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취향이 아닌 곡이 흘러나오는 카페에 앉아 있었습니다.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나 같은 음악, 나를 대변해주는 음악 안에 있지 않다고 해서 그렇게 버려진 기분이 드는 것도 지금 생각하면 좀 귀찮은 일이라는 생각도 하네요.
단단한 깨달음이라는 것이 여전히 소중해요. 겪지 않았다면 몰랐을 어찌할 바 없는 사실과, 그럼에도 피어나곤 하는 희망에 대해서요. 그래도 그것만을 믿지는 않게 된 것 같아요. 꼭 무언가 뒤따른 후의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게 됐어요. 비웃지 않게 됐어요. 그러니까 쓸데없는 얘기를 많이들 하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달까. 근거가 없이 희망을 가져도 좀 괜찮을 것도 같아요.
마음에 알맞은 곡과 풍경 앞에서 기껍고, 그렇지 않은 곳에도 나만은 있고. 그런 나를 보는 것도 이제는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분명한 일들이 있었어요. 명확하지 않은, 제때 정리하지 못해 영영 모르게 된 날들도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쌓인 내가 오늘을 살고 있고요. 오늘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을 위한 이야기들이 아니었지만요. 그런 식으로 확장됩니다. 네, 다음보다는 확장이 좀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위로, 또 아래로. 앞으로, 또 뒤로. 나아가는 만큼 더 돌아볼 수 있게 된다는 사실도 이제 압니다.
뒤따를 이야기들이 궁금해요. 그리고 이 날들을 전부 담을 이야기에 대해서도. 시간을 계속 덧대어보고 싶어요. 이 이야기의 바깥을 살아보고 싶어졌어요.
이해할 수 없던 시와 가사를 불현듯 이해하는 날이 온 적 있어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 이유가 시절마다 달라지기도 하네요. 이것도 나쁘지 않아요.
인연들에게 고맙습니다. 미안함 빼고는 전부 고마움인 것 같아요. 다른 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