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 아이는 ADHD일거다. 상담치료사선생님의 의견도 동일하다. 지난번 상담에서 당장 병원 진료를 볼 거라던 엄마의 말은 시간이 지나며 날아가 버린 듯하다. 교실에서 교사로서 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한계점을 느낀다.
아이는 수업시간 내내 옆 친구에게 침을 뿌리고 소리를 지르며 모두를 방해한다. 방해 끝에 얼굴에는 미소를 띤다. 왜 그러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조용히 하자는 친구의 말에 눈빛이 변하며 주먹으로 때릴 시늉을 한다. 결국 아이는 책상 자기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소리로 학급의 이야기들을 방해한다. 이 아이를 대할 때마다 두터운 벽을 느낀다. 나의 훈육이 아이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훈육하는 동안에도 '네'하며 피식 웃어버리는 아이가 의도성이 있는 건지 아닌지, 어떤 방법이 아이를 조금 더 긍정적인 길로 이끌 수 있을지 생각하다 보면 나머지 22명의 아이들에게 그만큼 정성을 쏟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도움이 필요한 한 아이와 22명의 보통의 아이들 사이에서 나는 늘 갈등하게 된다. 훈육이 전혀 통하지 않는 한 아이를 바라보며 계속 조마조마한 하루를 살아내는 느낌이 든다. 7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 입에서 '뚝배기', '너 죽인다', '싸대기' 등등의 말들이 흘러나올 때 나는 말의 잔혹함에 놀라면서 아직 어리고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이 아이는 어떤 환경에서 커 왔을까'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프다.
오늘은 원감, 원장선생님이 심각성을 알게 됐다. 나는 스스로의 능력부족에 속이 따가우면서도 도움을 요청할 처지에 놓였다. 원장선생님은 도움이 필요할 때 지원해 준다고 아이를 좋은 방향으로, 무섭게도 해보고 즐겁게도 해보고, 당근과 채찍을 쓰면서 어쨌든 변화시킬 수 있는 방향을 같이 찾아보자고 하셨다. 가슴에 올려진 돌덩이가 조금 덜어진 기분이다. 이번주는 어떻게 지나갔지만 다음 주는 또 이 아이에게 어떤 자극들로 좋은 방향으로 끌고 올지 답답하다.
부디 교사가 아이에 대해 안 좋은 말(산만하다거나 ADHD라거나 등등)을 한다면 진심으로 아이를 위해서라는 점을 부모가 알아주면 좋겠다.
위태로운 아이와 방관자 같은 부모가 얽어둔 실타래 속에 나는 갇혀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