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좋아하고 사회성도 좋은 이 아이는 어머님이 누구니?를시전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아들의 부탁에 오케이 한 후였다.
결이에게 톡이 온 것이다. 친구를 통해 부탁하기보다 내게 직접 양해를 구하려고 연락을 한 것이다. 역시가 절로 뛰어나왔다.
이모로 시작하는 메시지에서 예의와 공손이 느껴짐은 물론 친구 엄마에게도 정중히 허락을 구하는 모습이었다.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숙박 요청이었다.
박상철의 무조건 무조건이야~~ 가 절로 대답으로 나오다 못해 치킨 사줄게를외쳤다.
내 아들의 예의 바른 친구에게 이모의 비상금을 기꺼이 털어주마 하는 심정이었다.
상대의 지갑을 열게 하는 방법은이렇게 어렵지 않다.
주말 아침
미인은 아니지만 잠꾸러기인 나는 또 늦잠을 자버렸다.
반찬까지 똑 떨어져 김치찌개와 나물을 재빨리 해 놓고 약속이 있어 허둥지둥 나왔다.
당연히 주방은 꺼내 놓은 양념통에 가득 쌓인 설거지 거리들로 누가 볼까 무서울 지경이었다.
나와는 다르게 아침형 인간을 넘어 새벽형 인간인 남편은 그 사이 헬스장에 있었다.
그리고 남편은 내가 급히 나간 사이 돌아왔다. 남편은 내가 해 놓은 아침찬들로 애들 밥을 먹이고 설거지를 하고 식탁까지 깨끗하게 정리해 놓았다.
누군가에게는 보통의 일상이겠지만 내게는 감동이란 단어로 표현될 만한 일이었다.
남편은 내 브런치에서 늘 이리오너라 하며 안채에서 노비를 부르는 모습으로 묘사된 바 있다.
여기서 노비가 나라고 굳이 말하기 싫다.
이렇듯 남편의 가사 노동 기여도는 전무했고 이것이 맞벌이 부부인 우리의 다툼에 원인이 된 적이 많았다. 다툼의 원인이야 뭐 성격차이, 돈문제, 술문제 등등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 하나가 가사분담 문제였다. 남편은 밥을 먹고 난 후 자기 자리를 닦을 줄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난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이런 문제들로 남편을 구박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변하기 시작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나?
아님 사주에 관이 없는 내가 대운에서 관을 맞아 그런 건지? 아님 남편이 이제 사람이 되려는 건지?
여하튼 집안일을 많이 돕기 시작한 남편 덕에 내 인생이 좀 편해졌다.
그날도 식탁까지 깨끗하게 치우고 닦아 놓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나는 지갑을 열어 남편이 좋아하는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남편에게 건넸다.
참고로 남편은 점심 식사 후 여직원을 만나 커피숍으로 인도될까봐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늘 내게 송주야 만원만을 랩을 치듯 해 대며 사람을 못 살게 하는 집요한 인간이다.