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산지 1년 1개월
고양이를 키우고 좋은 점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자녀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씨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것은 인생을 풍요롭게 해 주고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우리아이들은 이미 지금도 힘들거나 지칠때 먼지를 통해 위안을 받고 행복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먼지가 언제까지 같이 살지 (언젠가 닥칠 이별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지만)는 몰라도,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상 평생 이 아이들이 외로울까, 아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할까 걱정할 일은 하나 줄었다. 고양이들이 이 아이들을 힘든 상처에서, 우울의 늪에서 꺼내 줄 것이다.
이런 큰 안정감을 제외하더라도
사소한 것들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고양이와 함께 살며 얻은 교육적인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일단은 자기 할 일을 책임지고 해야 한다는 것. 첫째는 화장실 담당, 둘째는 물 담당이다. 처음에 먼지를 데리고 왔을때,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너희들이 이걸 제대로 하지 않으면 먼지가 화장실에 못가거나 물을 못마셔서 신장에 병이 생길 수 있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긴했는데. 기본적으로 수학 연산 문제집 한장도 매일 풀기 어려워할 만큼 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이 어려웠던 아이들이라 걱정이 앞섰었다. 다른 사람들도 반려동물을 키우면 결국 엄마일만 늘어난다고 했기에 더 걱정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하더라도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길러주고 싶었다. 다행히 먼지를 위한 화장실청소, 물 교체는 아이들이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두번째로 좋은 점은, 몰입할 대상이 생겼다는 점이다.
아깽이 시절의 먼지. 먼지와 함께 모든 일상을 함께 했던 우리 둘째
둘째는 완전히 고양이 홀릭이 되었다 글을 써도 고양이가 꼭 등장하며, 이미 고양이가 등장하는 짧은 소설도 몇 편이나 써 냈다. 미술학원에 가도 도자기 학원에 가도 모든 창작물에 고양이, 정확하게는 우리 먼지가 등장한다. 이처럼 무언가에 푹 빠지는 경험은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우리 둘째가 커서 고양이 화가가 되거나 고양이 디자이너가 될지^^
고양이의 행동을 흉내내기도 하고, 심심할 일은 없다
세번째는, 관심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큰애의 경우 동물의 권리와 동물 보호 등에 관심을 갖더니, 얼마전에는 학교에서하는 자기주도성 프로젝트인가 뭔가에서 친구 두명과 함께 동물의 권리를 위한 운동인가 뭔가를 하는 모양이다. 유기동물 보호센터에 찾아가 인터뷰도 하고 직접 펫샵을 이용하면 안되는 이유를 기사 형식으로 작성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있다. 이 모든것이 고양이에 대한 사랑에서 나왔고, 먼지를 키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 사소한 것들로는, 둘째의 경우 무조건 고양이가 나오는 책이면 즐겁게 읽어서 고양이가 제목에 나오거나 내용에 나오는 각종 책들을 사주고 있다. 첫째는 그정도는 아니지만 고양이가 나오는 것에 관심을 더 갖는 것은 사실이다.
고양이에 대한 관심은 같은 과의 동물, 호랑이나 사자, 표범 등으로 이어져서 다른 동물에 대해서도 더 알고싶어하는 것 같다.
아이들의 진로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수의사라든가 동물 조련사 등 단편적인 것을 생각했다면, 요즘에는 멸종위기 호랑이를 더 많이 살게 하는 연구자(?), 고양이를 위한 집 디자이너 (?)등으로 창직 수준에 이르고 있다. (고양이 모양을 가득 넣은 디자이너 라든가, 고양이만 그리는 화가, 고양이 소설가도 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다른 동물보다 고양이를 키우는 게 아이들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고양이가 너무 말을 잘 듣지 않아서이다. 강아지와 달리 주관이 뚜렷한 고양이는 무조건 충성하지도 않고 자기 하고싶은 대로 하는 면이 있어서 오히려 생명존중의 자세를 가르치기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양이도 고양이의 기분이 있어. 지금은 놀고싶지 않은가봐 그럼 니가 존중해 줘야 해. 라는 식으로 말이다.
어쩌면 내가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게 되어서 객관성을 잃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어찌됐든, 요즘 말로, 고양이는 사랑입니다....
잠깐! 이것만은 하지 말았으면.....
고양이가 자녀교육에 좋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이 글을 보고 혹시라도
고양이를 내 아이를 위한 선물 (생일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 등)로 사주지 말자.
특히, 키우고 싶다는 말을 하자마자 바로 선물해주는건 안된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이유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잘 키울 수 있는지 등을 깊이 이야기해봐야 한다.
반려동물은 장난감처럼 갖고싶으면 사고 질리면 버리는 대상이 아니다.
동물을 생명이 아니라 장난감으로 여기게 되는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할 수 있다.
물론 나도 아이들과 그렇게 깊이 이야기나누고 데리고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한다 (반성ㅠㅠ)
하지만 그렇게 데려왔다 하더라도, 먼지가 우리집에 온 첫날부터 아이들과 함께 고양이에 관한 책을 몇권이나 읽고 유튜브를 찾아보며 고양이에 대해 공부하고 노력했다는 점은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고양이를 키우기로 했다면, 고양이를 마음대로 다루려 하지말고
고양이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도와주는 가족이 되자.
그러려면 고양이에 대한 공부를 많이 많이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