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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august Sep 06. 2022

#13 $7000 짜리 나의 영주권

partner visa 신청 (호주 빅토리아주)




 호주 와서 우리가 가장 마음을 졸였던 건 집 구하기, 직장 구하기도 아닌 나의 비자 신청이었다. 남편은 호주 영주권자. 나는 관광객. 처음 호주에 올 때, 리턴 티켓을 보여주어야만 입국이 되는 관광비자로 들어왔다. 신분이 달랐다. 신분이라고 하니 참 웃긴데, 타국에 이민을 와서 보니 이 영주권이 있고 없고는 '신분'이라는 단어로도 표현이 안 되는 어마어마한 차이였다.

 나는 남편을 만나기 전 한 번도 외국에 이민을 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영주권이라는 제도도 모르고 살았다. 해외로 관광만 했던 나로서는 '외국에 산다'라는 개념이 없었던 거다. 남편을 만나고, 비로소 나는 영주권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그도 처음부터 영주권을 딸 생각으로 호주를 간 건 아니었다. 유학생으로 중학교 때부터 호주에 살았고 그때는 학생비자로 생활이 가능했다. 학교를 다니면 학생비자로 비자를 계속 유지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대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에는 영주권을 따야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래야 취업이 가능하고(영주권이 없으면 아예 서류도 안 받아 주는 곳도 많다고 한다) 앞으로의 미래가 확실해지니까. 그래서 그는 학기 사이를 틈타 한국에 잠시 왔을 때도 강남으로 어학원을 다니며 아이엘츠 시험을 준비했다. 시험을 준비하는 사이 이민법이 바뀌어서 모든 과목 점수가 평균 7.0 이상이 아니라 모든 과목이 7.0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의 시험 끝에 그는 모든 과목 7.0 점수를 넘겼고 영주권을 신청을 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과 가족이 그리워 호주의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을 한 뒤, 영주권이 나왔다고 한다. 그 영주권은 그의 호주 생활 1n 년이 담긴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가 그렇게 따낸 영주권을 그의 배우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이 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영주권자는 법적으로 자신의 영주권을 가지고 평생 동안 2번 파트너 비자 신청을 해줄 수가 있는데, 이 법을 이용하여 동거자로 위장한 뒤 영주권을 돈을 주고 거래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이민성에서도 굉장히 까다롭고 예민하게 심사하는 것이 이 파트너 비자다. 한 번 신청이 들어가면 중간에 정보를 변경할 수 없고, 어떠한 이유에서든 비자 승인 불가 판정이 내려지면 한동안은 비자 신청이 어렵다. 그래서 굉장히 신중하고 실수 없이 준비해야 한다.



 일단 우리는 비자 신청을 우리가 셀프로 했다. 보통 영주권 신청을 법무사에게 맡겨서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물론 비용이 발생한다. 우리가 둘 다 영주권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남편 영주권으로 파트너 비자 신청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법무사를 거치지 않고 우리가 하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또 간단하지 않다. 일단 호주 이민성 사이트에 영주권을 신청할 사람(우리 둘 중에는 비영 주권자인 내가 되겠다)으로 로그인 후 비자 신청에 파트너 비자 신청 카테고리로 들어간다. 거기에 보면 여러 비자 종류가 있는데, 나는 남편 영주권을 같이 따라가는 partner visa를 신청했다.

 


 mbti test처럼 나에 대한 질문이 계속 이어진다. 한 단어, 한 문장, 한 페이지마다 정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나에 대해서 증명해야 하는 서류들이 필요했고 그리고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필요한 서류도 많았다. 파트너 비자이다 보니까 둘의 히스토리를 설명해야 하는 페이지도 따로 있다.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결혼은 어떻게 하게 된 건지. 등등 우리의 서사를 서술해야 하는 에세이 형식의 페이지도 있다. 내 신청이 들어가면 이민성에서 남편에게 메일을 보낸다. 안내에 따라 남편도 이민성에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나를 파트너로 인정하는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하는데 그 페이지들도 양이 어마어마했다. 물론 그가 적어야 하는 우리 관계에 대한 에세이도 있는데 내가 썼던 이야기와 너무 상반되어서도 안된다. 그리고 둘의 관계를 증명해 줄 호주에 주거하고 있는 호주 시민권자인 사람들(2명 이상)의 증언서가 필요하다. 그 증언서도 경찰서나 다른 관공서에 가서 인증 도장을 또 받아야 한다.

