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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로롱 Dec 04. 2021

Si vales bene, valeo.

스무 번째 헌혈에 대한 생각

 “윙~~~”

코로나19 이후에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안전 안내 문자의 울림이다. 그런데 내용이 보통 때와는 다르다.

“코로나19로 헌혈량이 매우 부족합니다. 헌혈은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방송에서 혈액 부족을 알리는 뉴스를 간간이 보았는데 헌혈 참여 안내 문자를 전 국민에게 보낸 것이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이럴까 싶어 서둘러 신분증을 챙겨서 시내에 있는 적십자 헌혈의집을 찾아갔다. 간호사는 여러 가지 문진을 하고 혈압과 혈액형을 확인하면서 나에게 이번이 스무 번째 헌혈임을 알려주었다. 스무 번째… ….


 10여 년 전, 큰아들은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몇 차례 항암치료 후 집에서 요양을 하던 어느 날, 아들이 갑자기 쓰러졌다. 다행히 처치를 잘 받아 위험한 상황을 넘겼다. 항암치료를 받을 때 항암제 약효 때문에 혈소판이 감소하여 빈혈이 자주 발생했다. 그럴 때마다 수혈을 받았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어느 누군가의 헌혈로 아들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들을 살 수 있게 해 준 그 어느 누구가 더없이 고마웠다. ‘그래, 아들을 대신해 그 보답을 해야겠어.’ 그 일 이후 틈틈이 헌혈을 하였는데 2021년 11월 26일 헌혈이 스무 번째가 되었다. 암 진단 이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아들은 대학교 졸업 후 취직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아들을 살 수 있게 헌혈을 해준 그 누군가에게 아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과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고맙습니다. 제 아들은 당신 덕분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시기를 기도드립니다. Si vales bene, va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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