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잌 Oct 26. 2023

원어민스러운 영어 표현 -8-

돈 좀 빌려줄래? (feat. “Spot”)

요즘은 사람들이 대부분 신용카드만 쓰고, 신용카드가 없어도 삼성페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앱으로 즉시 결제, 혹은 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 오늘 알려줄 표현이 그리 쓰임새가 클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이왕 쓰기로 마음먹은 거 그냥 쓰자면, 오늘의 표현은 여럿이 모인 식사 자리나 술자리에서 계산을 위해 돈을 각출하는 상황에서 수중에 돈이 없을 때 주로 쓰이는 “Can you spot me?”이며, 영양가(?)가 별로 없는 표현인 만큼 “spot”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로 분량을 좀 더 채워보겠다.


아시다시피 이 “spot”이라는 단어는 은근히 여기저기

많이 쓰이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사전적 의미는 아마도 “점“이나 “위치”가 아닐까 싶다. 물리적인 의미로 옷 같은데 묻은 작은 점 형태의 “얼룩”도 “spot”이라고 하고 (좀 더 퍼진 형태의 얼룩은 “stain”이라 한다), “위치”의 의미로도 “핫플”을 영어로는 “hot spot”이라고 한다. 그리고 친구들과 항상 모이는 아지트 같은 단골 가게나, 연인들 사이에서 의미가 있는 장소도 ”That’s our spot.“이라고 많이들 표현한다.


비유적인 의미로 “정확함”을 표현할 때도 자주 사용되는데, 예를 들어 “오, 아주 정확해“, 혹은 ”바로 그거야“ 이런 이야기를 할 때 “That is spot on!”이라고도 하며 (혹은 ”That is right on point!”라고도 하는데, 둘 다 “점”이라는 의미의 단어를 쓰는 게 신기하다), 뭔가 딱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었을 때도 -예를 들어 숙취가 심할 때 속을 확 풀어주는 해장국을 먹었을 때라든지- ”Oh, man, this hits the spot!”이라는 감탄사를 쓴다. 참고로 미국에선 주로 피자나 햄버거 같이 기름진 음식으로 해장을 하는데, 나는 한국인의 피가 흘러서 그런지 몰라도 확실히 국물을 먹어야 한다.

이 분도 아마 속으로 ”This 국밥 hits the spot!”이라 외치셨을 것이다.

재밌게도 위와 “on”과 ”spot”의 순서를 바꾸면 의미가 확 달라지게 되는데, 만약에 무엇인가를 “on the spot”으로 한다고 하면, 이는 현장에서 즉시, 바로 하는 것을 의미하며, “put (someone) on the spot”이라는 표현은 누군가를 곤란한 상황에 밀어 넣는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갑자기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든지?


어쨌든 식사나 술자리에서 N빵을 할 때 돈이 없는 경우, 친구에게 “내 것도 좀 같이 내줘“라고 할 때 “Can you spot me?”라고 하는데, 맥락을 모른 채 이 표현을 들으면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spot”에는 찾다/알아보다/찍다(”identify”와 유사)라는 의미도 있어서, 단체 사진이나 영상에서 -예전에 비해 외모가 많이 달라진- 자신을 찾을 수 있는지 묻는 걸로 착각할 수도 있고,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을 할 때 -특히 본인에게 버거운 무게를 칠 때-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보는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헬스장에서 “spot”의 중요성

돈 좀 빌려달라는 표현에 대한 글에 온통 “spot”이라는 단어의 사용성에 대한 이야기뿐이라 뭔가 주객전도가 된 느낌인데 다시 주제로 돌아오자면, “Can you spot me?”는 “돈 좀 빌려줄래?”라는 의미보단 “일단 지금 내 것도 좀 내줄래? 바로 보내줄게”의 의미에 더 가깝다. 그래서 주로 “I’ll get you back.“이라는 말로 이어지는데, get 대신 pay를 써도 무방하지만 뭔가 get이 좀 더 미국인스러운 느낌이 있다.


돈을 대신 내준 친구는 물론 돈을 다시 받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렇게 편하게 서로 부탁할 수 있는 사이에서는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냥 “Nah, it’s cool”, 혹은 ”Nah, don’t worry about it” 이렇게 넘기는 편이다. 대신 “Just get me next time”이라고 다음에 내가 같은 상황일 때 도와달라고 이야기는 한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말고도 그냥 말 그대로 돈을 좀 빌려달라고 할 때도 “spot”이라는 표현을 쓰긴 하는데, spot은 주로 액수가 적을 때만 쓰이고, 큰돈일 땐 spot보단 “lend”나 ”loan”을 써서 “Can you lend/loan me some money?”라고 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아니면 그냥 ”Can I borrow some money?”라고 하든지.

다만,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큰돈은 서로 빌리지도, 빌려주지도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빌려줄 거면 차라리 그냥 주든가. 아 물론 그냥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원어민스러운 영어 표현 -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