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고민을 털어놓으며 조언을 구해왔다. 모시고 있는 임원이 지나치게 마이크로매니지를 한다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프로그래스를 물어오고, 전략 기획 시에도 지나치게 관여를 해서 본인의 생각을 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무는 권한위임을 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데 집중해야 할 임원이 너무 우물 안만 챙기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소연을 해왔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리더가 마이크로매니지를 하는 이유는 본인의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함이 크다. 즉, 궁금할수록 불안함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꾸만 확인하려 들며, 그럴수록 불안의 대상은 들불처럼 번지게 된다. 불안의 악순환이며, 이는 비전 리더십의 역행이자 조직의 성장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좋은 조직은 이것과 반대의 현상이 일어날 때 만들어진다. 즉, 실무 리더는 치열한 고민을 거쳐 전략을 짜고 이의 달성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임원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임원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본인의 권한과 네트워킹을 활용해서 적극적으로 확보한다. 희망과 비전의 선순환이 되며, 조직은 역동적으로 변한다.
조직의 역동성이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임원과 실무 리더 사이에 확고한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실무 리더는 임원이 얘기하기 전에 미리 이슈를 얘기하는 게 좋다. 그렇게 할 때 임원은 팀장을 믿게 되고 "더 이상 사사건건 간섭하지 않아도 되는구나"하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략 보고와 함께 필요한 사항을 자신 있게 어필하면 임원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성과를 내는 조직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나는 후배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임원에게 다가갈 것을 조언했다. 내가 변하라고 말한다고 해서 변하는 임원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먼저 변함으로써 임원도 변하게 만드는 것뿐이다. 어쩌면, 임원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수 있다. "내가 챙기지 않으면 먼저 와서 얘기를 안 하니 참 답답하단 말이야"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