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A와 B의 교집합(A∩B)일까? Ac와 Bc의 합집합(Ac∪Bc)일까?
전체집합 U와 U의 부분집합 A와 B가 있다.
U={1,2,3,4,5,6,7,8,9}, A={1,2,3,4,5,6}, B={4,5,6,7,8,9} 일 경우 n(A∩B)=3이다. 이때
n(Ac∪Bc)=?
풀이:
n(Ac∪Bc)=n(A∩B)c
n(A∩B)c=n(U)-n(A∩B)
그러므로
n(Ac∪Bc)=9–3=6
“이 안에 너 있다.”
2004년 방영된 드라마 ‘파리의 여인’에서 남자 주인공 A가 여자 주인공 B의 손을 잡아 자기 가슴에 대며 하는 말이다. 이런 감정 상태에서 이 연인들의 결혼 이후 생활을 집합을 이용하여 상상해 보았다.
‘이 안에 너’가 있는 상태는 A=B 이거나 A⊃B인 상태다. A는 B와 같거나 B는 A의 일부다. 수학에서는 이것이 가능한데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어렵다. 수학공식처럼 되려면 A와 B는, 자신이 A인지 B인지 모르게 자신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 가치관과 생활환경이 다른 곳에서 자라서 각자의 개성과 삶의 방식이 있지만, 연애 중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못 보는 것일 수도 있다). 마침내 두 사람은 ‘이 안에 너 있다’라는 감정으로 결혼을 한다. 그런데 같이 살다 보면 각자의 숨겨진 개성과 삶의 방식이 드러난다. 즉 원래의 A와 B가 서로 자기 자신을 주장한다. 그때마다 ‘네 안에 내가 있기는 하냐’ 라며 싸우다가 결국 성격 차이라는 이유로 이혼을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최수종ㆍ하희라 부부처럼 ‘이 안에 너’가 되어 살아가는 부부도 있지만 ‘내 복에 그런 것은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또 자신의 생각보다는 상대방의 비위를 맞춰가며 억지로 살아가는 부부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생기면서 잃어버린 자신을 찾겠다고 황혼 이혼을 한다. 그러므로 이 드라마 연인들이 결혼 후에는 백년해로보다는 성격 차이로 이혼하거나 잃어버린 자신을 찾겠다며 뒤늦게 이혼할 확률이 높다.
결혼을 나 이외의 세상(Ac)과 너 이외의 세상(Bc)이 합쳐지는 Ac∪Bc라고 보면 어떨까?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의 경우다. 두 사람은 밥 먹고 똥 싸는 것 외에는 ‘n(A∩B)= 0’인 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한다. 그리고 온달은 평강공주의 바라지로 나라에 큰 공을 세워 높은 벼슬을 하게 된다. 평강공주가 온달처럼 되려고 하였다면 둘 다 바보가 되었을 것이고 온달이 평강공주처럼 되려고 하였다면 온달은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각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둘이 합하여 새로운 세상을 꿈꿨기에 온달은 바보에서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장군이 될 수 있었다.
결혼은 네가 나 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너(B)와 내(A)가 미지의 세상(Ac∪Bc)을 함께 탐험하는 것이고 서로에게 날아갈 힘을 주는 것이다. 서정윤 시인은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어 나의 곁에 두려 하지 말고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각자를 인정하고 상대와 함께 미지의 세계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것. 그래서 결혼은 A∩B가 아니라 Ac∪Bc이다(위 문제에 n(Ac∪Bc)는 n(A∩B) 보다 크다).
-끝-
* Ac , Bc, (A∩B)c는 A, B, (A∩B)의 여집합.
* 세상을 나와 나 이외의 것으로 단순화하면 나인 A와 나 외의 것 Ac(여백)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