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신비 3. 고양이는 사람 음식에 손대지 않는다 (냥바냥 주의)
고양이를 키우고 나서야 알게 된 놀라운 사실.
"고양이는 사람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 냥바냥 주의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고 말했을 때 시어머님은 물론 우리 친정 엄마, 아빠 모두 얼굴을 찌푸리셨다. 고양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도둑고양이, 쓰레기 뒤지는 모습 등이라고 하시니 그럴만도 했다. 나도 고양이가 사람들 쓰레기를 뒤지는 줄로만 알고 있었으니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하지만 고양이는 그런 아이들이 아니다.
일단, 내가 고양이를 키워보니, 고양이는 사람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고양이 먼지를 데리고 올 때, 우리는 키튼용 건사료를 사왔다. 그리고 사료를 주었는데 얘가 어찌나 허겁지겁 먹던지. 얘가 왜 그랬는지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고양이가 먹는 사료에 대해 먼저 자세히 설명하려 한다.
고양이 사료는 건사료와 습식사료가 있는데, 건사료는 개 사료처럼 생긴 동글납작한 작은 알갱이들이고, 습식사료는 우리가 만화나 영화에서 흔히 보는 참치캔 처럼 생긴 것이다. 그런데 캔에 들었다고 다 습식사료가 아니고, 간식용인지 주식용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캔에 들었어도 간식용 일 경우 너무 많은 양을 먹어서는 절대 안되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도 군것질을 많이 하면 몸에 좋지 않은 것처럼, 고양이도 주식 외에 간식 양은 제한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건사료도 회사마다 다양한 종류가 있고, 습식사료도 물론 그렇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고양이들이 입맛이 까다로워서, 먹던 사료가 품절되거나 단종될 경우 다른 사료를 먹지 않아 고생하는 집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사다 놓고 안먹는 사료가 아까운 건 둘째치고, 고양이들이 사료를 먹지 않으면 얼마나 속이 탈 것인지 상상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 그러니 건사료를 고를때는 이 회사가 없어지지 않을지도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먹어야 할 것은 건사료다. 건사료만 먹어도 온갖 영양이 다 들어있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습식사료를 같이 주는 분들도 많다. 습식사료의 장점은 음수량을 늘릴 수있다는 점이다. 고양이들이 물을 많이 마셔야 건강에 좋은데, 습식사료는 일단 수분이 많아 좋다. 하지만 그때 그때 뜯어줘야 하고, 잘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집에 늘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보관성이나 편리성면에서는 건사료가 좋다.
습식사료의 경우에도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일단 떠오르는 것만 적어봐도 참치, 오리, 연어, 치킨, 게살 등등등. 또 이런저런 것들이 믹스된 것도 있고, 가격도 한 캔에 천원대부터 몇천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건사료보다 습식사료는 고양이들이 더 까다롭게 굴기 때문에 아예 입에 안대는 아이들도 많이 있고, 특정 제품만 선호하는 아이도 있다.
우리 먼지의 경우 습식사료는 처음 뜯어 줄 때는 잘 먹다가 같은 제품을 몇 번 주면 안 먹는 경우가 매우 많았는데, 오히려 건사료는 같은 제품을 꾸준히 신나하며 먹어서 건사료가 주식이고 습식사료는 돌아가면서 골고루 먹이려하는 편이다.
건사료의 경우 이런 저런 제품들을 섞어서 주시는 분도 있다고 하는데, 수의사분들 말로는 나중에 고양이에게 알러지가 생기면 어떤 제품이 원인인지 모를 수 있으므로 섞어주지 말라고 한다.
(사료를 교체할때에는 섞어주면서 적응하게 하는데 이것은 예외)
또 고양이들은 식탐이 적고 먹는 양도 생각보다 적은 양을 먹는다. 물론 냥바냥이지만 건사료를 많이 주어도 자기가 먹을 만큼만 먹고 남긴다. (물고기들은 주는대로 다 먹고 배터져 죽는다는이야기들이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자율급식이 가능하고, 하루이틀 집을 비우더라도 건사료를 충분히 주고 가면 혼자 조절하며 먹는다고 한다.
