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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잌 Oct 19. 2023

원어민스러운 영어 표현 -6-

담배 한 대 얻어 피울 수 있을까요?

최근에 <친구>,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같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연이어 시청하다 보니 갑자기 담배에 대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현직 흡연자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가끔 담배 한 대가 너무 땡기는데 주머니에 담배가 없을 때가 종종 있는데, 이럴 때 주위에 누군가가 담배를 태우고 있다면 아무리 극 I 성향이라도 실례를 무릅쓰고 “저 죄송한데 담배 한 대만 얻어 피울 수 있을까요?”라고 묻게 된다.


매 블록이나 건물마다 편의점이 있어서 굳이 남한테 얻어 피울 필요 없이 쉽게 담배를 살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땅덩어리가 워낙 큰 미국은 주요 담배 판매처인 편의점과 주유소가 한국처럼 가까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술을 마셨을 때 가장 담배가 땡기는데, 이럴 땐 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염치 불구하고 주위 흡연자의 자비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참는 것은 불가능).


그렇다면 과연 담배 한 대만 달라고 할 때는 영어로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담배를 얻어 피울 때 “Can I bum a smoke?”라고 라는데, 나도 예전에 담배를 피울 때 수도 없이 이 말을 하기도, 또 듣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Smoke” 대신 “cigarette”, 혹은 줄여서 “cig”를 써도 되는데, “smoke”가 훨씬 더 많이 쓰이고 더 네이티브스럽다. 왜 피우다라는 의미의 동사, 혹은 연기라는 의미의 명사로 쓰이는 “smoke”가 사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튼 그렇다.


그리고 “bum”이라는 단어는 사실 거지를 의미하는 속어성 명사인데, 이건 좀 이해가 간다. 아마 최대한 비굴하게 (거지처럼) 담배 한 대만 구걸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참고로 “bum”이라는 단어는 (거지처럼) 빌붙다, 신세지다라는 의미의 동사로도 쓰이는데, 자매품으로는 “mooch”와 거머리란 의미의 “leech”가 있다. 조별과제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이름만 올리는 애들한테 딱 어울리는 단어들이랄까? 그리고 현실적인 조언을 하나 추가하자면, 요새 미국에선 담배 한 갑에 거의 2만원 가까이 하기 때문에 예전과 달리 사람들이 많이 각박해져서 거절하는 경우도 많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사족이지만 한국에서는 공중파/종편 드라마에 흡연 장면이 모두 블러처리돼서 나오는데, 나는 그게 참 아쉽다. 담배가 몸에 해롭고 미성년자들이 흡연을 시작하는 것을 막고 싶은 취지는 알겠으나, 블러처리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고, 가끔 흡연 장면이 극 중 인물들의 심리상태 표현에 반드시 필요하거나 가장 적절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 블러처리가 되거나, 누가 봐도 부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내기만 해서 피우진 않고 버리는 장면이 나오면 몰입감과 현실성이 확 떨어진다. 특히 <미생>이나 <나의 아저씨> 같은 드라마에서 직장 생활의 고달픔(이라 쓰고 x 같음이라 읽는다)을 표현하는 데에는 이만한 게 없는데, 그냥 피우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사실 나도 굉장히 오랜 시간 담배를 피우다 이제 (거의) 끊고 평상시에는 피우지 않지만, 아직도 술이 얼큰히 취하면 가끔 한두 대씩 피우곤 한다. 담배는 백해무익하니, 앞으로는 술을 많이 마셔도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


#노담


P.S - 일부러 내가 좋아하는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 배우의 흡연 장면을 커버 포토로 썼는데, 조만간 <비열한 거리>와 유하 감독에 대한 글도 한번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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