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많지 않은 친구 중 하나가 너무 아프다. 어느 반려인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나도 요즘 계속 생각하는 것이 있다. 네가 한 단어라도 말할 수 있다면, 혹은 한 문장이라도 텔레파시처럼 생각을 전달해줄 수 있다면, 딱 하나만이라도 가능하다면, 그게 된다면 꼭 일러주었으면 좋겠다.
"나 아파."
그저 이 세 글자만이라도 네가 말할 수 있었으면…. 그런 생각을 매일 하는 요즘이다.
친구는 작년 말부터 급격히 나빠졌다. 병원에서도 수술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20년 가까이 살아온 세월, 그리고 그에 맞춰 늙어버린 육체 때문이다. 지병도 퍽 많았다. 수술과 마취를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해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밤에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녀석을 매일 봐서 그렇다.
한 동안은 약 기운으로 버텼다. 입 속에 그냥 넣어줘도 처음엔 잘 받아먹곤 했다. 그러다 점차 거부하면서, 사료나 간식에 슬쩍 몰래 넣어주게 됐다. 처음에는 잘 먹더니만 이제 귀신같이 약 냄새를 안다. 요즘은 고기와 비벼주어도 완강히 거절하는 지경이다. 시간이 갈수록 어떤 것도 잘 먹지 않는다. 사료는커녕, 온갖 고기도 멀리한다. 답답하다.
그러다 보니 3월 들어서는 더 야위게 됐다. 밤마다 화장실을 가면서 자꾸 넘어진다. 소변을 누러 가는 길도 머나먼 여정이다. 겨우 도착해서 힘을 쥐어짜 낸 녀석은 지친 나머지 돌아오려다 고꾸라진다. 그대로 소변에 뒹굴었는데 벌떡 일어서서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안타깝다. 축축함도 잊은 채로, 혹여 혼날까 봐 눈치를 보는 얼굴. 부모님은 다시 녀석의 옷을 벗기고 재빨리 샤워를 시킨다. 예전부터 목욕 때는 얌전했던 성격이라 별다른 동요나 반발은 없다. 이걸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집안 곳곳에는 요가매트와 얇은 스펀지들이 깔렸다.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갈수록 뒷다리에 힘이 없어지는 녀석은 맨바닥에 주저앉으면 미끄러워 잘 일어서지 못했다. 그렇게 방안 곳곳으로 퍼져나가던 요가 매트는, 이제 집안을 전부 뒤덮었다.
오늘은 다소 기력이 있는지 움직임이 조금 많다. 삐쭉삐쭉 간식과 약도 먹었다. 그리고는 내 무릎으로 와 픽 하고 쓰러졌다. 조금 편하게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침대 위 이불을 바닥으로 끌어왔다. 그러자 곁으로 와서 다리에 기대고는 눈을 껌뻑거린다. 너는 왜 아프다고 말을 하지 못할까?
곧이어 너는 아주 짧은 잠에 들었다. 눈은 감겨있는데 탄식과 약간의 신음이 섞여 나온다. 그 순간 나는 너의 죽음을 기도하고 있다. 네가 부디 편하게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계속 아프지 말고.
그러다 갑자기 생각을 바꾼다. 조금만 더, 올해까지만, 아니면 완연한 봄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더 살아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날씨가 조금 따뜻해지면 그래도 너를 안고 꽃구경은 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이중적인 기도 때문에 너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더 아픈 채로 방황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근래의 나는 아픈 너를 보며 오만가지 생각에만 빠져있다. 아주 차갑지도 못하고, 아주 따뜻하지도 못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