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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Aug 20. 2022

편견에서 벗어나고자 한
'용기내' 일상 다섯 가지

있는 것들로 용기내도 HIP 하게 :)

※ '용기내'는 무언가를 포장할 때 플라스틱과 쓰레기를 덜어내고자 하는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입니다. 주로 먹거리 포장에서 많이 살펴볼 수 있지만 본 글에서는 일상생활의 다양한 부분에서 실천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01 유리병


날씨가 좋았던 4월 초. 나른한 오후라 산책할 겸, 커피도 사러 갈 겸 옷을 주섬주섬 걸치고 있었다. 그런데 텀블러를 집에 놓고 왔음을 깨달았다. 관둘까 싶었는데 매장 안을 둘러보다가 유리 공병이 잔뜩 있는 게 눈에 들어와서, 넉넉한 크기의 것을 하나 들었다.



스타벅* 직원은 유리병을 보고 약간 당황했지만 아이스면 텀블러가 아니어도 담을 수 있다며 받아주셨다.� 들고 오는 동안 손이 좀 시리긴 했지만 텀블러보다 세척이 쉬운 장점이 있는 용기였다.


텀블러를 진짜 친환경 물품으로 잘 쓰려면 1,000번은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유리는 분리배출 항목에 늘 있는 데다 재사용이 잘 될 것 같아 플라스틱 대용으로 마구 써도 좋을 것 같지만 사실 썩는 데까지 얼마큼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알 수 없는 소재라고 한다. 그러므로 어떤 소재든 애써 새로운 걸 구입하지 말고, 있는 것을 잘 찾아 사용하면 좋겠다. 요즘 이런 유리병 테이크아웃을 힙하다, 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으니�





02 쟁반


매장에서 도보로 이동해도 채 3분이 안 걸리는 거리에 베이커리가 있다. 그리고 메뉴가 나오는 시간을 sns로 알려주는 곳이라 원래도 포장은 안 해놓는 곳이지만 쟁반을 들고 갔다. 먹고 싶은 메뉴가 처음 판매되는 날이라 마음이 급했는데 1번의 사례처럼 마땅한 용기가 없어 주변을 보다 눈에 띈 아이템이었다. 


가게에서 먹거리를 담아주기도, 담아와 집어먹기도, 먹고 나서 세척하기도 뭐 하나 불편한 것 없이 편한 나만의 대접 :) 용기내 캠페인에 참여할 때 멋들어진 사진을 남겨보고자 스텐 용기나 투명 유리 용기를 꼭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03 유리병2


복합소재가 빈번히 사용되는 화장품 구매가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톤28 제품을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었으나 역시 분리가 어렵고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친환경 화장품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디크림은 유리용기에 소분해서 사용하고 있다. 


위생 문제가 제일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는데 웬걸, 진짜 별일 없다. 오히려 방부제도 덜어내니 피부도 건강해지는 느낌. 투명해서 언제 다시 리필할지 고민 않고 결정할 수도 있다. 아직 얼굴 크림까지는 도전하지 못하는 중인 게 함정. 사실 피부에는 뭘 안 하는 게 제일 좋다고 하니까, 나이 들면 이마저도 멈추지 않을까.





04 렌즈 보관 케이스


요즘 립밤은 렌즈통에 담아 다닌다. 무색과 유색, 두 가지 타입을 사용하고 있어서 칸이 나뉜 렌즈통이 찰떡이다. 무색 립밤을 사용하는 남편의 경우 나와 같이 다닐 땐 본인 짐도 덜 수 있다. 



종이 케이스 립밤은 착하고도 신박한 아이디어 제품이지만 사용성은 그리 좋지 않다. (그리고 내가 쓰는 브랜드는 가격도 저렴하지 않다) 때문에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싶은데 실용적 일지 고민된다면 본품 구입 후 친구들과 필요한 만큼 나눠 덜거나 소분 판매하는 곳을 찾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렌즈통이 없다면? 렌즈를 사용하는 지인이나 친구에게 사용한 것을 달라고 부탁해 보자. 렌즈통은 소모품이라 "쓰레기를 가져간다니?!" 하며 좋아할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손에 묻어나는 게 싫다면 추천하지 않는 통이다)





05 화분


3-4년 전에 어버이날 꽃으로 절화가 아니라 카네이션 화분을 준비했었다. 계속 피고 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서. 그렇지만 한 해도 못 넘기고 죽어서 화분만 덩그러니 남았다. 예전 같았다면 그냥 처분했겠으나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곤 언젠가 쓰겠지 하는 마음으로 보관하고 있었다. 상추가 됐든 파가 됐든 뭐라도 심을 생각으로.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결국 이 화분에 담긴 건 보스턴 고사리가 됐다. 식재 클래스를 하는 꽃집을 알게 된 덕분이다. 돌볼 식물이 하나 더 늘었지만 선택한 식물을 내 손으로 옮기는 과정 중에 내 마음이 풍족해졌고 빈 화분도 제 역할을 찾았다. 갖고 있는 처치 곤란한 빈 화분이 있다면 동네 꽃집에서 상담 후, 잘 키울 수 있는 식물을 요청해서 심어 보는 건 어떨까. (모종이 심어져 있던 플라스틱 화분은 다시 농장에 드린다고 한다, 플라스틱을 덜어내려는 노력을 함께 하려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건 축복이다.)





덧붙여서, 행운목을 선물로 받았는데 수경재배가 가능해서 남아도는 컵 하나에 옮겨 키우고 있다. 물 때가 껴도 세척이 편하고 손잡이가 있어 이동도 용이하다. 본래 있던 행운목 집은 다시 꽃집에 반납. 서로 윈윈 :) '용기'의 소재와 용기에 담길 '내용물'에 대해 조금 유연히 생각한다면 플라스틱을 덜어낼 수 있는 구매 방법은 무궁무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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