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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Dec 10. 2023

산타는 없어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작년 이맘때 일이 생각난다.

벌써 한 해가 지났구나!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가는 시간을 꽁꽁 묶어놓고 가둬두고 싶지만

하루를 더 의미 있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걸 알기에 아쉬움도 흘러가는 시간 속에 같이 묻어두려한다.

그리고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는 어느 해보다

알차고 따뜻하게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왜냐하면 올 한 해는 이래저래 걱정도 불안도 느닷없는 상처도 많았던 한 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에게 큰 위로를 받고 싶다.

그 존재가 내가 없다고 말했던 산타라면

훨씬 더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작년 크리스마스는 이상하게 시들했다. 크리스마스트리도 음식도 그 어떤 이벤트도 준비하지 않게 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아이가 이젠 어린이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커서인 것 같았다.

그래도 엄마 아빠의 선물로 신발과 옷은 준비해서 크리스마스 전날에 선물전달식은 했다.

문제는 산타할아버지이다.

매년 아이가 모르게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따로

준비해서 몰래 현관이나 아이의 머리맡에 놓았는데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은 다 믿지 않는 산타를 혼자만의 비밀로 믿고 있다는 게 아직 너무 순수하고 맑은 마음인 것 같아 왠지 모르게  흐뭇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혹시나 친구들에게 놀림받거나 너무 환상만 품고 사는 게 아닌가 싶어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와 잠자리에 들면서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가 어떤 선물을 줄까 하고 수다를 하는 아이에게 나는 고백하기로 결심을 했다.


"○○아 사실은 산타는 없어!"

"에이 거짓말! 나는 작년 재작년에도 선물을 받았는데!"

"아~그건 엄마가 따로 준비한 선물이야~

네가 너무 산타를 믿는 거 같아서..

엄마가 고민하다가 너한테 말하는 거야~~

실망했니?"

"정말이야? 에 거짓말!

그걸 엄마가 정말 따로 준비했다고?"


아이는 뜻밖의 고백에 처음엔 엄마가 장난인 줄 알다가 나중에는 표정이 심각해지기 시작히더니

결국엔 눈이 그렁그렁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이 산타를 믿지 않아도 자기는 산타를 정말 믿고 있었고, 어떻게 산타가 자기 맘을 알고

이런 선물을 주실까 신기했었다고.. 말하며

아이는 눈물 한 방울을 떨구며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혹시나 산타를 믿는 나를 친구들이 놀릴까 싶어 산타를 믿는다는 것을

혼자만의 비밀로 하고 있었다고 했다.


웃으며 자연스레 받아들여질 일로 시작했던

나의 고백은 갑자기 눈물젖게하는 멜로드라마처럼 슬퍼져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이가 어떤 면에서는 너무 순수하고 어린것 같은 마음에 고백했던 산타의 부재

아이의 보석 같은 마음을  깨부순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속상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이를 꼭 안아주며

"○○아 엄마가 미안해~~

네 마음속에 산타가 있으면 그건 네가 스무 살이 되건  서른 살이 되건 언제까지나  있는 거야!

엄마도 가끔은 산타를 기다릴 때가 있어~!

꼭 좋은 물건을 선물로 받지 않아도

크리스마스에는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거든!

아마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그런 생각이 있을 거야!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앞으로 종종 찾아올지도

몰라~~

네 마음속에 크리스마스에 물질적인 선물을  전해주는 산타는 없어졌을지 모르지만

○○이가 바라는 소망이나 기쁨, 행복,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산타는 언제까지나 살아있을 테니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런 위로를 전하며 나는 어렵사리 아이의 마음을

다독였다. 하지만 나의 어린 시절 늘어진 양말 한 짝을 머리맡에 놓고 잠이 든 티 한점 없는 순수한

마음에 시꺼먼 먹물을  떨어뜨린 것 같아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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