 셀 수 없는 질문과 답변들, 자료들을 다시 잘 확인한 뒤 최종 제출을 클릭한다. 그리고 그전에 결제를 먼저 해야 하는데, 비자 신청비는 무려 $7000 되시겠다. 아마 지금은 더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제출하고 나면 이민성에서 우리 신청서를 받았다는 답장이 온다. 어디까지나 그저 '받았다'는 확인의 메일일 뿐 처리가 언제 진행이 되는 건지는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다. 그리고 미처 다 못 올린 자료들(우리의 결혼사진, 함께 산다는 걸 증명할 서류 ex) 공동명의 통장사본, 주소지가 같은 신분증, 택배 주소, 집에서 함께 찍은 사진 등등)은 수시로 이민성 웹사이트에 로그인을 해서 올려주면 된다. 증거자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래서 우리는 신청 후에도 더 업데이트할 수 있는 자료들이 있으면 계속 올렸었다. 그리고 추후에 아마 (파트너 비자 최종 승인 전에) 안내에 따라 건강검진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건강검진도 호주에서 인정하는 기관에서 받아야 한다. 나는 bupa에서 건강검진을 받았고 결과는 2주 정도 걸렸던 거 같다. 아마 결과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HIV, 그러니까 에이즈 음성 양성 반응 일 것이다.


https://www.bupa.com.au/

 




 파트너 비자 신청을 일단 하고 나면 바로 브릿징 비자 승인 메일이 온다. 파트너 비자를 받기 전까지 나에게 호주에서 거주할 수 있는 임시 비자를 주는 것이다. 내가 처음 받은 것은 bridging visa A이다. 비자 상태를 잘 확인해야 할 것이, 이 비자로는 호주에서 해외에 나갔다 돌아올 수 없는 비자이다. 이 비자를 가지고 나가면 들어올 때 다른 비자를 발급받아서 들어와야 한다.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비자 신청이 잊힐 때쯤 나는 다음 해 2018년 2월 해외여행이 가능한 비자가 다시 나왔다. 그리고 2018년 7월, 드디어 파트너 비자 신청이 승인이 되었다. 신청한 지 거의 1년 만에 'GRANTED'를 받았다. 빨리 진행된 케이스다. (보통은 2년까지도 걸린다고 하고,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2020년 나는 permanent비자가 다시 또 발급되었다. 간략하게 나의 비자 타임테이블을 써보자면,



2017년 5월 03일 비자 신청 / Bridging Visa A 승인 (Travel 불가_출국은 되지만 나중에 리턴 불가)

2018년 2월 23일 Bridging Visa B 승인 (정해진 기간 안에서 Travel 가능)

2018년 7월 02일 Subclass 820 Visa 승인 (partner visa temporary)

2020년 1월 13일 Subclass 801 Visa 승인 (partner visa permanent)




이로써 지금 나의 영주권은 사실 2025년에 만료가 된다.

나는 2025년에는 호주로 돌아가야 한다.

혹은 영주권을 포기해야 한다.

다시 말해,

나는 2025년까지 호주를 다시 갈지 말지 고민과 결단을 또 내려야 한다.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다.

한국이냐 호주냐 나는 도대체 어디에 살아야 하는 걸까.  

이런 고민을 남편에게 털어놓자,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나지막이 나에게 말했다.







너도 …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거야.








 남편은 이미 그 마음을 겪었다. 호주에 있으면 한국이 생각나고, 한국에 오면 호주가 생각나고. 자신이 어디에 살아야 하는지, 어디에 더 맞는 사람인지 대한 정체성을 계속 고민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결론 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중간에서 허우적대는 그 마음. 나도 그를 따라 이미 호주 맛을 봐버렸기 때문에, 나 역시 느끼게 될 거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이제 나는 어느 한 곳에도 마음을 정착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차라리 이민을 가지 않았다면, 호주라는 나라가 어떤지 몰랐다면, 나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혹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 어쩌면 없는 것보다 나을 수 있을까. 이민을 가고 싶어도 엄두가 안나는 사람도 있고, 영주권이 간절하게 필요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내가 나은 상황이라 위로해야 하는 건가. 사실 나는 남들과 나를 비교해서 내가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는 걸로 위로나 행복을 느끼고 싶지 않다. 그럼 나보다 나은 상황에 있는 사람을 보면, 내가 가진 행복은 불행이 되는 건가?

나의 어떤 상황에서 행복과 불행을 따져야 한다면 남의 인생이 아닌 내 인생 안에서 만일을 건져야 한다.

 만일 내가 호주를 가지 않았다면, 만일 내가 영주권을 포기한다면, 그럼 나는 좀 더 행복한가.라고 물어야 맞다.

그런데... 어라, 쓰다 보니 사실 답은 이미 내 마음에 있네?






Number sixteen beach*


 












나의 호주 안내서


Number sixteen beach

호주 멜버른 남쪽 끝에 위치한 해변가다. 크고 높은 파도로 무서운 바다이지만, 그만큼 스릴있는 서핑도 즐길 수 있고 뷰가 기가 막히다. 물이 빠지는 시간을 잘 맞추어 가면 자연이 만들어 준 수영장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전복도 따서 먹고 스노클링도 하고 낚시를 하며 매해 여름마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처음 발견해서 찾아갔을 때는 사람이 많이 없었지만, 해를 거듭할 수록 사람이 늘어나는게 눈에 띄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멜버른 여행을 길게 간다면 한 번 쯤 가볼만한 바닷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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