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부하러 회사 가니?

by 천정은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 얻는 걸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한민국이다.

요즘은 좋은 직장 가야지 아들 딸 잘 키웠다는 말을 들을 수 있기에 어떻게든 이름 있는 기업, 공무원이 각광받는 시대다.

자, 그럼 좋은 직장 들어가서 아들 딸 들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까?

회사원 p 씨는 남들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당당히 합격했다.

면접 때, 자신이 근무하고 싶은 부서를 똑 부러지게 말할 정도로 야무진 청년이다.

그렇게 직장생활이 시작된 지 한 달째, p 씨는 상사 동료 등쌀에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일 좀 배우려고 하면, 신입은 이런 것 먼저 알아야 한다.

신입, 이리 좀 와서 복사 좀 해. 신입, 이 서류 먼저 처리해.

눈치 보며 이일 저일 하다 보니 자신의 자존감은 바닥을 친다.

야무진 야망을 안고 입사했지만, 몇 년은 눈치 보고, 몇 년은 뒤치다꺼리를 해야만 한다.

하루하루를 값지게 살고 싶지만, 시간이 흐르는 데로 살아가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출근하고, 종일 업무에 치이다 보면 어느덧 주말이 다가온다.

주말 저녁만 되면 월요병에 벌써부터 가슴이 막힌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회사라는 공간이 자신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곳이기보단, 생존하기 위해 버티는 곳이다.

조금만 더해서 승진해야지.. 체면이 서지.

조금만 더 버티면 자동차 할부 빚은 청산 할 수 있다.

월급날까지 버텨보자.

라는 버티기 인생 말이다.

취업준비생 때는 선배들이 회사 카드를 목에 걸고 다니는 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그 목걸이가 나의 목을 죄어 오는 듯한 느낌이다.

출근해서 명찰을 목에 걸면서 오늘 하루도 잘 버텨보자, 라며 속으로 외친다.

잔소리하는 상사, 뭐든지 일을 미루는 과장, 말만 하는 부장 등 머릿속은 벌써부터 지친다.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직장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현실은 그럴 수가 없다.

직장에서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한 인생을 견뎌야만 한다.

나 또한 병원에서 원하는 인재가 되지 못해서 손해를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병원에서 원하는 인재는 아니 간호과장이 원하는 인재는 아부 잘하고, 자기한테 잘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나름 솔직하고, 할 말 있으면 말하며 의사들 사이에서 야무진 간호사로 알려졌다.

바쁜 의사들의 일도 도와주며, 오더 입력, 채혈도 내가 할 정도였으니, 일 잘하는 간호사라는 말을 들을 만했다.

사실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주치의들을 보면서, 내가 한 번 더 움직이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얼마나 졸렸으면,, 잠도 3-4시간 밖에 못 잤겠네,,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인정받는 간호사였으나, 간호과장에게는 일밖에 모르는 간호사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곳 병원의 간호 과장은 노처녀였는데, 나름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 사람이었다.

딱히 퇴근 후에 아이를 돌보거나 취미 생활을 하는 게 아니 여서 남들보다 시간이 남아돌았다.

라운딩 한다고 오면 늘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해서, 오늘 나랑 놀아줄 사람? 하며 물었다.

몇몇 선배는 과장님 오늘 저랑 한잔 하시죠.

제가 좋은 곳 알아놨습니다.

분위기는 바로 화기애애해지며, 사적인 대화의 장소가 되었다.

응급실이 최고라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수간호사는 과장에서 아첨하기 바쁘다.

가면을 몇 개씩 바꿔 써가면서 말이다.

과장님, 어디 가면 아가씨인 줄 알겠어요.

과장님, 피부는 어디서 관리하세요? 피부 톤이 너무 예뻐요.

과장님, 몸매 관리를 너무 잘하세요.

과장님, 센스도 있으시고 너무 재밌어요.

이쯤 되면 너도나도 얼른 가면을 쓰고 한술 더 떠서 오버 액션을 취한다.

뒤에서 일하는 몇몇 후배들과 나는 역겹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회사생활에서 이래야 살아남는 건가?

그때 나는 사회에서 살아남는 생존법을 처음으로 익혔다.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가면을 써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내 성격상 맞지 않는 가면을 쓰고 나면 그날 저녁은 머리가 지끈지끈거린다.

이게 진정한 사회생활이란 말인가?

고민을 하며 쉽게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다음날, 뒤에서 역겹다며 말한 나의 후배는 나와 같은 고민을 했는지, 다음날부터 과장님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과장님~ 과장님~ 하며 아부의 가면을 쓰고 다녔다.

지금은 병동의 수간호사가 되어, 나름 평탄한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그 후배도 나와 같은 고민을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썼을 거란 생각이다.

