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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an 10. 2023

싱숭생숭해,

근데 구질구질은 하지 말자, 그럼 알록달록하게.

크리스마스를 좋아하고 연말이면 설레고 새해면 다짐을 하는 나는 

이런저런 일들로 많은 것을 놓쳤다. 이런 연말과 새해는 또 처음이어라.


2022년의 새해다짐을 보니, 글을 열심히 쓰겠다고 결심을 하더니 결국 6개의 글밖에 없었다. 

물론 개인적인 일기야 많이 썼지만, 글이라는 것은 나에게는 꽤 큰 것이기에

공공연 하게 쓰지 못했나 보다. 


아픈 일들도 많았고, 

치매에 걸리셔서 나를 기억 못 해도 존재만으로 버팀목이셨던 할머니는 두 달 전 돌아가시고 새해는 좀 어두웠고 슬펐고 좀 그랬던 날들이 지나고. 누군가는 내 맘을 몰라줬다 생각했고,  어쩌면 마음도 가난했고. 그래서 풍성한 글도 쓰지 못했고.


그래도 2023년의 열흘째 되는 날, 다시 글을 쓴다. 


내가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감사하게도 인복이 많다고 스스로는 인정하고, 그 사람들에게 에너지도 얻고 서로 그렇게 살아간다. 

그런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들 그렇게 싱숭생숭하게 살아간다. 

싱숭생숭. 


갈피를 못 잡는 모양.

그 얘기를 듣고는 문득 아, 우리는 다들 싱숭생숭하네라고 생각했고

며칠 전 내 삶이 초라해 구질구질하다고 느꼈던 때가 생각나면서 

나는 싱숭생숭했지, 구질구질하지 말자 생각했다.

나만 구질구질하다고 투정을 했나, 다들 각자의 사연으로 싱숭생숭 살면서도 나의 투정을 받아주었다. 

고맙고 미안하다. 

내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야지.


싱숭생숭:
1. 마음이 갈팡질팡 하는 모양


구질구질:
1. 상태나 하는 짓이 깨끗하지 못하고 구저분 한 모양
2. 날씨가 맑게 개지 못하고 비나 눈이 내려서 구저분한 모양


국어사전을 좋아한다. 

그 뜻을 찾다 보면 내 마음이 명확해진다. 


나는 싱숭생숭한 거구나,  내 상황이 어려운 거지 나는 구질구질하지는 않다. 

늘 진실하고 솔직하게 사는 거니까. 


내가 제일 사랑하는 밴드는 '알록달록'이라는 노래를 부르고(알록달록 입맞춤, 시 시뻘건 춤사위

원하는 걸 줄 테니, 솔직한 걸 말해줘)


요즘 혼자 있는 밤이 싫어 봤던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에는 '알록달록'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스포는 더글로리, 화제 될 만하다!)


올해의 단어를 정했다.

알록달록.


알록달록
여러 가지 밝은 빛깔의 점이나 줄 따위가 조금 성기고 고르지 아니하게 무늬를 이룬 모양


고르지는 못해도 알록달록하게 살아야지

싱숭생숭 구질구질은 눈에 잡히지 않아도

알록달록은 선명하다. 



+

우리 서로에게

올 한 해 그 어디쯤 여러 가지 밝은 하나의 빛깔이 되길.

명랑한 그 색이 되길.


2023년은 더 알록달록하게. 


Michel Carrade


올해에는 무슨 색으로 살고 싶을까. 

문득 초록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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