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드퓨처 Jun 15. 2023

결혼을 앞둔 조카 커플에게

지석, 정은에게,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으로 외삼촌이 몇 자 적었어니 보기 바란다.  


지석이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누님으로부터 전해 듣고 외삼촌은 기쁨에 앞서 과연 어떤 색시가 우리 지석이의 마음을 쏙 뺐어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석이와 누님께 어떤 사람이냐고 묻기 시작했지. 그런데, 정은이에 대해 설명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묘한 감정을 느꼈어. 이미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가 않아 보였던 거야. 정은이를 얘기하는 두 사람의 표정이 너무도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지. 그래서 외삼촌은 직감했단다. 누님 가정이 정은으로 인해 더욱 행복해지고 또 서로에 대한 사랑이 돈독해지겠구나 하고 말이야.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외삼촌은 그런 귀한 조카며느리를 볼 생각에 마음이 무척 설레고 있단다.


두 사람에게 조심스레 얘기하고 싶은 건, 지금의 설렘과 사랑이 늘 한결같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거야. 정성으로 만든 모래성이 파도에 휩쓸려 조금씩 모습을 잃어가듯이, 너희들의 애틋함도 세월에 쓸려 조금씩 희석될 수 있단다. 그때, 지금의 서로에 대한 감정과 설렘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구나. 설령 싸우더라도 한 손은 꼭 붙잡고 싸우기를 추천한다. 그래야 칼로 물 베기에서 끝난다. 한 손으론 뭐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겠니?

 

정은아,

외삼촌이 아는 한 지석이는 한없이 착하고 착실하며 가정 밖에 모르는 청년이란다. 하지만 정은이가 볼 땐 또 다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살다 보면 좋은 점 보단 안 좋은 점이 보일 가능성이 클 거야. 그래서 외삼촌이 약속하마. 딱 1년은 AS를 해줄 테니 외삼촌에게 뭐든 컴플레인해 주기 바란다. 대신, 1년 이후엔 모든 것이 정은이 몫이란 걸 명심하기 바란다. 알아서 고쳐 써야 된다는 말이지.


지석아,

정은이가 외삼촌에게 AS 신청할 일 없도록 잘하기 바란다. 노파심에 한 말이니 괜히 상처받는 일은 없길 바란다. 가정을 꾸리고 가장이 된다는 것은 이 세상 그 어느 것에도 비유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알아서 잘하겠지만, 방심하지 말고 늘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나이 먹을수록 말이 많아진다더니 외삼촌이 그런 가보다. 우리 조카며느리 본다는 마음에 글이 길어졌구나. 두 사람 앞 길에 외삼촌이 늘 든든히 지켜준다는 약속을 끝으로 이만 줄이고자 한다.

 

다시 한번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2023년 6월 15일 사랑하는 외삼촌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