요즘에는 자동급식기라고, 사료를 정해진 시간에 일정량만 나오게 하는 기계도 있는데, 어떤 것은 집사의 목소리를 녹음해 놓으면 사료가 나올 때 예를들어 “00아 밥먹자”같은 녹음된 멘트가 나오기도 하고, 어떤 것은 여기에 카메라까지 달려있어서 떨어져 있어도 우리 고양이가 밥을 잘 먹는지 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기계이다.
(참고로 나는 자동급식기를 샀다가 그 기계의 최소양을 설정했는데도 먼지가 안먹어서 쌓여 넘쳐가지고 사용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 )
자, 그렇다면 고양이의 입맛 얘기로 돌아가보자. 건사료든 습식사료든, 자기 몫의 사료를 먹는 고양이들은 인간의 음식을 탐하지 않는다.
우리 먼지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처음에 천방지축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 시절, 식탐을 부린 적이 있기는 했다. 우리 먼지가 우리 집에 온지 5일째되던 날의 일이다.
그 날은 시어머니가 오셔서 함께 저녁식사를 해야했고 우리 저녁 메뉴는 대하구이였는데, 식탁 위에 방금 올린 뜨거운 새우를 먼지가 스틸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뜨거운 걸 입에 넣는 먼지를 보고 내가 놀라서 새우를 뺏는 순간 먼지는 반사적으로 입을 다물었고 내 손가락이 물린거다. 새우는 뜨겁고, 손가락도 아프고, 나도 당황스러웠지만 먼지도 당황했고, 그때 피도 났던가? 아프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시어머니가 먼지를 싫어하실까봐 걱정이 되었던 게 생각난다.
(고양이는 야생성이 많이 남아있는 동물이므로, 무언가 뺐는다고 잡아당기면 반사적으로 입을 다문다고 한다. 나도 공부가 부족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어찌됐든 그건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의 실수 같은 거였고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먼지의 식탐 사건은 끝났다.
지금은 어떠냐하면, 새우가 식탁에 있어도 무관심하다. 새로운 음식이 있을 경우 와서 냄새를 맡아보기는 하지만 냄새만 맡아보고 그 뿐이다.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새우뿐만이 아니다. 꽃게, 생선, 치킨, 그 어떤 메뉴도 처음 보면 냄새맡아보기 그리고 끝. 그런데 그때는 왜 그랬을까?
이건 아마도 추측이지만, 우리 집에 오기 전, 먼지는 아주 적은 양의 사료로 간신히 연명했던 것 같다. 고양이의 덩치가 많이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죽지 않을 정도만 먹인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분양해주기 위해서는 작고 귀여워보여야 하므로. (데려올 때 밥을 얼만큼 주어야 하냐고 물으니 하루 종일 어른 밥숟가락으로 한 숟가락 반 정도만 주면 된다고 했었다) 그러니 우리 집에 왔을 때 먼지는 걸신들린 것 마냥, 먹을 것 만 보면 허겁지겁 달려들고 언제 또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전투적인 자세로 배가 터지도록 먹어 댔던 게 아닐까. 물론 아기 고양이 특유의 호기심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사료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면서 먼지는 더 이상 식탐을 부리지 않았다. 또한 자라면서 점점 아기냥이의 호기심이 줄어서 일 수도 있겠다. 물론 식탐이 없다는 것이 우리 먼지만의 특성일 수 있겠지만, 여기저기서 들은 바로는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입이 짧고 사람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제발 먹어주기를 바라는 집사들, 고양이의 사료로 고민하는 집사들이 많다는 거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일반적으로 고양이들이 사람의 음식을 훔쳐먹는 도둑이라고 생각했을까? 그건 아마도 6.25전쟁 이후 고양이도, 사람도 먹을 게 없던 시절, 먹고 살려고 사람 음식을 훔쳐먹던 고양이들과 조금의 음식도 내어줄 게 없던 가난한 시절의 비극이 아닐까.
참고. 고양이는 귤이나 레몬 같은 신 과일의 냄새를 싫어한다. 한번은 내가 장난으로 귤을 까서 먼지 코에 들이민 적이 있었는데 펄쩍 뛰면서 놀라 달아날 정도로 싫어했다. 찍어두지 못한 것이 아쉽다. 어떤 책에서는 고양이가 접근하면 안되는 것이 있을 때 그 주변에 레몬즙을 발라두라는 얘기도 보긴 했다. 사실 확인은 해보지 않은 관계로 그 효과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