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버튼과 피카소의 그림을 보며
2023년 마지막 날, 아직까지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이것부터 시작하자
그건 바로 당신 안의 답을 찾는 일이다.
이 그림을 그린 나는 현재 제페토 크리에이터로 일하고 있다.
15년 만에 이사를 하며 발견한 초등학교 때의 그림, 비현실적인 꿈에 나만의 작품을 그리고 쓰는 작가를, 현실적인 꿈에 나만의 감성이 담긴 상품을 제작해 파는 꿈을 담은 이 그림대로, 현재의 나는 컴퓨터로 내가 그리고 싶은 의상과 액세서리를 그려 유저들에게 판매하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 인생은 생각한 대로 살게 된다던가?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대해 의심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제는 나의 완전한 길을 찾은 듯한 평온한 감정으로 작업을 한다.
팀버튼이라는 작가이자 감독을 아는가? 아마 조금이라도 영화나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들어봤을 법한 크리스마스의 악몽, 유령신부, 찰리의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의 영화를 제작한 감독이다.
2012년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진행했던 팀버튼의 전시회, 수많은 작품 속 내 눈에 띈 건 팀버튼의 어린 시절 그린 잠자는 아이의 침대 속에 거미괴물이 들어가 아이를 놀라게 하는 내용의 스케치였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그림을 그렸더라면 당장 금쪽상담소에 데려가 심리검사를 받으며 평범한 아이가 될 수 있도록 교육받았겠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그의 개성은 존중받았고, 시간이 흐르며 기술적, 예술적으로 발전하며 탄생한 작품이 바로 유령과 괴물들이 만들어내는 기괴한 크리스마스의 모습을 담은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는 작품이었다. 그가 제작한 작품들은 하나같이 기괴하고 신비로운 상상력으로 가득했고, 그 상상력은 그의 어린 시절의 스케치북에 이미 담겨있었다. 즉 팀버튼만의 답은 이미 초등학생이 될 무렵 그의 안에 있었으며, 그의 생각대로 인생과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팀버튼의 그림처럼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한 답은 그 누구도 아닌 내 안에 있다. 그러니 정답은 남이 아닌 나에게서, 그들의 답정너가 아니라 답안 너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생긴다.
그건 바로 당신 안의
재능을 따라가야 할지 좋아하는 일을 따라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정답은 약 20년, 정확하게는 24년이 걸렸다. 그런데 이 꽃을 보고 완성된 명화처럼 보이는가? 아직도 완성되지 못하는 불완전한 그림, 안타까운 나의 그림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꽃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꽃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하는 학원을 끊고 다른 학원으로 옮겨갈 만큼 꽃그림에 진심이었고, 6살 때부터 지금 가지 쭉 그려왔다. 하지만 24년의 결과는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피카소를 아는가? 너무나 유명한 예술가라서 알 수밖에 없는 피카소의 그림을 떠올릴 때면 큐비즘, 입체주의 화풍의 추상적인 그림이 떠오를 것이다. 어린아이가 그려도 이것보다 잘 그릴 것 같은데 왜 유명하지? 란 생각이 드는 그림을 그렸던 그는, 사실 7살 때부터 미술 기초교육을 받고 11살 때부터 전문 화가 수준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천재였다. 10대 초에 이미 완성된 그림실력을 가지고 20대에 어느 정도 인정받는 화가가 될 수 있었고, 이미 기술적으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었던 그가 선택한 그림이 바로 입체주의, 우리가 가장 많이 기억하는 그림들이었다. 즉 처음부터 완성된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는 그의 짧은 인생 안에서 긴 역사에 남을 명작을 완성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발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일이 발전해 완성되기까지는 긴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유일하게 이 긴 시간과 정성을 효율적으로 단축시켜 주는 것이 바로 재능이다. 그렇기에 좋아하는 일을 할지, 잘할 수 있는 일을 할지 정할 때는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자신이 정한 일이 느리게 발전돼도 괜찮은 일인지, 혹은 그만한 가치 있는 일인지, 반대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일인지 아닌지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의 답 또한 자신만이 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