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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May 08. 2024

쓸모없고 쓸데머리 흰머리

같은 흰털 다른 느낌

내가 외모가 마음에 안 든다며 투덜거릴 때마다 엄마는

집안 못생긴 거, 안 좋은 건 어떻게 그렇게 다  닳아 나왔노?라고 말씀하셨다.



그럼 엄마는 왜 날 이렇게 낳았어?

라고 진담 반 농담 반 물으면

니가 그렇게 태어날 걸 어떡하노?

라고 답하셨고 아빠는 내 외모에 대한 불평이 당연하단 듯이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렇게 부모님은 딸을 은근슬쩍 두 번 죽이셨다.


그렇다고 외모 때문에 주눅이 들거나 하는 일은 없었고 다행히 성격의 장점은 엄마와 아빠를 쏙 빼닮아 크게 모나지 않게 잘 자랐다.


사람마다 피부가 두꺼운 사람이 있고 반대로 얇은 사람이 있는데 난 살성까지 아빠를 닮아 피부가 상당히 얇다. 주름이 잘 생기고 탄력이 빨리 떨어진다.

한마디로 빨리 늙는 느낌이 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다름 아닌 흰머리이다.


아빠의 할머니가 백발 이셨다고 들었다.

아빠도 이십 대부터 새치 염색을 하였고 엄마와 선을 볼 때도 검은 머리로 염색을 하고 나갔다고 한다.

선자리에서 아빠의 검은 머리카락은 호감도를 상승시키기 충분했던 모양이다.

엄마는 머리카락이 까매서 아빠가 더 좋았다고 했다.

엄마는 아빠의 검은 머리카락에 사기 결혼을 당한 셈이다.


엄마 아빠의 자녀 인 우리 두 남매는 아빠의 흰머리를 고대로 물려받았다.

남동생과 난 아주 이른 나이부터

너 머리에 흰머리 있어를 듣고 살아왔다.

그러다 그 흰머리가 출산과 40대를 겪더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도 처음에는 아들들에게 흰머리를 뽑아 달라고 돈을 걸던 때가 있었다.

쪽집개를 들고 흰머리 채굴로 돈을 벌던 아들들의 일자리를 뺏은 건 다름 아닌 몇 년 사이 더 늘어 난 흰머리였다.


이제 뽑아서 없앨 단계가 지난 흰머리들은 

그것들을 뽑아 과자 값을 벌던 아들들을 실의에  빠지게 만든 만큼 내게도 깊은 고뇌 안겨 주었다.

돈을 걸었다면 빈털터리에 대머리가 될 지경이라

새치 염색을 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내가 안 보이는 곳

예를 들면 뒤통수 쪽이라던가 그런 곳에 나면 눈에 안 보이니 알 게 뭐야 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고약한 흰머리들은 귀 밑 머리와 헤어라인 쪽으로 유독 눈에 띄니 난 아직 내 흰머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음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제 새치 염색에도 한계가 온 듯하다는 것이다.

염색 주기가 점점 빨라진다는 건 그만큼 흰머리가 점령하는 범위가 넓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난 염색으로 흰머리를 가리는 이 임시방편을 지속해야 하나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지인들 중에도 흰머리가 없는 분도 많다. 난 억울하게도 정말 가지가지하는 인간인가 보다.


가끔 키우는 반려견을 보며 생각한다.

개는 흰색 털이 수북해도 귀엽기만 한데

사람은 흰 털이 나면 그 반대일까?


흰털만 한가득

이 글이 공감이 안 되시는 40대 이상 분들은 참 부러운 사람들이다.


(이 글은 사실 연재 북 '덜 자란 40대'에 올리려다

포기하고 매거진에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주변에 흰머리 때문에 고민하는 제 또래 분들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특히 여자분들 중에는 더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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