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산 일년 그리고 일개월
이 얘기는 처음부터 했어야 하는 이야기다.
미루다가 지금 시작하는 이야기.
아직 정확한 사실을 파악할 수 없지만
나는 아마도 사기당한 것이다.
사기당했다! 동물보호소에!
우리가 먼지를 처름 데려온 곳은 공원 산책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동물보호소'였다.
'동물보호소' 라고 써 있었고, 입간판에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고 써 있었으며
가게는 입구를 중심으로 좌 우로 나뉘어져 왼쪽에 고양이, 오른쪽에 강아지들이 있었다.
고양이들이 있는 곳은 전면 통유리로 되어 고양이들이 분리되어 있는 유리케이지 안이 들여다 보였고,
오른쪽 강아지들이 있는 곳은 전면 유리이기는 했으나 안쪽의 케이지가 보이지는 않았고
울타리 같은 곳 안에 큰 개와 작은 강아지 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그 가게는, 어느날 갑자기, 아이들과 내가 가끔 산책을 나가는 코스에 자리잡았기에
지나갈때마다 동물들을 향해 뛰어가 그 안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을 막을 수 없었다.
나는 아이들이 혹시라도 그 안의 동물들에게 피해를 끼칠까봐 절대 유리창을 두드리거나 건드려서는 안된다고 주의를 주는 정도였는데, 문제의 그 날은 달랐다.
그날, 어김없이 아이들은 유리창 너머 고양이들을 지켜보며 (우리 아이들의 관심은 언제나 고양이여서
강아지쪽은 잘 보지 않았다) 귀여워 귀여워 키우고싶어를 연발하는 중이었다.
그때, 나는 그만, 먼지(지금 우리와 사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 순간 "데스티니~"하고 BGM이 들렸다면 믿을 수 있을까?? (쫌 과장이지만, 정말 심장이 덜컹 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서 였을까. 나는 평소답지 않게 바로 자리를 뜨지 못했고, 그 앞에서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말았다.
결국 아이들은 아빠에게 전화를 해서 졸라댔고, 아빠가 찾아왔으며, 아빠와 함께 샵 안으로 들어갔다.
'동물보호소'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던 우리 넷은, "고양이 구경만해도 될까요?"하고 들어갔다가
먼지를 데려오겠다는 입양서류(?)에 싸인하고 돈을 치르고 나오게 된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물론, 그 전까지 동물에 관심이 없던 나도, 동물을 펫샵에서 사지 말고 '입양해야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동물보호소가 어떤 곳인지는 잘 몰랐다. 그곳의 동물들은 공장(?)에서 낳은 아이들이 아니라, 가정에서 낳은 아이들이며, 건강하고, 또 뭐라고 했더라? 아무튼 우리는 그곳에서 고양이들의 미모에 홀려, 고양이를 싫어하시는 시어머니를 비롯해 세상사 모든 걱정을 잊고 덜컥 싸인을 하게 된 것이다. 고양이에 대해 쥐뿔도 모르면서. 어떻게 키워야 할지 그런 생각조차 없이 말이다.
결정적으로 우리가 선택한 먼지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150만원 인가 그 정도의 금액을 내야했는데, (어떻게 그런 걸 잊어버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원래 숫자 기억을 잘 못한다) 그 가격이라는 것이 싼 것인지, 비싼것인지, 그런 생각 조차 할 수 없었다. 왜냐? 난 내가 우리 고양이를 돈 주고 '산' 것이 아니라 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한 건 줄 알았으니까. 내라면 내야하는 돈인 줄로만 알았지.
먼지가 그곳에서 사용하던 네모난 작은 화장실과 밥그릇을 들고, 사은품이라는 손톱가위와 품질이 좋지 않은 빗, 면봉 대여섯개 (한 곽도 아니고 비닐팩에 몇 개)를 받았다. 새 사료(기억이 잘 안나지만 거기서 준 건 아니고 아마도 돈 주고 구입했던 것 같다)를 챙겨나오며 우리는 그저, 작고 여린 먼지가 신기하고 귀여웠을 뿐이었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그 동물 보호소는 보호소라는 이름을 가장한 펫샵이나 다름 없었으며, 나는 입양한 것이 아니라 먼지를 사왔다는 생각이 든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나는 사기당한거다.
무지했다. 꼭 품종묘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품종자체를 몰랐다) 결국 품종묘라 불리는 아이를 돈주고 사온 거고, 없어져야 할 동물 산업에 보태주고 말았으니 정말 속상한 일이다.
물론 그 덕에 사랑스러운 우리 먼지와 함께하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만약 우리가 먼지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먼지는 어떻게 됐을까? 다른 누군가의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을까?
그 동물 보호소에 있던 고양이들은 대부분이 먼치킨이나 아메리칸 숏헤어였는데,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그 아이들이 인기가 많고 잘 팔리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내가 먼지를 사랑하며 키우고, 고양이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나는 지나가며 그 동물보호소 유리케이지안의 아이들을 보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파졌다. 먼치킨 같은 아이들은 금방 금방 팔려나갔지만 우리 먼지같은 러시안 블루는 팔리지 않고 6개월정도 남아있는 아이도 있었다.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처음 들어올때처럼 그렇게 순식간에 그 샵은 사라졌다.
먼지를 키우기 전의 나는 그런 곳을 보면서도 그저 동물이 저기에 있구나, 펫샵이 있구나 정도밖에 생각을 못했으니 한참 부족하고 모자란 인간이었던 것 같다. 지금생각하면 부끄럽다.
먼지는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더 완성되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