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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Jul 30. 2020

글쓰기, 소유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열망

다섯.

글을 쓴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이다.

소유에는 아마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글쓰기 역시 인간의 본능적인 소유욕의 연장선에서 생겨난 부산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글쓰기를 비롯한 여러 창작활동들을 자유 혹은 자유로움과 연관 지어 생각한다. 작가는 글 쓰는 행위를 통해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그런데 바꾸어 생각해보면, 인간에게 모든 행위가 그러하듯 글쓰기 역시 정신과 신체를 통제하여 움직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 결과다.


필요에 의한 것이었든지, 욕구에 의한 것이었든지, 누군가가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까지 이 모든 일련의 행동들을 하게끔 만드는 데에는 꽤 (아니 어쩌면 아주 큰) 강한 동기부여가 요구됨이 분명하다.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를 쓰는 이유는 그 시간에만 유효한, 그러나 개인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순간이나 생각, 기억들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하는 글은 지식을 저장함으로써 더 오랜 기간 동안, 보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해당 지식이 쓰이게 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어떤 글이든 그 글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 지식이든, 정보든, 감정, 마음, 생각이든지 간에 작가는 그 글의 내용이 되는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시공간을 뛰어넘어 공유할 수 있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소유하는 것이자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의 소유다. 그러니까, 글쓰기는 어쩌면 소유욕의 가장 진화한 형태의 행위이며, 글의 내용물을 가장 완벽하게 소유하는 방법인 것이다.


고대 벽화들을 보면 인간들은 사냥을 하는 법이나 자연에 대한 정보를 집단 내 공유하거나 그다음 세대에 전해주기 위해서 기록을 시작했다. 그렇게, 문자와 글의 초기 형태가 만들어졌다. 글을 쓰는 행위는 인간에게 있어서 아마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소유하는 가장 초보적인 방법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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