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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정 Feb 03. 2024

말레이시아에서 버스를 타면 계층사회가 보인다

"나는 너랑 레벨이 달라!"

'인종과 종교의 갈등이 거의 없는 조화로운 다민족 다문화 국가'


말레이시아를 설명할 때 자주 거론되는 표현이다.


이 나라에 오기로 한 나의 결심 중 큰 부분이 바로 이 문장이기도 했다.


과연 저 듣기 좋은 말은 사실일까? 나 역시 가장 궁금한 부분 중 하나였다.


현재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현장에서 관찰한 바, 나의 결론은 "반반이다." 


치킨 주문 하는 것도 아니고 '반반'이라니 애매한 답변일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느꼈는지 설명하겠다.


From 노랑통닭


나는 취업 첫 해에 줄곧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횟수로만 따지면 300회가량 탑승해 본 것 같다.


반면 저번 글에서도 설명했듯 이곳 로컬들은 대부분 자가용이 있다. 


버스의 경우 운전이 거칠고, 기사들은 불친절하고, 제시간에 오지 않는다는 등의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내 주변에 버스를 탄다는 사람은 나같이 외국인 말고는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처음에는 생각하기를 '서비스야 형편없지만 저렴하니까 가성비로 탈만 하지 않을까?'라는 것이 나의 질문이었다.



런데 알고 보니 로컬들이 버스를 타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버스 내부 환경이 매우 더럽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버스 이용자의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 계층이다. 


이 사람들은 보통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지에서 육체노동을 하기 위해 이 나라에 오는 분들이다.


이 분들은 출퇴근을 다 같이 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특정 정거장에서 20명 가까운 인원이 한꺼번에 타고 내린다.


특히 퇴근 버스인 경우 탑승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하루종일 땀을 흘린 뒤라 특유의 체취가 강하다.


그리고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다들 짐 보따리를 한 두 개씩 들고 타는 덕분에 안 그래도 협소한 버스에 공간이 더 없어진다.


대화 볼륨도 높아 시끄럽다.   


그럼에도 땀 흘려 수고한 자를 어찌 욕하랴. 

불편하지만 십분 이해가 간다.


From Adobe Stock


그나마 이용을 하는 몇몇의 로컬들도 보면 (미안한 말이지만) 행색이 반듯하지 못하다.


노숙자이거나 노동자 계층이 주로 보인다.


물론 겉모습만 가지고 함부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의 사회적 계층이 겉모습에서 이미 드러나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혹하지만 현실이다.  


즉 이곳 로컬들이 (최소한 일반적인 수준의 직장 생활을 한다고 볼 수 있는 나의 지인들이) 버스를 타지 않는 이유는 '그들'과 같은 계층에 속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너랑 레벨이 달라!"  


이러한 인식이 이미 기저에 깔려있는 것이다.


우월의식에서 비롯된 잘못된 마인드라고 비판받을지 모르지만 한편으론 지인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런 지인들의 눈에 비치는 나란 존재는 어쩌면 연구의 대상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인 나의 셀러리가 그들의 3배 이상이라는 것을. 


이곳에서 일하는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의 절대다수가 택시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한다. 


심지어 버스를 단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인원도 볼 수 있다.


(로컬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버스를 매일 타던 내가 신기하게 보일 만도 하다.)


즉 본국에서는 누려본 적 없던 호사를 이곳에서는 단지 한국인, 일본인이라는 사실만으로 누려볼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 마냥 취하는 것이다.


(본국에서는 자신의 사회적 경쟁력이 뒤처져 누릴 수 없던 것들을.)


늘 택시 뒷좌석에 앉으니 본인이 귀족 신분에라도 도달한 거 마냥 착각에 빠져사는 이들도 가끔 보게 된다.



특히 이러한 착각은 일본인 보다 한국인에게서 더 자주 관찰된다.


일본인은 고유의 민족성인지 가정교육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겉으로 보이는 측면에서는 미니멀 라이프 (Minimal life)와 겸양적 삶을 지향하려는 느낌이다.


반면 한국인들의 경우 쉽사리 자만에 빠지며 자기 객관화에 실패하는 케이스를 자주 본다.


과시하고 싶고 대접받고 싶어 하는 심리인 것이다.


로컬들을 향해 "나는 너랑 레벨이 달라!"와 같은 역설을 하는 듯한 일종의 특권의식이 말, 행동, 사고방식에서 전방위적으로 드러난다.

From Adobe Stock


페낭에는 서양인 관광객들이 많은데 이들의 주요 교통수단은 다름 아닌 '버스'다. 


여행길에 오르는 버스 안에서의 그들의 모습을 보면 특유의 여유와 관대함이 느껴진다.


버스 내부 환경에는 크게 여의치 않는다.


불편함이야 똑같이 느끼겠지만 그건 그거대로 또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삶을 접하게 되는 것이므로 존중하고, 나아가 만끽하는 것이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 내가 속해있는 이 사회가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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