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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리 Jan 28. 2023

연착

발에 잔뜩 힘을 주고 걸었다

내리막에 좀 더 머물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걷다 보면 순식간에 당도하고 마니까

도달할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까


즐비한 매장의 음악들이 번갈아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되돌아오고     


대체로 경쾌

그 사실에 이제 부서지지 않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리듬에 맞춰 걷고 만다     


네 개의 신발을 신은 개의 영상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굳은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는 개


살짝 나온 손이 깔깔댄다

목줄을 당기자 허공처럼 첨벙댄다     


평지를 디뎠을 때

들숨처럼 접힌 다리가 의아하다


딛지 않으면 안 되는데

아직 들어가야 하는데


발이 차고 남는 워커를 신은 날이었다

덜컹대는 발과 꼼지락

그런 걸로는 들어 올릴 수 없고

걸음을 뗄 수 없고


악은 쓰기에 모자라


질질 끌며 걸으면 집에는 도착하겠어 그러나 분명

이목을 사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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