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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로롱 Feb 21. 2023

글몸살

 머리가 간질간질하다. 아니다. 간질간질하면서도 바늘로 콕콕 쑤시는 통증이다. 몸은 아프지 않은데 왜 이런지 모를 일이다.

 짐작은 간다. 지금 읽고 있는 책 때문일 것이다.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은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연습 과정, 그리고 운영하고 있는 글쓰기 강좌에서 일어난 에피소드가 주 내용이다. 작가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박혀 그것을 따라 해보려니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으로 측두엽이 간지럽고 제대로 글이 써지지 않아 이마가 아프다. 

 섬세하게, 과감하게, 구체적으로, 단순하게. 앞뒤가 안 맞는 이 기준에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필일오(必日五), 하루에 원고지 5장씩 쓰라는 얘긴데, 요즘같이 할 일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글감을 찾고 글 쓸 시간을 만들라는 건지, 전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나에게 지금 생계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분량이다. 

 그래도 흉내는 내보려고 한다. 주위를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보려고 노력한다. 뭉뚱그려서 쓰기보다는 좀 더 자세하게 표현하려고 한다. 이야기 뒤에 무슨 사연이 있을지 깊이 생각하고 알아보려고 한다. 건성건성 실적 쌓듯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한줄한줄, 단락 하나하나 꼼꼼하게 분석하고 생각하고 맞춰 보려 노력한다. 이전에 내가 글을 쓸 때와는 다르게 많은 수고가 드니 글몸살을 할 수밖에 없다. 글몸살은 글쓰기가 약이다.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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