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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미 Jan 31. 2024

엄마와의 마지막 외출

 돌아가시기 4개월 전 

엄마가 몇 년 전에 넘어져서 고관절을 크게 다치셨습니다.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나이가 80을 넘으신 분이라 회복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걷는 것은 물론이고 일어서는 것조차 어려워져서 24시간을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생활을 했지요. 자유롭고 활기찬 일상과 이별하고, 요양원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찾아왔습니다. 엄마는 코로나 시기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으셨고, 치매까지 왔습니다. 그동안 외출조차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가 최근에야 허락이 되었습니다. 몇 년 만에 엄마를 휠체어에 태우고 요양원에서 벗어나 바깥공기를 마시게 하고 싶었습니다.


바람이 부는 날이라 스카프를 준비해 갔어요. 담요는 요양원에서 제공받고 기분 좋게 2시간의 외출을 계획했습니다. 가까운 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울퉁불퉁한 도로였지만, 신도시라 길 상태는 좋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휠체어를 밀기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바람이 조금 불다 싶으면 감기 걸리지 않을까 걱정되어 마스크 94를 단단히 착용시켰습니다.

하지만 가던 중에 엄마의 발이 자꾸 휠체어에서 미끄러집니다저는 큰 소리로 발에 힘 주라며 말했는데, 약간 화가 난 것처럼 들렸나 봅니다. 그 순간, 엄마가 작은 목소리로


"발이 자꾸 떨어져"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순간 제가 짜증을 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다시 작은 소리로 엄마귀에 대고 말했지요.


"엄마, 미안해."


공원에 도착한 후 이것저것 준비해 온 것을 엄마에게 떠 먹여주며 사람 구경 나무 구경을 했습니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앞, 옆을 쳐다보고 계셨지요.

자리를 옮겨 공원 앞 성당에 갔습니다천주교신자인 엄마는 성모상 앞에서 올라가지 않는 손으로 성호를 그었습니다. 저는 엄마에게 무슨 기도를 했냐고 물으니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다되어 다음번 외출을 기약하며 다시 요양원에 가는 길. 왠지 느낌이 엄마를 모시고 나올 때랑 너무 틀리게 안 좋았습니다. 일부러 밝게 웃으며 노래도 불렀습니다. 저도 이런데 엄마는 더 싫었겠지요?


사회복지사와 이야기하며 인사를 하려고 한 순간 엄마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무장해제가 되어 눈물이 막 쏟아지는 거예요. 가까스로 엄마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볼에 뽀뽀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엄마는 올라가지 않는 손으로 하트를 저한테 보냅니다저 역시 두 팔을 위로 올려 하트를 보내는데 문은 닫히고 제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흐릅니다. 

제발 다음에는 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제발요~     


이것이 엄마와의 마지막 외출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습니다. 지금 다시 이 글을 옮기며 엄마와의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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