그런 역겨운 세월을 견디고 지금의 명함을 얻지 않았을까?

물론 나 역시도 가면을 몇 번 썼다 벗었다 했다.

몇 날 며칠 고민하던 나는 가면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나는 나대로 살 거야.

내가 원하는 삶 말이야.

이런 결론을 내렸다.

물론 직함을 달지도, 오랜 직장생활도 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있다.

일만 잘하면 직장생활을 잘하는 걸까?

직장생활 15년 차인 나에게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다.

일만 잘하면 회사생활이 순조롭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적재적소에 가면을 바꿔 쓰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입은 천근만근 무거워야 하고, 때론 가식적인 말과 웃음도 선보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승진 시기나 연봉협상 시기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뒤로 밀려나기 쉽다.

직장인 A 씨는 회사에 출근하는 게 지긋지긋하다.

회사일은 자기가 거의 다 하는 것 같다고 한다.

회사만 가면 선배들은 커피 한잔, 담배 한 대 하며 옥상으로 나간다.

후배들은 아직 일이 손에 익지 않아서 실수투성이다.

그런데 후배들은 선배들 눈치 보며 살살 비유 맞추기에 급급 한다.

정작 중요한 일은 뒤로 미룬 채 말이다.

자신은 점심시간 때도 밀린 일로 나가지 못하는데, 후배들은 상사들과 함께 식당으로 가는 걸 보면 화가 치민다.

A 씨는 그런 회사 분위기가 너무 싫다고 한다.

누구는 일하고 누구는 쉬어도 되나요?

제가 맡은 업무는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안 되는 일인데,, 누구는 일어나서 휴식시간 다 챙기고, 후배들은 선배님.. 하며 어리광만 부린다.

윗선 배의 업무 능력 부족과 업무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회의 때 이런 문제를 건의하면 이 정도도 못하면 뭣 하러 회사 다니 내며 오히려 자기를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성격상, 완벽주의다 보니 자기만 하루 종일 일에 치여 안절부절못하고, 외부 출장까지 가는 것 같아서 오늘도 속상하다.

최선을 다해 일해 보지만, 남는 건 사회생활 못한 자신만 힘든 현실이 억울하다.

이러다 보면 직장생활에 쉽게 지친다.

우리는 회사라는 곳을 현명하게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직장이라는 곳이 나에게 안 좋은 것만 안겨준다면 출근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월급도 주고, 나름 경력도 쌓게 해 주고, 기술도 익히게 도와준다.

그러니 우리도 맘 편하게 회사를 이용해 보면 어떨까?

어떤 상황에서도 남과 회사에 신경을 쓰기보단, 나 자신을 먼저 보호하는 게 급선무다.

내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나 자신의 자존감을 높여야 회사 생활이 편해질 수 있다.

지금의 현실이 싫더라도, 스스로에게 부정과 비난의 화살은 멈춰야만 한다.

카디자 윌리엄스는 진정한 자존감의 여왕이다.

그녀는 살면서 노숙자 주제에 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말에 상처 받지 않았을 리 없는데도 카디자가 유수의 명문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였다.

타인이 멋대로 찍은 낙인에 인생을 내주지 않을 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확고한 덕분이었다.

그녀는 부정적인 환경이었음에도 스스로의 의지로 인생을 긍정적인 쪽으로 전환시켰다.

우리도 환경과 사람을 탓하기보단, 지금의 현실에 만족할 줄 알고, 문제에 집중하려는 마음을 갖도록 해보자.

인생은 불공평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생명이 탄생하는데 누구는 평생 연금이 보장된 스웨덴에서, 또 누구는 태어나자마자 풍토병이나 기아로 죽을지도 모르는 소말리아에서 태어난다.

그렇다고 스웨덴의 연금을 소말리아에 공평하게 나눠줄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왜 되는 일이 없을까? 나는 왜 이렇게 살아가야 할까? 라며 자신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

인생은 끝없이 이어지는 마라톤이다.

내쇼날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인생의 불공평을 담담하게 인정해서 그 열등감으로 부자가 되고 94세까지 장수해 일본 경영의 신으로 존경받았다.

그는 성공 비결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저는 집안이 가난했기에 악착같이 돈을 벌 생각을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병약했기에 늘 몸을 돌봤고, 일을 혼자 다 하지 않고 실력 있는 전문가들에게 나눠하게 했지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도 4년밖에 못 다녔답니다. 그래서 늘 공부하고 많이 배운 분들께 겸손하게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똑같이 술 마시고 폭력적인 아버지를 둔 형제라도 어떤 사람은 난 절대 아버지처럼 엉망으로 살진 않을 거야.. 라며 열심히 공부해 인생을 개척하고, 또 다른 형제는 내가 보고 배운 게 그거밖에 더 있어? 라며 아버지를 흉내 낸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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