인더로 가서 원두를 받는 일이 마치 오래전부터 해왔던 일처럼..
하지만 아직도 원두의 양과 추출 시간은 그때그때 때마다 나를 괴롭히며 한결같은 맛을 내어주진 않았다. 만 시간의 법칙이란 건 괜히 누가 지어낸 심심한 농담은 아니었나 보다.
어쨌거나 '난 에스프레소를 내릴 줄 아는 사람이야'로 뿌듯해하고 있을 즈음 선생님은 카푸치노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셨다. 우유에 스팀봉을 아주 적게 담그고 스티밍을 해야
거품이 충분히 일어나 카푸치노를 만들 수 있었다.
아주 미묘한 차이로 우리는 카페라테를 만들 수도 카푸치노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노즐이 조금이라도 깊게 들어가면 풍성한 카푸치노 거품은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그 '미묘함'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를 만드는 가장 큰 척도인 것 같았다.
우유 거품을 만들어 카푸치노 잔에 에스프레소를 받은 선생님을 우리는 조용히 예의 주시했다.
작은 피쳐에 스티밍 된 우유가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떨어지고 커피잔에 안착되어 우유와 거품이 잔에 담기는 모습을..
마치 묘기를 부리듯 잔에 담긴 커피와 우유는 하나의 예술품이 되어 짠하고 나타났다.
하트를 담은 라테와 카푸치노는 맛과 향보다
눈으로 먼저 사람을 매혹시키고 있었다.
여러 가지 다른 옷을 입을 수 있는 커피의 매력에 다시 한번 눈길이 갔던 순간이었다.
이제는 내 차례다.
나는 야심 차게 추출한 에스프레소에 스팀을 친 우유를 빙그르 돌려봤다. 얼마큼 돌리다 어디서 안착을 해야 하는지 그 연결 동작이 영 어색했다. 언제나 쉬워 보이는 동작은 내가 막상 해보면 쉽지 않았다. 그리고 하트는커녕 동그란 모양도 만들어내기 힘들었다.
우유가 담긴 피쳐는 공중에서 피겨스케이트 선수들이 트리플 액셀을 도는 것처럼 세 바퀴쯤 돌아 잔의 중앙에 잘 안착해서 멋진 인사를 해야 하는데 자꾸 돌다가 엉덩방아를 찢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뜻대로 되지 않는 카푸치노 덕에 커피는 또다시 가깝게 지내려 해도 가까워지지 않는 도도한 친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나는 다시 도도한 친구에게 다가가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잔에 담긴 커피에 우유를 붓길 수십 번 뭔가 어색한 동그라미가 조금씩 그려지기 시작했다. 아직 전문가의 길을 향한 여정은 멀지만 이미 달리기 시작했으니 멈출 수는 없었다.
내가 듣는 커피 수업의 최종 목표는 바리스타 2급 자격증에 있다. 5명 중 2명은 가지고 있다는 자격증을 꼭 따야 하는 건 아니지만 자격증이란 목표지점에 도달하면 하트를 이쁘게 그리는 것만큼 행복할 것 같았다.
하지만 자격증을 향한 매뉴얼은 꽤 복잡했다.
커피 추출 시간도 지켜야 하고 스티밍도 잘 쳐야 하고 중간중간 청소도 해야하고 일정한 순서를 지키야 하는 일은 뒤죽박죽 계속 실수를 연발시켰다.
정해진 시간에(10분) 에스프레소 4잔과 카푸치노 4잔을 만들어내는 일은 능숙한 연습자가 아니면 쉽게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 역시 반복해서 일의 순서를 내 몸에 익히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커피를 한 잔 앞에 두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처럼 콩닥콩닥 뛰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시험처럼 앞에 나가 손을 들었다.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